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신임교육부총리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4일 오후 2시 임명이 발표된 지 만 3일만인 오늘 오후 6시 30분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의 물의에 책임을 지고 교육부총리 직을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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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기자회견에 나선 이기준 교육부총리사진출처 : 교육부 홈페이지 |
청와대가 이기준 신임 부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인다면 단명 장관으로는 역대 2위를 기록한다. 4일 오후 2시 임명 발표부터 7일 오후 6시 30분 사의 표명까지 이기준 부총리는 76시간 30분 동안 재임했다. 물론 5일 오전 임명장 수여 시간부터 따지면 공식적 재임 기간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역대 최단명 장관 기록은 안동수 전 법무부장관이 가지고 있다. 지난 2001년 5월 21일 오후 3시 임명장을 받은 안동수 전 장관은 23일 오후 10시에 사표를 제출해 43시간 동안 장관직을 지켰다. 교육부 장관으로만 따지자면 2중 국적 문제로 23일만에 사퇴한 송자 전 장관을 누르고 이기준 장관이 가볍게 최단명 기록을 세웠다.
버젓이 한국에 있는 장남에 대한 거짓말이 결정타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이기준 교육부총리는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교육부 차관이 참석했던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이례적으로 직접 참석해 다른 장관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교육부 각 국, 실 업무보고를 받으며 애써 일상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장남 국적 문제 외에도, 부동산 문제, 미국에서 직장에 다닌다던 장남이 한국에서 멀쩡히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사태가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집권여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장남과 같은 직장인 LG전자에서 지난 2001년부터 재직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기준 부총리의 장남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고 문제가 된 수원 건물(자신의 명의)은 자신과 관계 없는 것”이라고 밝힘으로서 결국 이기준 부총리에 결정타를 가한 셈이 됐다.
지난 3일간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총리 인선에 관한 논란은 결국 이기준 부총리의 사퇴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 번 사태는 이기준 부총리 개인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정권의 집권 중반기 구도에도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간 파문 계속 확산, 편들기로 일관한 청와대와 대통령
이기준 부총리가 인선된 직후 서울대 총장 재임 당시의 온갖 문제들이 터져나왔으나 청와대는 ‘행정 경험과 개혁의지’로 포장하며 이기준 부총리에게 힘을 싣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파문이 진화되기는커녕 산업기술재단 이사장 재직 당시의 문제점, 재산 은닉 의혹, 자녀의 국적 문제 등 날이 갈수록 논란은 확산됐다.
이 와중에 청와대는 정실인사 의혹 제기한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 운운’ ‘흠없는 사람이 어디있냐? 대학개혁에 대한 능력이 중요하다’ 는 식으로 대응했고 심지어 서울대 총장 재임 당시의 문제들에 대해선 개혁의 역풍으로 평가했을 뿐더러 대통령까지 나서 “대학은 산업이다”라고 힘을 실었다. 결국 파문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려 왔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만 청와대와 같은 입장 보여
이기준 부총리가 재임한 3일간 언론의 보도태도도 흥미로왔다. 상대적으로 이기준 부총리의 도덕성 논란에서 한 발을 뺀 조선일보는 이기준 부총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데 뒷배경이 있다는 음모론적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대한민국 안에서 청와대와 조선일보만이 이기준 부총리를 옹호해온 셈이다. 평소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대립각을 떠올리면 의아한 대목이기도 하지만 도덕성이나 개인적 자질 문제보다 교육철학이나 정책이란 잣대로 들여다 보면 이해는 쉬워진다.
구랍 29일 청와대에서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주재한 노무현 대통령은 서비스 산업 육성이 중요하다며 “교육, 보건에 대한 산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런 접근 방식은 서울대 총장 재임 당시 독단적 경쟁위주, 시장화 정책을 펼쳐 학내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을 산 이기준 부총리의 인선으로 나타났다. 당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은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이기준 부총리의 독단성은 추진력으로 포장된 것이다.
7일자 조선일보 또한 박스기사에서 “대학은 산업이 돼야”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으며 이기준 총리에 인선에 대한 청와대의 취지를 이례적으로 자세히 소개했다.
'우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던 노무현호 결국 사고
3일간의 뜨거운 논란 끝에 이기준 부총리는 낙마했다. 그 과정에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문제, 이기준 부총리를 엄호하면서 터져나온 청와대 간부들의 말바꾸기와 거짓말 등이 모두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터져나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인선, 국가보안법 연내(2004)년 폐지 안해도 문제없다는 대통령의 발언, 교육과 보건등 공공영역에 사유화와 시장주의적 정책 도입 등 현 정권의 정책기조가 결국 암초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하는 격’ 이라는 비아냥 섞인 지적 탓인지 아예 ‘우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에 들어선 노무현호는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이 사고가 단순 접촉사고일지, 대형사고의 신호탄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 나선 이기준 교육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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