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문자메시지 무차별 수색은 영장주의 위반

“모든 국민을 범죄혐의자로 간주하는 것”

경찰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수능 부정행위를 조사하기 위하여 수능 당일 보내진 2억여 개의 메시지에 대해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의 수색행위가) 전 국민을 범죄혐의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조사하는 것에 대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높아지고 있다.

12월 2일 광주인권운동센터, 다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전태일기념사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성명을 내고 경찰의 조사 행위 및 법원의 영장 발부과정에 대해서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경찰의 조사과정에 대해서 “범인과 증거물이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기 때문에 전국민의 집안을 뒤지겠다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법원조차) 영장주의의 기본원칙을 철저히 무시한 위법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영장주의의 기본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보장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기관에서 개인의 신체 ·재산에 대한 체포 ·구금 ·압수 ·수색을 하려면 반드시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수사의 영장발부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히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있다. 경찰은 수능 당일 발송된 모든 문자메시지에 대해서 조사를 벌였고, 이로 인해 실제 범죄혐의가 없는 메시지까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수색영장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범죄의 증거물이 되거나 몰수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등 실제 범죄혐의가 인정이 되어야만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하고 “범죄혐의가 명확하게 인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단 뒤져봐서 나오면 증거물로 쓰겠다는 식의 수사방식은 위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은우 변호사는 “영장주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통신비밀보호법위반 소지도 있어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위반 소지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경찰의 조사 대상은 휴대폰 메시지의 통신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통비법상에 따른 절차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고려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은우 변호사는 “통비법상 보호되는 대상인 전기통신에 대해서 수신자에게 수신이 될 때까지는 보호가 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실제 핸드폰을 꺼 놓아서 수신을 하지 못한 경우에 대해서 조사가 이루어졌다면, 이는 통비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통비법 상에서 다른 사람의 통신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통신제한조치허가영장이 필요하다. 휴대폰 메시지 수색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으로는 그 조사권한이 성립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숫자뿐 아니라 문자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 배제 못해

시민사회단체들은 향후 예상되는 경찰조사 방식의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찰이 앞으로 '자살', '파업', '항의' 등 수사기관의 기호에 따라 전국민의 모든 문자메시지를 뒤지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경찰은 '언어', '사탐' 등의 문자까지 검색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는 상황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경찰의 휴대폰메시지 압수수색에 대해서 “첨단기술을 동원한 과학수사라고 하지만, 이것은 수사를 위한 편의주의적 발상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라고 비판했다. 오병일 사무국장은 덧붙여 “전 국민의 문자메시지를 조사하는 것은 결국 모든 시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에 다름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동통신사들 휴대폰 메시지 5일에서 30일 동안 보관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SKT, LGT, KTF 등 이동통신사들이 그동안 소비자들의 문자메시지를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30일 동안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그 특성상 친구와 연인끼리의 민감한 사생활통신 뿐 아니라 심지어 은행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등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 등 음성통신보다 더욱 사적인 통신이 이루어진다. 이런 자료들이 유출되면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휴대폰 문자메시지 보관 및 처리에 대해서 현재는 아무런 법적근거조항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동통신사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보관정책은 원칙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앞으로 수사를 담당한 경찰과 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행위가 적법한 것이었는지의 여부를 추궁하고, 만약 위법사실이 밝혀지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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