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화 시스템에 전면적 문제제기를”

[특별기획]사회적빈곤에철퇴를!(6) - '빈곤에 대한 운동진영의 대응'


<미디어참세상>은 빈곤특별기획 ‘사회적 빈곤에 철퇴를!’ 마지막 순서로 특별좌담을 마련했다. 이번 좌담은 2004년 불안정노동과 사회적 빈곤에 대응하는 투쟁을 평가하고, 2005년 민중운동 진영의 대응 방향을 전망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지난 12월 23일 <미디어참세상>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번 좌담은 강동진 '불안정노동과빈곤에저항하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최인기 ‘전국빈민연합’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3시간 가까이 계속된 이날 좌담은 각 운동 영역별 2004년 활동을 평가하고, 부문 간 연대활동을 짚은 후 빈곤에 대응하는 2005년 민중운동 진영의 전망과 연대 방향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사회자(강동진): 얼마 전 4살 난 아이가 굶어죽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빈부양극화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 이야기를 화두로 좌담을 시작했으면 한다.

유의선, "사회복지제도의 미비에서 비롯된 결과"
김혜진, 안정적 고용보장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사례
최인기,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가정으로 전가"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유의선: 아이의 죽음은 근본적으로 사회복지제도의 미비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공무원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지만, 사회복지체계까지 건드릴 수 있는 문제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참여복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기존에도 빈곤문제해결에 대한 요구가 없지 않았다. 이제 노무현 참여복지 핵심이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인 것 같다.

사회자: 죽은 아이의 아버지는 일용직 건설노동자였다. 이번 사건은 사회안정망의 미비와 불안정노동이 가져온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김혜진: 기업들이 일용직 노동자들을 쓴다 해도 최소한 6개월, 1년 단위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하루하루 품을 팔아야 되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겨울은 생존의 문제가 절박하게 다가오는 시기이다. 겨울에 노동자들은 긴장도가 증폭되고, 일자리를 찾아 멀리 이동하기도 하는 시기이다. 빈곤 상태를 안정적 고용의 형태로 해결하고, 고용보험이든 사회보험이든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최인기: 주변에 학교 급식에 어머니들을 의무적으로 참여하게끔 하는 것에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실질적으로 학교급식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지원해야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들이지 않기 위해 어머니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죽음에서도 볼 수 있듯 국가와 사회가 맡아야 하는 책임을 가정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제기 하고 싶다.

김혜진: 확인해보니 그 아이의 경우 희귀질병을 앓고 있었다.

사회자: 병명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밝혀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태어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병을 발견하지 못했다. 희귀난치성질환은 의료복지혜택을 받는 범위가 적다. 그런 질환을 제도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데, 시스템이 부재한다. 굶어 죽던, 병으로 죽던 둘 다 사회적으로 관리되어야 하지만, 두 가지 다 되고 있지 못하다.

유의선: 이번 문제와 관련해서 언론에서 전화 혹은 문의가 있었나?

모두: 없었다

유의선: 딱 한번 전화를 받았다. 이번 경우를 보면서 운동진영의 자기대응력, 발언력이 전무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이 ‘문제다’라며 정세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데도 없고, 묻는 데도 없다. 빈곤이 사회적 화두이기는 하지만 운동부문의 문제로 가져오기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자: 의료, 불안정노동, 아동복지 등 이번 사례가 한국 사회의 제반 문제들이 압축된 사례라서 짚어봤다. 그러한 모순들에 대한 대응으로 빈곤,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투쟁 등을 2004년 한 해 동안 전개해왔다. 최근 비정규직개정안 같은 경우 현재 진행형이다. 각각의 투쟁을 주제별로 나눠서 얘기해보자. 최저생계비 현실화 투쟁 먼저 짚어보도록 하자.

유의선, “전체 운동 속에서 최저생계비 매개로 의료, 교육 등의 문제 녹여내야”

유의선: 2004년 최저생계비 투쟁은 최옥란 열사의 투쟁을 꾸준히 계승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4년은 최저생계비 계측 년이라는 점에서 여기에 중심을 맞춰 ‘최저생계비현실화를위한공동행동’(최저생계비 공동행동)을 전개했다. 결론적으로 2005년 최저생계비는 정부 예산에 맞춰 결정되었다. 최저생계비 기준선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알려내야 한다는 것을 중심에 놓고 접근했으나 부족했다.

최저생계비가 빈곤을 담는 한 측면이나,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었다. 전체 운동에서 속에서 최저생계비를 매개로 의료, 교육 등의 문제를 어떻게 녹여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이번 투쟁의 과정에서 정보력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정부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는데 정보력의 한계로 압력을 가할 수 없었다. 수급권 주체운동은 더 더딜 것이다. 빈민을 주체로 만들어내는 것과 맞물려 사업장도 아니고, 흩어져 있는 개인들을 중앙정부를 상대로 주체로 세우는 과정은 더욱 더딜 수밖에 없다.

최인기: 정책을 중심으로 대응을 하기 때문에 대중적 동력을 동원하기 힘든 점이 있는 것 같은데

유의선: 최저생계비가 높아져 내가 수급자 혜택을 ‘받냐 마냐’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빈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국보법처럼 사회적 의제화 시켜내고, 그 차원에서 광의의 운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인기: 최저생계비는 04년 들어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최저생계비의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사회자: 최저생계비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최저임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최인기: 최저임금은 노조에서 임금을 설정하는데, 기준이 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해수준이 높은 것 같다.

사회자: 실제로 그런가?

김혜진, "경제위기 이후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 증폭"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
김혜진: 최저임금 투쟁도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80년대 노동자대투쟁 이후 임금 수준이 향상되다 보니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낮았었다. 그러다가 경제위기 이후 간접 고용 등 비정규직이 대량으로 양산되면서 노동자 평균 임금 수준도 낮아졌고, 최저임금에 걸려있는 노동자들이 많아지게 되자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도급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늘어났고, 최저가낙찰제 등을 시행하다보니 노동자 임금수준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아졌다. 서울대 청소용역노동자 2000년 임금은 40여만 원에 불과했고, 이것이 몇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하락해 결국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

초기 최저임금 투쟁은 위반 사업장에 대한 고소고발이 주를 이루었다. 이후 시설관리, 청소용역 노조가 건설되면서 최저임금이 실질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러다 최저임금 투쟁 3년차인 04년 들어 비정규직 노조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산별노조의 산별교섭에서 최저임금 문제가 본격적인 의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산별노조 단위에서도 최저임금 수준에 걸려있는 노동자들이 확산되다 보니 노조의 중심적인 과제로 부각되었다. 03년과 다르게 04년에는 연맹별로 최저임금 투쟁에 결합하고, 최저임금에 걸려있는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결합했다. 불행하게 최저임금 수준에 걸려있는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산별노조가 확대되면 최저임금 문제를 자기 과제로 받아 안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 문제는 계속 부각될 것이다.

강동진: 2004년 최저임금 투쟁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김혜진, “2004최저임금투쟁, 적절한 수준의 타협으로 액수의 문제로 결정돼”

김혜진: 최저임금 문제는 액수, 체계, 결정방식, 최저임금 적용 범위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 네 가지 사항은 ‘최저임금이 무엇인가’라는 인식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볼 때는 ‘노동자가 당연히 받아야 되는 권리’라고 생각하고, 다른 이들은 ‘저임금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최저임금을 권리라고 본다면 최저임금 이하로는 절대로 내려가서는 안된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보면 공익, 노동자, 사용자 위원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실제로는 공익위원들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최임위에서 실사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실내용은 막판에 한자리, 두 자리를 갖고 타협을 하게 된다.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의 실제 임금을 결정하지만, 양쪽이 교섭하고, 공익위원들이 중재하는 임금교섭과 같은 형태로 진행된다.

계속 최저임금과 전체노동자 평균 임금 격차는 벌어져 왔다. 아무리 높아도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나마 장애인, 경비용역 등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방식으로 적용제외 대상을 만들어내고, 구성에 있어서 최저임금은 기본임금에 온갖 수당까지 합친 포괄임금이 최저임금으로 인정된다. 이러다 보니 몽땅 다 합친 금액이 최저임금만 넘으면 된다.

03년에 최저임금 투쟁은 최임위를 압박하는 투쟁이었다. 최임위를 압박해서 조금이라도 최저임금을 올려보자는 투쟁이었고, 실제로 올렸다. 03년 최저임금 투쟁을 경험하면서 평가가 있었다. 아무리 최임위를 압박해서 퍼센트를 20%든 30%든 올려도 평균임금과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고, 최저임금 결정방식 한계 극복하지 않으면, 높아질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04년 투쟁은 77만원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노동자 평균 50%라는 결정방식을 관철시키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임하게 되었다. 높은 수준의 문제의식이었으나, 막판에는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을 하는 바람에 액수의 문제로 결정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04년 투쟁에서 액수가 얼마나 올랐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액수가 아니라, 최저임금에 접근할 때 노동자의 권리로 접근하지 않으면, 액수에 끌려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김혜진, “최저생계비와 전체노동자 임금 평균 50%로 최저임금 근거 다시 만들어야”

김혜진: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고 있는 현실은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용역, 최저가낙찰제가 살아있는 한 구조적으로 최저임금은 최고임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 ‘최저 임금을 대폭 올리면 될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만만치 않고, 따라서 결정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강하게 해야한다. 한편으로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다른 한편으로는 최저생계비와 전체노동자 평균 50%를 근거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최저생계비 보다 높고,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을 담아야 한다. 이 문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한편으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 스스로 그것을 확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필연적으로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는 최저임금이 권리가 될 수 없다.

강동진: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제도를 연결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분리되어 있는데 두 가지가 결합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 어떤 방식으로 연대를 해야 수급권자, 차상위층, 비정규 노동자 등을 포괄하는 정책이나 제도 등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효과적으로 벌여나갈 수 있겠는가?

유의선, “동일한 요구들을 자기 논리 갖추어 제출해야”
김혜진,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공동의 입론 만들어야”

유의선: 이제 시작인 것 같다. 빈곤의 모습과 모순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04년 최저생계비, 최저임금 공동투쟁은 유의미한 점이 있었다. 아쉬운 점은 최저임금을 최임위에서 결정하고, 똑같이 최저생계비를 중생보위에서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들이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 임금의 50%로 정한다는 결정방식, 제도개선의 문제 등 동일한 요구들을 자기 논리를 갖추고 제출하지 못하고, 문제의식을 묶어 내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최인기: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결정시기가 서로 안 맞는 측면이 있지 않은가?

김혜진: 우리 요구중 하나가, 최저임금 결정시기를 연말로 하라는 것이다.

유의선: 우리는 그 반대 5월에 하라고 한다. 12월에 하면 예산이 다 결정된 후에 된다. 그러니 예산 책정 전 5월 쯤 하고, 적용은 다음 1월에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혜진: 시기에 우리 스스로 긴박당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던 것은 우리 스스로의 한계였다.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용역 계약이 대부분 연말에 마무리되고, 1월에 적용되는데, 9월부터 오르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적용받지 못한다. 그런 불균형이 있기 때문에 시기를 앞당기자고 얘기하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 내년부터는 일 년 내내 최저임금 투쟁 열심히 하자고 그런다.

강동진: 기본적인 권리로서 최저임금, 최저생계비에 접근한다면 두 가지를 연계시킨 방안을 (뭔가 잘 모르겠지만)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투쟁도 필요할 것 같다. 서유럽의 경우 기본소득 개념을 쓰면서 기본소득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하는데, 아니면 그런 이름을 실업수당 등 다른 이름으로 바꿔 기본적 권리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김혜진: 최저임금 투쟁에 많은 사람들이 주체로 서지 못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일이라도 하는 게 어디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쫓겨 나면 그나마 이정도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실업이 개인의 능력부족이라는 이데올로기와 연결되어 있듯 일자리와 임금을 연결시키는 것들이 당연히 물어야 하는 권리들을 깍아 먹는 독특한 이데올로기로서 존재한다. 최저생계비, 최저임금이 지금껏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너무 긴박당해 온 측면이 있다. 이런 이데올로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대항 이데올로기로서 ‘이건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데, 왜 안주고 난리야’는 식으로 우리의 입론을 만들어야 한다.

강동진: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투쟁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봤다. 다음으로 철거민, 노점상 운동의 04년 평가는?

최인기 ‘전국빈민연합’ 사무처장
최인기, “노점상, 단속의 정당성을 절차적으로 인정하려는 시도 나타나”

최인기: 빈민운동은 70년대 이후 계속되어 왔고, 80년대 철거와 주택문제 등을 중심으로 빈민 운동이 커왔다. 90년대 이후 철거 투쟁은 약해지고, 상대적으로 노점상들의 투쟁이 부각되어왔다. 빈민들은 오랫동안 자기 투쟁을 진행해왔다. 그럼에도 빈민당사자들이 빈곤의 문제에 주체로 결합해 투쟁한 것은 빈곤사회연대의 출범 이후라고 본다.

조직된 대오로서 빈민운동조직의 가장 큰 고민은 당사자 철거와 단속을 넘어서 빈곤 일반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인데 어려운 점이 많다. 그간 빈곤 문제에 대해서 개량적, 제도적 틀 안에서 판단해왔던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만, 뒤늦게라도 빈곤문제에 대해 공동의 대응을 시작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노점상, 철거민 등의 단속이나 철거의 방식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단속 주체가 공무원들인데 이들이 노조도 만들고 의식도 변하고 있다. 또 공무원들의 숫자가 줄다보니 실질적 단속은 용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전노련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용역철거반의 발주 비용이 100억 원을 넘고 있다. 단속의 양태를 보면 굉장히 폭력적이고, 또 단속에 드는 비용을 노점당사자들에게 과태료를 물려 취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사회적으로 노사 합의주의가 팽배해 있는데 노점상의 경우도 한편으로 단속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책위를 꾸려 합의기준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노점 대표 1, 2명, 상가대표, 구청입장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대책위를 만들고, 노점상 단속의 정당성을 절차적으로 인정하려하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철거민 문제도 최근 강제 철거가 상당히 완화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 철거 규모가 축소되어 있다. 철거지역에 10가구, 20가구 밖에 없어 운동조직에서도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80년대처럼 대대적인 철거가 아니라, 현재에는 국지적인 철거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비정규과 정규직 노동자 이외에 천만에 가까운 빈곤선 가운데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이 있다. 노점상이 대표적이고, 주변에 폐지 수입하는 할머니들은 연구와 관심에서 아예 제외되고 있다. 이제는 이런 부문까지 고민의 영역을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강동진: 빈곤이 양산되는 원인과 메커니즘이 다양하고, 투쟁이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서 형성이 되어 있다. 노점상, 철거민, 비정규직 등등 워낙 다양하게 전개되다 보니 투쟁자체가 파편화되기 쉬운 측면이 있었다. 파편화된 투쟁이 아니라 종합적인 투쟁과 내용으로 주체가 결합하자는 문제의식에서 ‘불안정노동과빈곤에저항하는공동행동’, ‘빈곤사회연대’ 등이 출범했는데, 잘 안되고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봤으면 한다.

유의선, “단체 간의 고민 확대와 조직화 미흡”

유의선: 04년은 빈곤사회연대가 출범했다는 자체가 의미를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성과라면 성과, 한계라면 한계였던 부분은 빈곤 문제에 대한 새로운 운동 주체로서 발언을 하고 자했는데, 빈곤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밝혔다기 보다는 인권의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되었다. 빈곤사회연대가 빈곤의 문제를 독식하지 않고, 연대체에서 풀어내려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공동행동을 통해 빈곤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동행동과 빈곤사회연대는 다양한 단위들과 함께 풀어나가려 노력했다. 다양한 부문에서의 연대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노숙인 부문과의 연대활동은 그 성과라 할 수 있다.

한계라고 한다면 빈곤사회연대의 활동이 하나의 쟁점에 대한 대응 행동만으로 국한되어 다른 다양한 사업과 빈곤 문제에 대한 단체 간의 고민 확대와 조직화를 이뤄내지 못 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민 활동 등 주체를 조직하려는 노력들이 존재했고, 기획하고 있는 교육사업 등은 여전히 소중한 활동이었고, 지속되어야한다. 공동행동, 빈곤사회연대는 04년에 빈곤 깃발을 꽂았다는 의미가 있고, 05년에는 깃발을 휘날려야 하겠다.

최인기, “변혁적 시각에서 빈곤 문제 해결에 대한 총론적 차원의 정리 부재”

최인기: 빈곤사회연대는 과거 빈민운동단체들의 경험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04년에는 정책과 관련된 기획사업이 많았다. 또 하나는 부문, 단위가 가지고 있던 사업들을 지원해주고, 개발하는 사업이 있었다. 이 부분은 05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문제는 부문 조직별로 특화된 사업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과 정책사업, 그리고 지역차원에 편재되어 있는 조직들의 사업 활성화 문제다. 또한 변혁적 시각에서 빈곤 문제 해결책에 대한 총론적 차원의 정리가 안 되어 있다. 이 정리를 부문과 지역단위가 접점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대중운동에 참여하고, 빈민운동을 하면서도 빈곤문제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다.

김혜진, “빈곤을 양산하는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 필요”

김혜진: 빈곤이란 현재의 어떤 상태가 이니라 빈곤화라고 이야기 한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빈곤하게 만들어가는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생산력이 이토록 발전했지만, 빈곤층은 배제당하고 있다. 그것은 전반적인 생산구조에서의 배제를 의미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모든 사람들이 경쟁하고, 저임금을 감수하고 노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빈곤을 양산하는 시스템에 대한 저항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라는 문제인데, 빈곤화의 시스템을 드러내고, 그 안에서 개별 단위들 각자가 놓여있는 위치에서 빈곤화에 저항하는 틀을 어떻게 짜느냐가 관건이다. 이 틀을 위해 개별 단사의 임금투쟁도 재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사회의 빈곤화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단사 임금투쟁 재구성되려면 임금투쟁의 방식과 내용도 달라져야 하고, 그것을 위한 연대도 요구해야할 것이다.

강동진 '불안정노동과빈곤에저항하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강동진: 제도 개선에 대한 투쟁은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민주노총의 경우 사회임금 등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기도 한다. 연동해서 05년부터 가령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이 본격적 궤도에 들어서고, 노무현 대통령이 로드맵 단계가 아닌 실행의 단계라고 밝힌 해가 05년이다. 정부는 ‘일을 통한 빈곤 탈출’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런 수준에서 참여정부의 정책이 실행의 단계로 들어서는 05년 민중운동의 대응과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유의선, “주거문제를 05년 투쟁 중심에”

유의선: ‘일을 통한 빈곤 탈출’에 대해서는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빈곤사회연대 뿐만 아니라 정부 이데올로기에 대한 대항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빈곤사회연대에서는 주거문제를 중심에 놓자는 고민이 있다. 쪽방이든, 주거급여든 주거 문제가 빈부격차의 문제로 이미 제기되고, 정책도 나왔지만 실천되지 않고 있다. 이제 실질적인 실천의 문제를 제기해야한다. 단지 빈민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권리인 주거권의 문제로 문제제기해야 한다.

모든 빈곤운동진영이 어떤 형태로든 공동으로 신용불량자, 단전단수, 어린 아이의 죽음 등등 각각에 터지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자기 조직의 문제들 보다 우선순위로 배치하고, 연계시키기 위한 투쟁력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빈곤사회연대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 안정적인 활동을 위한 활동가 재교육 사업을 각 단위가 공동으로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빈곤 부문에서 자기활동의 양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최인기, “노점상, 비공식 부문 노점상들 조직화”

최인기: 빈민 운동으로서 노점상 운동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외곽에서 빈곤사회연대로부터의 수혈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의 주장대로 한다면, ‘일을 통한 빈곤탈출’처럼 좋은 것이 없는데, 100억을 들여 노점상들을 철거해 버린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또 하나는 조직화의 문제인데, 예컨대 노점상의 경우 조직이 빈곤 운동의 방식으로 조직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조직 문제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비공식 부문의 노점상들을 조직화해내는 것이 과제다.

철거를 보면, 철거민 운동이 가지는 유의미성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강북지역은 재개발 사업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철거를 매개로 주택과 주거문제 일반으로까지 문제제기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김혜진, “새로운 모습의 조직화로 시야 넓혀야”

김혜진: 현재 장기적인 사업의 하나로 중소영세 사업장 등 광범위하게 산개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극심한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공장 노동자와 다르게 조직화에서는 제외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런 고민은 단지 고용안정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의 처한 상황이 모든 노동자들이 곧 닥치게 될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현재 조직되어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의 조직화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이런 고민들을 구체화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강동진: 참여복지는 생산적 복지 이전부터 준비되어왔다. 자본의 빈곤에 대한 전략에 총체적인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고, 아마도 05년에는 이것이 운동진영의 핵심적인 사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또 내년 꾸려질 노사정위원회에 민주노총이 결합하게 되면, 이 기구의 성격 전환을 위한 논의가 예상된다. 노동, 자본, 시민단체, 정부 등이 포함되는 경제사회위원회 정도로 바뀌게 될 것이고, 우리가 오늘 논의한 의제들이 전부 의제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과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태그

빈곤 , 최저임금 , 최저생계비 , 노점 , 좌담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삼권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