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59.7%, ‘자본주의는 가장 우월한 경제체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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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7일까지 실시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4.8%가 ‘자본주의가 가장 우월한 경제 체제냐’는 질문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4.9%는 적극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상자의 53%가 반대, 13%가 적극 반대라 답했다.
대체적으로 노동자의 60% 이상이 현 경제 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같은 맥락의 다른 질문들에 대한 결과도 대동소이 했다. ‘성장이 분배보다 우선되어야 하나’는 질문에 대해서는 55%가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또한 ‘경제가 잘 된다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대해서는 31.4%가 '빈부격차 해소'로 , 20.9%가 '완벽한 복지제도 구축', 14.8%가 '완전고용 실현'을 답으로 내놓았다. 이에 비해 국민소득 향상은 29%, 선진국 목표 달성은 3.9%에 불과했다.
정부나 재계의 슬로건은 ‘그들만의 주장’에 불과
이는 정부가 내놓고 있는 ‘GDP 2만불’ 구호나 경제계와 보수진영에서 내놓는 ‘지금은 분배보다 성장에 힘써야 할 때’라는 주장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이 무엇인지를 잘 나타내고 있는 대목이다. 보수언론과 자유기업원 등의 평소 주장 대로라면 ‘분배우선’, ‘빈부격차 해소’, ‘완전고용 실현’ 등을 경제목표로 내놓은 노동자들은 모두 좌파인 셈이다.
‘근로희망 연령’에 대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47.9%가 '일할 수 있는 한 일을 하고 싶다', 4.5%가 ‘70세까지’, 23.4%가 ‘60세까지’로 답변함으로서 전체의 75%이상이 최소한 60세 이상까지 노동 현장을 지키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80.1%는 ‘생계가 해결돼도 계속 일을 할 것’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근로의 동기부여를 토해 근로자들이 근로의욕을 높일 때 경기침체의 극복이 가능하다”며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한 정부, 기업 등의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제는 ‘그들’ 이 대답할 때
이에 대해 황선웅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강사는 “이 같은 노동자들의 인식을 기업이나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선 경기호전이 최선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설문조사는 1일 발표됐다. 이 결과에 대해 기존 언론이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 현직 기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보다는 아마 ‘근로자 의식 상태 심각해’, ‘근로 의욕 높이기 위한 범국가적 의식교육 필요한 시점’, ‘불평불만보다는 다시 허리띠 질끈 동여 맬 때’ 등으로 다시 노동자 때리기에 써먹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현장 노동자의 60% 이상이 현 경제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배고픈 자들의 넋두리’로 치부할 것인지는 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