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파견법 기간제법 바뀌던 그 때 뭐했습니까?"

전국 현자 관련 노조 조합원들 양재동 본사 앞 항의집회

현대자동차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을 포함한 금속산업연맹 조합원 5백여 명이 10일 오후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었다.

정부 과천청사앞에 모인 오백여 조합원들

본사 상경 집회 이전에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잔디공원에서 ‘비정규노동법개악저지 불법파견 정규직화 입법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빗속에서 김호규 금속연맹 사무처장의 사회로 열린 이 날 결의대회에서 백순환 금속연맹 위원장은 “정부와 자본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지금 공무원노조 탄압 하는 꼴을 보라”며 “한 번 본때를 보여주자. 이번 노동자 대회부터 기세를 잡으면 우리가 유리한 조건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이어 단상에 오른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14일 노동자대회에 10만 노동자가 광화문에 모여 우리의 의지를 보이자”며 “정규/비정규, 하청/원청, 내국인/이주노동자 사이의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고 정권과 자본에 맞서는 투쟁을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에 항의서한 전달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김태곤 현자노조 수석부위원장, 서쌍용 현자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 권수정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 지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6명의 대표단은 노동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 날 전달된 항의서한은 노동부가 현대자동차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직접고용 등 고용안정과 관련한 세부적 시정 지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강력한 성토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전달 과정에서 과천 정부종합청사 경비를 맡은 경찰들과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으나 곧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실에서 항의서한을 접수했다.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 연이어 항의집회 열려

정부종합청사 앞 결의대회를 마친 대오는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으로 이동해서 연이어 집회를 가졌다.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 경비업체인 H112 소속의 건장한 용역경비원들 백여 명이 스크럼을 짜고 본관 앞을 가로막은 채 조합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3시 30분 부터 두 시간 가량 진행된 현대자동차 본사 앞 집회는 조영래 금속연맹 조직실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현대자동차본사 입구를 막아선 H112 소속 용역경비원들


김태곤 현대자동차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현대자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비정규직 내에서도 끊임없이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여기 모인 금속노동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현대자동차노조가 하반기 총파업에서 모범을 만들어 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비정규직 신세를 대물림 하겠나'

또한 서쌍용 현자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은 “법 같지도 않은 현행 법 밑에서도 불법파견 판정이 나왔는데 현대자동차 사측은 헛 껍데기 이행계획서를 내놓고 있다”며 “이번 불법파견 판정에 대해 정규직화 못 시키고 정부의 개악법안을 저지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비정규직 신세를 대물림하고 자식들한테 '아버지, 파견법 기간제법 바뀌던 그 때 뭐했습니까?'하고 원망을 들을 것”이라 외쳤다.

한편 이 날 항의집회에서 민중가수 박준이 삭발한 모습으로 빗속을 뛰어다니며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사측 항의서한 접수 거부, 결국 경찰 중재로 전달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이 대표단을 통해 항의서한을 사측에 전달하려 했으나 사측에서 비정규직노조가 함께하는 항의서한은 접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H112 소속 용역경비원들과 집회 참석자들 간의 몸싸움이 십여 분간 벌어졌다. 몸싸움 도중에 용역경비원들이 빠지고 3개 중대의 경찰병력이 그 자리를 메꿔 순간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조합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측에서 계속해서 나 몰라 라는 입장을 보였으나 어이없게도 경찰이 중재에 나서자 결국 현대자동차 전무이사가 입구로 나와 항의서한을 접수했다. 사측에 전달된 항의서한은 불법파견판정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 하청노동자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들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담고 있다. 완전 도급화를 대안으로 제출한 현대자동차의 이행계획서에 대해 이미 노동부조차도 타당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 사람들
현대자동차노조 서동수 조합원
과천정부종합 청사 앞 결의대회를 마치고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로 이동하는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의 버스에 동승했다. 옆자리에 앉은 서동수 조합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서동수 조합원은 3년간 비정규직으로 현대자동차에서 일했고 얼마 전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다른 조합원들에 비해 상당히 젊어 보이는데
- 1년차 조합원이다. 곧 2년차로 접어든다.


이전에 본사에 가본 적이 있나
- 오늘 처음 가본다. 본사 첫 방문을 투쟁으로 시작하는 셈이다


지금 근무하는 라인에 비정규직들도 같이 일하고 있는지
- 물론이다. 나 또한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전에 3년간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오늘 집회에서 주로 불법파견과 비정규 법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 사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상당히 존재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반 조합원들 중에선 아예 남의 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이 사실이다.


비정규직의 노조 직가입 안이 추진 중인데
- 비정규직을 방패막이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98년 정리해고 통과 이후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한다. 선배들 말로는 옛날엔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1천 명 정리해고를 한다 치면 지금 같으면 비정규직을 먼저 자를 수 있지만 직가입 해버리면 그 안에서 섞어서 자르게 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문일 수 있겠지만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다들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목이 붙어 있을 때 많이 벌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신규 채용은 어느 정도 되고 있나
- 작년에 신차라인 증설 등의 이유로 신규 채용이 꽤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거의 없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빠진 자리나 메꾸는 정도다. 그런데 근골격계 질환으로 골병드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아픈 거 참고 입 밖에 안 내는 사람들도 많고...


평조합원으로서 이번 총파업에 대해 내다본다면
- 말했다시피 분위기가 썩 좋지만은 않다. 그런데 98년 정리해고 통과 때도 마찬가지지만 자기한테 일이 닥치고서 투쟁하는 것은 이미 떠난 버스에 손 흔들기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지금 한 판 붙는 수밖에 없다.


노동자대회를 비롯해 일정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 이번 노동자대회 때는 우리도 서울로 다 올라온다. 가끔은 비정규직들이 좀 더 나섰으면 싶을 때도 있지만 우리가 방패막이로 먼저 나서야 한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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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현대자동차 ,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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