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의 부동산 불법 투기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2일 "이 총리 유임"을 결정해 '도덕적 사퇴'를 주장한 시민 사회단체들의 요구를 일축했고, 청와대의 조급한 처사에 대한 비판은 재산공개와 맞물려 공직자들의 도덕적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부총리는 3일 개인적 의사를 밝힐 예정이지만, 사태가 쉽게 사그러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재경부, 취임 이후에는 매매한 적이 없다
재경부는 28일 증폭되는 이 부총리와 관련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해명 자료'를 서둘러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문제가 된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지월리 소재 전·답·임야는 부인이 1979년에 매입하였고 이후 24년간 보유하다가 2003년 10월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이 토지는 '이 부총리가 1979년에 공직(재무부)을 퇴직한 후 5년 계획으로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부인이 당시 소유하고 있던 예금과 적금, 그리고 주택전세금 등을 합쳐서 구입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또 다른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전북 고창군의 경우도 '원래 부인의 부모님이 사시던 곳으로, 공음면 소재 밭과 임야는 부인이 어머니로부터 증여(세납부)받은 토지와 근처 토지 매입분을 합하여 가족농장으로 조성,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고, 수시로 현지에 내려가 체재·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 부총리는 2004년 2월 11일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본인과 부인이 부동산을 매매한 사실이 없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시민 사회 단체들은 '취임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 근절에 나서야 할 경제 부총리가 불법행위를 일삼아 재산을 증식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재경부 자료에서는 명의 도용과 위장 매입 등 불법행위에 대한 해명이 없어 '미진하다'는 평가가 일고 있다.
청와대, 이 부총리의 안정적 업무 수행을 위해 이해와 협조를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서둘러 이 부총리 보호를 위한 장막을 쳤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2일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 중요한 경제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이 부총리가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국민과 언론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히며 '너그러히 용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지난해 말 이 부총리가 사의의 의사를 밝혔으나 경제가 어려워 지금까지 만류해 왔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논평 이후 모든 문제를 경제살리기 공식에 맞춰 맞바꾸는 '청와대식 해결론'을 둘러싼 비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민노당, 부총리는 안정적으로 투기 업무 수행
현재 이 부총리 부부는 위장 전입의 의혹을 제외하고도 서울 한남동, 경기 광주, 충북 충주 등 전국의 임야, 논, 밭, 빌라, 오피스텔 등 다양한 부동산에 여러 차례 투자, 수 십 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그리고 이 부총리는 자신의 장남과 장녀의 재산공개를 거부했지만 관보에는 이런 사실이 누락된 것으로 밝혀저 관련 의혹의 범위가 가족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투기와의 전쟁 대외적으로 천명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런 부총리의 의혹을 규명하기는 커녕 '경제 회복'을 운운하며 국민과 언론들의 자제를 요청한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 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투기 의혹이 있는 고위공직자의 안정적인 업무 수행이 아니라 안정적인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마련이다"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부총리가 투기의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경제의 시급한 현안인 부동산 투기억제 및 서민경제 살리기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투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경제 사령탑의 즉각 교체"를 강력히 요구했다.
참여연대, 청와대 처사 대단히 실망스럽다
참여연대 또한 청와대 발표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2일 성명을 통해 "공직자에게 적용되어야 할 도덕성의 잣대가 경제를 이유로 유보되거나 후퇴되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의 처사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참여연대는 이번 사태를 "이기준 교육부총리, 유효일 국방차관 등 그 동안 몇 차례 일어난 인사파문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사건들은 정부가 스스로 공언했던 "공직윤리 등에 있어 과거 정부와의 차별성을 확보하겠다는 발언을 무색케 하는 것"이라며 "이전 정부와의 어떠한 차별성도 찾을 수 없고, 무원칙, 비인관성의 전형으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사회당, 7일 만에 투항한 투기와의 전쟁
사회당도 처벌을 요구하는 성명을 2일 발표했다. 사회당은 "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국회 연설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강력한 투기 근절 의지를 밝혀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사태를 지켜봐 왔다. 그러나 오늘‘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7일 만에 직위를 이용한 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부총리를 유임시킴으로써 노무현 정권의 투기와의 전쟁은 사실상 말뿐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며 청와대 논평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노무현 정권이 보이는 말로만의 투기근절, 말로만의 전쟁을 규탄하며 이헌재 부총리를 포함해 이번에 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모든 고위 공직자들의 혐의를 낱낱이 조사하고 이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경실련, 이헌재 사퇴하라!
경실련도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이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위장전입과 명의신탁의 방식을 통해 100억원대의 재산을 형성해 온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제기하며 "경제정책과 부동산 정책을 책임질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부총리는 3·1절 행사 불참하고 오후 국회의원들과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져 또 다른 축의 도덕적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 부총리를 둘러싸고 시민사회 단체들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 부총리는 오늘(3일) 2시 경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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