상업 라디오에서 노동 현장을 듣는다

WINS가 제작하는 노동뉴스 프로그램

“의류 브랜드 리즈 클레이본을 생산해온 과테말라 자유무역지대 내 공장 2곳에서 지난 2년 동안 지속되어온 투쟁이 마침내 노동자들의 승리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2년 전 1,250여 명의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자 했으나 사측이 용역을 동원하여 조합 지도부를 구타하고 폭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이를 거부해온 바 있습니다... 기나긴 투쟁 끝에 이번 주 마침내 회사가 공식적으로 노동조합을 승인했으며 이로서 사상 처음으로 과테말라 자유무역지대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되었습니다...” (2003년 8월 15일 WINS 헤드라인 뉴스 中).



WINS?

오전 8시, 출근길에 만약 당신이 정규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뉴스를 듣게 된다면? 미 전역의 45개 상업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실제로 매일 오전, 오후 출퇴근 시간에 이런 뉴스를 들을 수 있다. 주로 노동현장과 노동조합 소식을 비롯해 정치, 사회적 이슈를 노동자의 시각에서 다룬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WINS는 매일 각 지역에서 노동 관련 이슈를 취합하여 이를 각 지역 상업 방송국에 송출하고 있다.

WINS(The Workers Independent News Service), 즉 노동자독립뉴스제작단은 노동자와 노동조합 문제에 초점을 맞춰 뉴스를 생산하는 제작단으로, 대개 주류 미디어의 뉴스가 극적인 사건사고나 전쟁, 각계 핵심인사나 부유층의 동향만을 다루면서 노동자의 삶과 노동현장 문제를 배제하는 시스템을 비판하면서, 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하고 그들의 시각에 입각한 뉴스를 제작하고자 결성된 단체이다. WINS는 주로 노동조합의 임금협상 과정, 노동법 변동사항, 아웃소싱 동향, 이주노동자 조합 결성 등에 관한 뉴스를 생산하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공유할 수 있는 뉴스 미디어를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왜 라디오, 뉴스인가?

(미국 전역에) 라디오 방송국은 1만 2,000여 개에 이르며, 매일 수 백 만의 사람들이 이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라디오 청취율에 대한 한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매일 출근하면서, 작업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퇴근 후 맥주를 마시면서 라디오 뉴스를 듣는다. 즉, 라디오는 수 백 만 노동자들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이자 가장 강력한 뉴스 전달 수단이다. 또한 WINS는 경제 동력의 주체인 노동자들이 정작 주요 경제 뉴스에서 배제되는 현실, 그리고 정치, 사회적 이슈에 노동자들의 관심이 외면당하는 현실에 주목한다. 쏟아지는 뉴스를 노동자 계층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면서도 그들에게 친숙한 뉴스 포맷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 이것이 WINS가 라디오 뉴스를 택한 방식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누가 제작하는가?

WINS는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먼저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라디오 전파를 타는 2분 30초 분량의 헤드라인 뉴스와 30초 분량의 경제리포트 “Dow Bob"가 가장 주요한 프로그램이며, 이 밖에도 매주 2분 분량의 피처 뉴스와 마이크 코노파스키(Mike Konopacki)의 노동 문제 관련 카툰을 제작한다.

이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프로듀서와 리포터들은 TV, 라디오, 웹 등 출신 배경이 다양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자본의 한계를 넘어 민중들이 스스로의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결시키는 미디어를 창출하고자 WINS에 모였다. 이들은 전국의 활동가들과 노동조합 네트워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그 곳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라디오 방송용 뉴스와 텍스트로 제작한다.

공중파에서 방송되는가?

WINS가 공중파를 통해 자체 제작한 뉴스를 내보낼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이나 지역 단체와의 연계를 통해서다. 노동조합과 지역 커뮤니티에서 그 지역 방송국이나 프로그램 진행자와 접촉할 수 있는 길을 주선해주는 길이 가장 주요하며, 이 밖에도 라디오 제작비를 직접 후원해주기도 한다. 국제 노동조합, 여타 기관 혹은 개인이 직접 후원을 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이들에게 뉴스와 카툰, 그리고 스트리밍 오디오 뉴스를 제공하여 WINS의 뉴스가 좀더 많은 대중에게 배포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WINS의 일차적 활동 목표는 노동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읽는 뉴스를 제작하는 것이지만,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노동조합과 커뮤니티 노동자가 스스로 뉴스를 생산하고 보도할 수 있는 역량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WINS는 활동 주체를 길러내는 미디어 교육과 기술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WINS에서 매일 제작하는 헤드라인 뉴스는 www.laborradio.org에서 mp3파일로 들을 수 있다.

김희정 (ACT!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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