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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5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 모습사진출처 : 대한상의 홈페이지 |
사용자단체들이 정부의 비정규개악안 입법에 힘을 싣고 나섰다. 지난 10일 오전 조선호텔에서는 각급 사용자 단체로 구성된 경제단체협의회 정기 총회가 열렸다. 이희범 산자부장관과 이수영 경총회장, 박용성 대한 상의 회장, 강신호 전경련 회장,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 김용구 중기협 회장등 정부와 사용자 5단체 대표 6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총회가 열렸고 총회가 시작되기전 열린 회의에서 사용자 5단체 대표들은 ‘정부 비정규직 법안 처리 문제에 관한 경제계 입장’을 연명으로 발표했다.
사용자 단체 대표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은 차별금지 및 차별구제절차의 법제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고제한, 파견근로의 휴지기 도입 등 기업에 부담이 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서, 비정규직 보호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정규직 과보호 축소를 통한 고용 유연성 확보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비정규개악안 조차 강력하게 비판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산업현장의 안정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자신들이 보였지만 “노동계가 이를 이용하여 정부법안이 경제계에 유리한 듯이 왜곡하고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내용의 수정이나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결코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계속 확대하겠다고 공언
그리고 자신들이 바라는 비정규 법안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들은 비정규 개악안이 처리되어야 할 방향을 세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로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계의 위협과 협박에 흔들려 파견업종에 있어서 negative list 방식 포기 등 현 법안보다 후퇴된 내용으로 이번 법안을 처리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 강변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경직된 파견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계가 대승적인 양보를 해왔다고 자화자찬 하기도 했다.
두번째로 “둘째, 노동계는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에 무조건 반대하며 총파업을 통해 저지하겠다는 집단이기주의적인 판단과 파업만능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무엇이 참된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방안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며 법과 제도는 국가질서를 확립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정당성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과거 분식회계를 덮어두는 증권거래집단소송법을 엄청난 로비로 통과시킨 것은 정당성에 해당하는지 합리성에 해당하는지 궁금하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로는 “경제계는 비정규직이 신규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여 국가경쟁력 유지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인력활용에 대한 합리성을 높여 나갈 것이다”라며 자신들의 비정규직 선호와 확대의사를 드러냈다.
또한 이에 대해서 “정규직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안정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고용형태의 다양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정규직에 대해 비정규직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이는 대통령과 현 정부의 입장과도 궤를 함께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용자 단체가 노동부 입장에 적극 힘 실어준 진풍경
마지막으로 사용자 단체 대표들은“4월 임시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원안대로 마무리해 줄 것을 국회에 강력히 촉구”하며 노동부의 입장에 힘을 실으며 입장글을 마무리 지었다. 사용자 단체들이 노동부에 힘을 실으며 여당의 입장을 공격하는 보기 드문 풍경이 벌어진 셈이다.
그간 사용자 단체에서 비정규직, 비정규개악안에 대한 입장은 간간히 제출됐지만 이들이 입을 모아 공식적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다. 물론 내용만 살펴보면 각급 공청회 등에서 제출했던 것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간 정부법안에 대한 ‘표정관리’ 차원이나 비정규직의 현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고 있던 측면을 고려해 이 문제에 대해 크게 언급을 피해왔던 사실들을 살펴볼 때 10일 제출한 이들의 입장은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사용자 단체중 유일하게 경총이 지난 해 10월 비정규대표자들의 열린우리당 점거가 한창이던 와중에 '비정규법안경영계입장'이란 글을 통해 노동부의 입법안이 비정규직의 보호에만 관심을 두고 있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하는 현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거꾸로 정부법안에 힘을 실어준 적이 있었다.
이러한 발표를 토대로 이해찬 총리와 김대환 장관등은 정부법안이 경영계 요구와 노동계 요구의 중간 쯤에 있지만 노동계 요구에 더 가까운 편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작전명령, 비정규개악안과 임단협을 분리하라
이들이 ‘표정관리’, ‘전략적 정부법안 비판을 통한 법안 편들기’ 전술을 포기하고 연명으로 정부법안과 노동부의 입장에 손을 들어 준 이유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9월 노동부 입법예고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비정규 개악안이 2005 임단협과 연계되어선 절대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온 것을 생각하면 그 배경이 쉽게 짐작된다.
최근 노동계가 수세에 몰려있고 민주노총등의 조직력이 약화되어 있는 현실이지만 4월 임시국회 동안은 각급 노조의 임단협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임단협과 비정규개악안 반대 총파업이 연결될 수 있는 상황과 4월 30일 전국적으로 실시될 재보궐선거로 인해 정치권이 일정정도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동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한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은 정부원안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나서서 최소한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안이라도 조속히 통과시킬 수 있는 모양새를 만들고 나섰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들은 총회를 통해 2005년 경단협(사용자 5단체 협의회) 사업 추진 방향으로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동관계법·제도 관련 대책, 산별교섭 확산에 대한 대응체제 강화, 복수노조 시대에 대비한 현장준비 대책, 친노동계 편향적 입법에 대응한 의정활동 강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합리적 고용정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 투명경영 확산을 통한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 등”을 정했다. 6개 사업 추진 방향 가운데 5개가 노동유연성 강화에 관한 것이고 마지막에 투명경영 확산이 곁다리로 붙어있는 모양새다.



지난 1월5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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