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안, '강경보수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접근 방식'

안병진 교수, "한국 정부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라도 북측과 대화해야"

미국 대선전이 30일 첫 TV 토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29일 미국 상원은 북한인권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미 하원에서 재통과와 대통령의 서명이 남았지만 발효가 확실시 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인권법안에 대해 인권을 빌미로 북한체제를 전복하려는 시도라며 비난해 왔다. 국내에서 역시 그간 인권법안의 통과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어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통과된 이번 법안에 미묘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병진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로부터 이번 북한인권법안의 통과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번에 미 상원을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의 의미는

이번 법안은 미국 내 종교단체인 허드슨과 같은 씽크탱크 등 대단히 강경한 보수우파들이 주도했다. 법안의 의도가 북한 붕괴를 위한 명분과 압박용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북측에서 ‘트로이 목마’라며 반발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

북한인권법안이 상하원의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를 줄였다고 하지만 여전히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법안 내용상의 문제점은

민주당 쪽에서 노골적인 붕괴와 압박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들을 완화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북한 인권단체들에게 4년간 매년 2400만 달러를 지원하고, 매년 200만 달러를 대북 자유방송에 지원하는 등의 내용은 문제가 많다. 현재도 심각한 기획, 대량 탈북을 유도해 남북갈등과 남한사회 내의 사회적 균열, 중국과의 충돌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 요소들을 담고 있다.

자유방송과 같은 이데올로기적 선전전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법안에 포함된 배경은

법안을 주도한 강경보수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수준의 확신, 즉 이데올로기적으로 북한과의 전쟁이 필요하다는 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미국은 자유의 소리 방송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붇고, 미국 내 홍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CEO를 임명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대 이슬람 전쟁에서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그 사람들(강경보수주의자)이 가지고 있는 이슬람과의 이데올로기 전쟁이 필요하다는 확신과 그것을 통해 자신들이 만족감을 갖는다는 의미가 더 큰 듯 하다.

반면 존 캐리를 비롯한 민주당 진영에서는 그런 쪽(자유방송)에 돈을 쓰기보다 이슬람권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관세를 낮추는 등 대 이슬람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데 돈을 쓰자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강경보수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적인 접근방식, 리버럴들(자유주의자)의 실용적 접근방식이 다르다. 북한문제에 있어서도 강경보수주의의 이데올로기적인 접근방식이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법안은 상원에서 단 1표의 반대도 없이 통과되었다. 민주당 역시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공화당과 입장이 크게 엇갈리지 않는 것 같은데

비록 이번 법안 내용을 민주당이 완화했지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의 기본 입장이 드러난다. 현재 민주당의 주류는 과거 클린턴, 고어 그리고 캐리로 이어지는 민주당내 중도파들이다. 이들 역시 북한을 정권교체가 필요한 반인권적인 국가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공화당과 기본적으로 인식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그런 점이 이번 인권법안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북한문제에 접근해가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데,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이 다르다. 민주당 내 중도파들은 지금까지 비교적 온건한 대북접근방식을 채택해왔다. 내용은 완화되었지만 이번 법안은 사실상 북한을 자극하는 압박전술이다. 한편으로는 과거 쿠바 미사일 위기 때의 해상봉쇄 모델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이라는 무기로 북한을 압박하는 양 측면에서의 공격이다. 이렇듯 이번 인권법안은 인권문제를 얘기한다는 표면적 목적보다 북한을 자극하고, 북한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충돌로 가게끔 자극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것은 민주당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보다 온건한 대북접근방식과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런 점을 고려해 볼 때 민주당이 공화당의 주도성에 말려든 측면이 있다.

캐리가 북한 문제를 대선에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지 않은가

캐리 입장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애초에 지지했다는 원죄 때문에 선명하게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기 어려웠다. 그런 캐리에게 있어 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부시의 정당성에 타격을 가하는 효과적인 호재다. 그런 면에서 캐리로써는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는 체니의 입을 통해 캐리가 당선되면 미국이 훨씬 더 위험해진다고 끊임없이 얘기해왔다. 부시의 이와 같은 정치전략에 대해 캐리는 북한카드를 쓰고 있는 것이다.

미 대선에서 캐리가 당선된다면 대북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가

캐리는 과거 클린턴 식의 포괄적, 일괄적인 해결방식을 선호한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만일 인권법안 등이 발목을 잡아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돌파구가 없을 때 캐리가 취하는 군사적 해결방식은 부시의 그것보다 더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유럽이 캐리의 당선을 환영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캐리가 국제적 지지와 정당성을 가지고 미국의 헤게모니를 추구할 것을 우려하는 것처럼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다. 그런 점에서 미묘할 수 있다. 하지만, 부시가 당선되는 것과는 대북문제 해결에 있어서 결코 작은 차이라 할 수 없다.

6자회담 무산, 북 외무성 부상의 '폐연료봉 재처리 무기화'발언, 인권법안 통과 등 일련의 과정이 미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측의 정교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사실 부시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를 대선에 이용했던 것은 지난번 이슈가 되었던 미군을 본국으로 귀환시키는 문제쯤이었을 것이다. 그 정도에서 부시가 한반도의 역학관계를 대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캐리 측의 입장에서도 현재 북한 문제를 계속 부각해서 부시진영에 타격을 가하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측의 정교한 시나리오 혹은 음모에 따라 일련의 과정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부시와 캐리 양쪽 모두 대선전 때문에 북한과의 실질적인 외교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은 북한 측이 미국의 대선전이라는 공백을 이용한 최대한의 몸값 올리기 전략 속에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인권법안 통과가 알려지자 한국 내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사실상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내정간섭이라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현 시대에 있어서 내정간섭이란 성립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가 긴밀하게 상호 의존하고 있고, 통합되어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절대적 주권이란 없다. 문제는 상대국가에 대한 개입이 얼마나 도덕적 정당성과 국제 법에 근거하고 있는가가 핵심이지, 무조건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도 떨어지고, 일방적 편들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은

북한과 미국 그리고 남북관계는 상호간의 자극을 통해 위기가 상승되는 과정을 거쳐왔다. 이렇듯 북미와 남북은 상호간의 적대적 의존관계라는 성격이 강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인권법안을 통해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의도가 어떻든 간에 결과적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문을 닫게 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또 북측에서 법안을 문제 삼으며 강경하게 반응하면, 미국 측 네오콘 등에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간의 관계가 상호 적대적 의존 속에서 의도하지 않은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소지가 있다. 이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어떤 식으로든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다. 한국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풀어가는 합리적인 방식은

일부에서 북한과의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라도 한국 정부가 인권문제를 상호간에 대화하고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던데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 전제는 한국 정부가 북측에 던지는 메시지가 가장 신뢰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북측에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대화의 채널은 남한 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하고, 비공식 채널을 통한 인권에 대한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던지 간에 어떤 식으로든 대화의 채널을 열어야 한다. 미국의 일방적인 의도대로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문제에 상호 인식을 달리하는 부분에 대한 인식의 해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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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 북한인권법안 , 북미관계 ,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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