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한다

부시/블레어/노무현 전범민중재판운동 여성총회 열려


이라크전쟁범죄자들에 대한 민중재판이 숨가쁘게 준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쟁이 가진 반여성성을 고발하고,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끝장내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값진 자리를 마련하였다.부시/블레어/노무현을 민중의 법정에 세우겠다고 기소인으로 참여한 여성들이 12월 2일 고려대 문과대 강의실에 모여 여성총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총회는 국회 안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중이던 노동자들을 맞이하는 집회와 철도파업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 때문에 예상보다 적은 인원인 40여 명이 모여 유고 내전 당시 진행된 세르비아계의 인종말살정책, 여성에 대한 최악의 범죄를 고발하는 ‘유령을 부르며 : 강간, 전쟁,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영화감상을 마친 참가자들은 사회자 호성희 씨의 여성총회 제안 취지 설명과 참가자 소개에 이어, 정지영 씨의 토론제안에 따라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의 의미’와 ‘전쟁을 반대하는 운동에서 여성이 주체가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였다.

참가자들이 토론자의 발언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자신을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에서 활동하는 타리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국가가 요구하는 어머니의 상으로 전쟁의 문제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에 대한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봐야 한다”라며 반전운동에 있어서의 여성적 시각을 강조하였다.

이소형 전범민중재판준비위 활동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수많은 기소장을 읽으며 ‘평화’가 우리에게 상식이라는 것이 다행스러웠다”며 말문을 열고, “하지만, 그 내용 속에 여전히 여성적 시각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소형 활동가는 “전범민중재판이라는 열려진 공간에서 우리가 보다 공세적으로 여성의 시각으로 전쟁을 폭로하여 이라크 여성들과 연대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전쟁 문제에서의 여성적 인식이 확산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날 총회에는 몇몇 남성들도 참가하였는데, 한 참가자는 “사람들이 각기 종교나 민족,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며 이 중 민족의 이름을 내세우는 사람들과 여성적 시각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차이를 언급하였다. 이 참가자는 이 두 부류가 같은 공간에서 운동을 벌여나가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두 운동간에 어떤 접합점이 있는지, 어떻게 상호침투 해나가고 있는지를 질문하였다.

답변에 나선 타리 씨는 "윤금이 씨 사건이나 여중생 사건 당시 민족을 앞세우는 운동세력에 대해 여성운동 진영은 많은 비판을 수행해 왔다"며 “일상적인 여성 억압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정치적 이유로 ‘민족의 딸’ 운운 하는 것은 민족의 정서에 호소하여 여성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다른 남성 참가자는 “이라크 민족의 경우 ‘민족의 이름’으로 전쟁에 반대해 행동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한국에서도 ‘민족의 이름’으로 전쟁반대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각기 다른 모순의 담지자들이 행동하며, 그들 사이의 접합을 찾아야지 ‘민족의 이름’으로 운동한다고 해서 문제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오두희 평화유랑단 활동가는 “여성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해 참가자들을 잠시 당황하게 하였다. 오두희 씨는 분홍색으로 씌여진 플랭카드를 가리키며 “이 플랭카드를 보고 아름다운 색감을 느끼는 가슴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자신이 머리로 생각하는지 가슴으로 느끼는 지 돌아볼 것을 요구했다. 오두희 씨는 “우리는 계속 아픔을 딛고 살아 왔으므로 ‘여성적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호가 아니라, 피켓이 아니라, 집회에서 사회자를 여성으로 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인 내가 실천하는 것으로부터 ‘여성의 이름으로 하는 전쟁반대’가 현실이 될 것”이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여성의 무게를 벗어 던지고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 다양성, 따뜻함, 아름다움을 잘 살려내자”고 말해 담론에 치우치지 말고 실천적 모범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날 총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앞으로 벌어질 전범민중재판에서 여성적 문제의식을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향후 반전운동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결의를 밝히며 자리를 마감하였다.

지하철 혜화역 4번출구에서 전쟁반대 공연을 하고 있는 밴드 "혜화역 4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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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 여성 , 전범민중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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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다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 여성의 참정권 운동이 활발히 펼쳐진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전쟁은 남성노동력을 대량으로 군대에 침투시키고 여성노동력은 공장으로 끌어내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은 남성의 영역이라고만 여겼던 일에 직접 참여하고 여성들의 연합체를 꾸리며 소비노동(가사노동)이 아닌 교환가치를 낳는 생산적인 노동을 하게 됩니다. 참정권과 시민권의 획득이라는 여성의 정치세력화의 과정에서 그 경제적 토대를 전쟁이라는 사회적 배경이 만들어주었다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여성주의라는 것은 관념적으로 말할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일상적인 성폭력에 대응하는 것은 분명 올바른 행위이지만 여성해방에 대한 유물론적 접근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성의 경제적 지위획득이 곧 여성의 정치권을 보장해준다고 할때 지금 이 순간 여성이 어떤 경제적 지위속에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