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여수, 공주, 춘천, 시흥 등 여러 지역을 돌며 단식 순례단은 부시 블레어 노무현의 전쟁범죄를 민중의 법정에서 심판하자고 주장했고,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이 민중재판운동의 발기인으로 선뜻 참여해주었다. 파병을 반대해 58일째 이어오던 김재복의 단식과 44일째를 이어오던 박기범의 단식은 그래서,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단식 순례단이 뿌린 평화의 씨앗은 전범 민중재판운동의 밑불이 되었다.
그러나 순례단이 청와대로 다시 들어오는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1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두고 경찰은 집회성격이 짙다며 사람들의 참석을 일일이 가로막았고 결국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12시가 되어서야 기자회견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단식 순례단의 험난했던 일정이 소개되고, 김재복 박기범은 각각 노무현을 전범으로 기소하는 기소 이유서를 읽어나갔다.
“무엇보다 가장 큰 기소의 까닭은 지금도 날마다 죽어가고 있는 이라크 인들의 시신이 그것입니다.(중략)노무현 대통령은 그 모든 것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대낮에도 헬기를 타고 가면서 민간인들에게 기총 사격을 하고 있고, 밤에 잠든 틈을 타 융단폭격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 평균 최소 스물이 넘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 끔찍하고 엄청난 짓들을 부시, 블레어와 함께 벌이고 있는 자가 바로 내 나라의 대통령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나라 대통령을 전범으로 기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 박기범의 기소이유서 중에서
단식순례기간 중 서울에서 간혹 짬을 내 순례단을 찾아가면, 항상 박기범씨가 지역 주민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던 것을 기억한다.
“전쟁이 시작할 때 이라크에 인간방패가 되어서 가기도 하고, 서명도 하고 촛불도 들었습니다. 때로는 국회 앞에 달려가 방패에 찍히면서까지 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기어코 우리 모두를 전쟁범죄국가의 국민, 침략자의 일원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항의만을 가지고서는 이 전쟁을 끝낼 수 없습니다. 우리를 전쟁범죄국가의 국민으로 만들어버린 노무현 정부를 심판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단어 하나 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다. 아무리 요구하고, 아무리 싸워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끄덕 조차 안하는 정부를 향해, 이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침략전쟁에 협조하고 있는 정부를 정면에서 불복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쟁의 와중이지만 각자 나름대로 희망과 꿈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보살피고 있을 이라크 민중과 연대하기 위한 출발점은 무엇일까? 이 날 두 사람의 기소이유서 발표를 시작으로 민중재판운동은 앞으로 2개월 동안 1만인 기소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1만인 기소운동은 민중재판 설립의 대중적 근거로서 기소인 1만 명을 모집하는 운동인 동시에, 기소인으로 참여한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의 처지와 까닭에서 노무현을 전범으로 기소하는 이유를 만들어 가는 운동이다. 이렇게 한사람 한사람이 발언하고 행동을 고민함으로써 ‘국익론’앞에 여지없이 시들해진 반전평화운동의 새로운 기초를 닦아 보자는 것이다.
어린이는 어린이의 처지에서, 교사는 교사의 처지에서, 의료인은 의료인의 까닭으로, 노동자는 노동자의 까닭으로, 이라크 전쟁을 고발하고 이를 통해 이라크 민중과 희망의 연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작은 다리를 놓아보자는 것이다. 전쟁은 끝낼 수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리고 원하는 만큼 행동에 옮긴다면!
부시 블레어 노무현 전범 민중재판에 기소인으로 참여해주십시오 gopeace.or.kr
손상열/ 전범민중재판 사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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