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는 죽음으로 절망을 넘었지만"

광주 망월동 이용석 노동열사 1주기 추모제 차분히 치뤄져

30일 오후 2시 수많은 노동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빛고을 광주 망월동에서 '아름다운 청년 이용석 노동열사 제1주기 추모제'가 마련되었다. 김태진 정신계승사업회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추모제에는 300여 명의 노동자들과 유가족이 함께했다. 당초 열사 모친의 간절한 염원인 이용석 열사 영혼 혼례식이 거행될 예정이었으나 신부를 찾지 못해 혼례식은 다음 추모제를 기약으로 미루어졌다.

"열사앞에 부끄러움은 영원하겠지만"

정신계승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호동 공공연맹 위원장은 "먼저 망월 묘역에 도착해 열사의 묘소를 돌아보았다. 개인적으로 동지였던 광주교대 김병국 열사 15미터 옆에 묻힌 열사의 묘소 앞에서 한참을 울고 왔다"는 말로 1주기를 맞는 감회를 전했다. 이호동 위원장은 "진정 열사를 계승하기 위해 이 자리의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가서 투쟁을, 총파업을 힘있게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꼭 승리해서 내년 이맘 때 이 자리에서 열사에게 지금보다는 덜 부끄러운 모습으로 마나자"고 호소했다. 한편 힘든 암투병 중이신 이용석 열사 모친의 건강을 염려하며 "어서 건강을 회복하시라"고 기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조합원으로서, 간부로서 하루하루가 절망으로 가슴이 무너지던" 참담했던 1년 전을 떠올리며 추모사를 시작했다. 신승철 부위원장은 "1년 동안 변하지 않은 건 열사의 염원과 정신이고, 변한 건 비정규 철폐의 의지가 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이에서 반기 조금씩 자리잡아 가는 것이지만 더 나쁘게 변한 건 정부와 자본의 노동정책"이라고 열사 1주기의 현 상황을 말했다. 신승철 부위원장 역시 "70만 민주노총 조합원의 작은 변화와 노무현의 준비된 변화가 붙는 하반기 총파업이 누구의 승리로 돌아갈지 승리를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깨지더라도 싸워야 할 이유가 우리에게는 있다"며 "열사 앞에서 부끄러움은 영원하겠지만 그 부끄러움을 줄여나가기 위해 하반기 총력 투쟁을 책임있게 조직하자"고 강조했다.

이어서 박준 노동가수가 추모공연을 진행했다. 광주 5.18을 몸으로 겪었다는 박준 노동가수는 '들불의 노래'를 부르다 목이 메어 미처 노래를 마치지 못했다.

구권서 전국시설노조 위원장은 "살아서도 그리도 가시고 싶어하던 고향 '흑산상태도'가 아닌 이 망월동 묘역에 열사가 잠든 것은 산자들을 위함"이라며 "열사는 죽음으로 절망을 넘어섰지만, 우리 산자는 투쟁으로만 절망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된 조합원 모두 다시 함께 싸울 날 올 것"

작년 파업당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춘천 지부장이었고 현재 11월 3일 정규직 임용을 기다리고 있는 곽재훈 조합원은 "백기완 선생님이 작년에 우리들에게 들려주신 시를 낭독하기로 되어있었지만 차마 낭독할 수가 없다"며 추모사를 남겼다. 곽재훈 조합원은 "330여 명의 정규직화가 확정되었지만 아직 440여 명이 비정규직으로 남아있다. 그 모두가 이 자리에서 추모제를 함께하면 좋았겠지만 양쪽 모두 마음 한 구석에 씁쓸함이 있는 것은 어느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곽재훈 씨는 "그러나 정규직이 된 조합원 모두가 다시 한번 싸우는 날이 올 것이고 그 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그 동지들이 다같이 뭉쳐서 이용석 열사 앞에 환히 웃으며 보게 될 날을 위해 흔들림없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정종우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위원장 또한 "330여 명의 정규직화 확정은 95년 공단이 생긴 이래 유례없던 일이고 이것은 열사의 분신과 파업 투쟁의 성과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방식, 전체의 정규직화가 아니기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며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의 어려운 현실을 전했다. 정종우 위원장은 "파업기간 동안 가장 아쉬웠던 건 정규직노조의 방관이었기에 정규직이 된 조합원들은 정규직노조가 비정규노동자들과 함께 싸울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남아잇는 동지들은 구조조정 없이 전원 정규직화가 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종우 위원장은 또한 "하반기 비정규개악안 저지와 비정규 철폐를 위해 전 노동자가 연대해서 싸울 것"을 촉구했다.



"용석아 가자, 가자"

추모사가 이어지는 동안 추모제는 차분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그러나 전국문화예술노조 광주시립예술단지부의 지전굿이 이어지고 추모제 단상 한켠 그늘에 자리를 지키시던 열사의 모친 이강림 씨가 단상을 부여잡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자식을앞세운 1년, 암투병의 시간들 때문인지 몰라보게 수척해진 오광님 어머니는 "죽어갔고 이러면 뭐 할거나, 용석아 가자 가자"며 울음을 토해냈고 추모제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용석 열사의 친형 이병우 씨는 "서울서 여기까지 네 시간, 고속버스에서 눈물을 참으며 유서를 쓰던 동생이 떠오른다...자신들이 이 자리에서 외쳤던 다짐들을 기억하고 우리 용석이를 잊지 말고 내년에는 더 환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



3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한 사람씩 이용석 열사 영전에 헌화를 마치고 구 망월동 묘역에 잠든 이용석 열사 묘소에서 추모제사를 지냈다. 추모제사가 진행되는 동안 열사의 모친은 "용석아 가자, 가자"를 망연히 토해냈고 추모제사가 마무리 된 이후에도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차마 보고 싶은 얼굴을 두고 돌아서지 못해 했다.




작년 겨울 시린 추위에 떨었던 동지들에 대한 열사의 기원이었을까. 너무도 화창한 하늘 아래 2시간 남짓의 추모제 행사는 추모제사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어 31일 공공연대 결의대회에서 '아름다운 청년 이용석 노동자상'을 시상하는 것으로 26일 시작된 이용석 열사 추모기간은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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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이용석 , 근로복지공단 ,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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