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헌 판결로 되돌아 본 '제3자개입금지'

전 대검공안부장이 위헌 청구하고 역시 전 대검공안부장이 합헌판결 내려

헌재, 제3자개입금지 합헌 결정

헌법재판소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관련해 원칙적으로 제3자가 간여할 수 없다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제2항 등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주선회 재판관이 주심을 맡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이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에 대한 제3자의 간여를 금지 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관련규정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해 노동조합이 가입한 산별노조나 당해 사용자가 가입한 단체, 사용자나 노동자가 지원을 받기 위해 관청에 신고한 자, 법령에 의해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관한 합헌판정은 별로 주목할 만한 소식이 아니다.

대표적 악법으로 불리던 '제3자개입금지 쟁의조정법'

그러나 이 판결의 이면에는 몇 가지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먼저 구 노동쟁의조정법이 폐지되고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개정된 97년 이전까지 3자개입금지 조항은 노동운동을 옥죄는 대표적 악법으로 불렸다.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노동악법철폐가'의 한구절이 '제3자 개입금지 쟁의조정법 일천만이 하나 되어 악법철폐'였을까?

전노협 의장이던 단병호 현 민주노동당 의원, 양규헌, 이갑용 등 각급 단체의 위원장들이 연이어 옥살이를 한 죄목도 3자개입금지였고 한국정부에 대해 UN인권 이사회와 ILO의 단골요구사항도 3자개입금지 폐지였다. 심지어 권영길 의원은 95년 당시의 3자개입금지 위반으로 아직까지 재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름부터 희한한 쟁의조정법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으로 개정되고 3자개입금지조항 역시 악법의 굴레를 벗어나고도 한참이 지난 99년 7월 28일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 3자개입금지 조항을 적용받아 구속수감 됐다. 또한 진형구씨가 지난 415 총선에 출마했을 때도 3자개입금지 위반은 낙천사유로 따라 다녔고 그로 인해 진씨는 선거전에서 중도하차했다.

3자개입금지 위반 굴레 쓴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

그렇다면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은 어떻게 제3자개입금지 위반의 굴레를 쓰게 되었을까? 지난 99년 6월 대검공안부장에서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한 진씨는 점심식사에 함께 걸친 폭탄주와 양주 덕에 얼큰해진 채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진씨는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긴데 조폐공사 파업은 사실 우리가 만든 것”이라고 운을 뗀 후 “공사 같은 데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어떻게 할까 하다 거기(조폐공사 노조)서 조짐이 있어 우리가 아래에 지시해 복안을 만들었다”며 “사실 우리가 유도한 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강희복(조폐공사) 사장이 고교 후배인데,얘기가 통하더라.그래서 옥천에서 경산으로 기계도 옮기고…”라며 “공기업 파업에 `우리가 이렇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그랬는데,그쪽(노조)이 너무 일찍 손을 들고 나와버렸다”고 털어 놓았다. 심지어 “그게 잘 됐으면 지하철 파업도 없었을 텐데”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속 내용을 들여다보자면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이 경영실적을 높이기 위해 2001년 조폐창 통폐합을 2년 앞당겨 99년에 추진했고 그 와중에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과 공모해 파업을 유도, 진압했다는 것이다.

파업 유도 일파만파, 검찰 출신 특검이 면죄부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진씨는 “취중의 실언”일 뿐이라 발뺌했지만 국회 청문회를 통해 진씨 주재의 공안합수부 회의에서 조폐공사 노사분쟁을 공기업 구조조정의 시험대이자 전초전으로 규정하며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들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이 진씨 사건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판단에 설치된 조폐공사 파업 유도에 관한 특검은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검찰출신 강원일 특별검사는 사건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인권변호사 출신인 김형태 특검보와 잦은 의견 충돌을 보였고 결국 총 9명의 특검팀 중 김형태 특검보와 4명의 수사관을 포함한 5명이 사직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파업유도 강원일 특검은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이 과도하게 불법으로 경영권을 행사하여 파업이 ‘유발됐다’며 고의적 파업 유도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에 대해서는 “과장병이 있더라”며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당시 특검의 판정은 애초 서울지검이 내놓은,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은 ‘진형구씨의 1인극에 의한 파업유도공작’이란 수사결과를 뒤엎는 것일 뿐 아니라 대검공안부의 조직적 개입여부 확인이라는 특검의 목표와도 동떨어진 것이었다.

어이없게 헌재판결 주심도 대검공안부장 출신

이러한 희비극을 거친 끝에 애초 검찰에서 3년 구형을 받은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은 흐지부지 집행유예로 나왔고 1심 유죄판결 이후 항소심 진행도중 어이없게도 제3자 개입금지조항에 대해 위헌제청을 냈으나 기각됐고 다시 헌법소원을 낸 것이 2년을 끌어오다가 결국 오늘 합헌판결로 종지부를 찍었다. 아이러니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 날 합헌판결을 내린 전원재판부의 주심을 맡은 주선회 헌법재판관은 부산지검공안부장, 대검 공안1과장 등 검찰의 공안부서를 두루 거쳤고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전임 공안부장을 지냈다.

노동자들을 제3자개입금지 조항으로 걸어 잡아넣던 공안검사가 법 개정 이후엔 바로 그 제3자개입금지 위반으로 구속되고, 그 사안을 헌법소원하고 또 공안검사 출신 헌법재판관이 합헌판결을 내렸다. 세상만사 사필귀정인지 아니면 오리무중인지 알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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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구 , 헌재 , 주선회 , 3자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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