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대책, 도덕적 해이에 빠진 정부

23일 신불자 지원 방안 발표, '상환유예 및 분할상환 방식' 한계 명확
원금탕감, 실업 대책,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고용구조 개선이 선행 되야

정부의 신용불량자 대책이 발표됐다. 정부는 23일‘생계형 신용불량자 신용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역시나 '원금탕감 배제'의 원칙을 고수했고, 금융피자들을 쥐어짜는 채무 조정방안을 내 놓았다. 정당 및 사회단체들은 실질적으로 마지막 신용불량자 대책인 금번 대책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너 가 갚아라"의 신용불량자 대책

신용불량자가 보유한 연체 채무는 지난 해 말 현재 9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한 정부 정책의 핵심 골자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는 이자 전액을 감면하고 수급권자에서 벗어난 뒤에 장기 분할상환 △청년 신용불량자는 취업할 때까지 최장 2년간 채무상환 유예 △영세 자영업자는 상환 유예 후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장기 분할 상환 또는 은행별로 자체적인 지원방안 강구 등을 추진키로 했다. 그 외 별도로 다중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는 공동 추심 프로그램 가동, 신용회복위원회와 배드뱅크 제도를 활용키로 했다.

  23일 정부가 발표한 '생계형 신용불량자 신용 회복 지원 방안'의 주요 내용

상환기간을 연장해 줄 테니 원금을 갚아라, 갚는 거 봐서 상환기간에 따른 이자도 면제 또는 낮춰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2004년 12월 31일 이전에 발생한 채무로, 고의로 금융권 채무를 연기한 신불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생계형 신용불량자 40만을 대상으로 하는 구성만 두드러질 뿐 과거에 발표했던 대책들과 비슷한 내용이다.

아랫돌 빼, 위로 얻는 방식의 재 반복

정부는 앵무새처럼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원금탕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금번 대책의 주요 대상들처럼 소득원이 불투명한 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의 경우 더욱 더 원금 탕감 없는 대책은 '변제기간 연장=고통기간 연장'으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정부가 내놓은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을 보면, 정부는 15만 3000명의 영세 자영업자(부가가체세법상 연간 매출액이 4800만원 미만인 과세, 면세 사업자)들에 대해 원금을 6개월 단위로 최장 1년간 상환유예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매출은 파악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는 말 그대로 소규모 영세한 사업장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동네 슈퍼마켓, 소규모 음식점 등 대자본 유통 마트와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대상일 가능성 높다. 매출이 적기 때문에 그 주인이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대출, 보증 및 공급 업체의 도산 등 주변 요건에 따른 경우도 있겠으나 결국 이들의 경우는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은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언제든 새롭게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조건에서 이들에 대한 대출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 또한 기회로 작용하기 보다 빚을 불리는 악재로 작용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원금탕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덕수 부총리가 신불자 지원방안을 23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하고 있다
사진출처 : 재정경제부 홈페이지

상환 능력이 없는 기초수급자나 청년층 신용불량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상환을 유예하거나 연체 이제를 면제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이런 방식은 변제기간의 연장 일 뿐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돈을 구해 빚을 갚아야하지만 이들이 기초수급자가 된 상황에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돈이 부족한 조건이 악재로 작용한 이유가 있다. 결국 돌고 도는 '빈곤과 빚이 재생산 되는' 문제로 고용과 사회복지 시스템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이들에게 기간 내 상환하면 이자를 면제해 주겠다는 정부 대책은 실질적 대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간 배드뱅크 와 개인워크아웃, 민간 채권기관 중심의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 정부가 내놓은 신용불량자 대책들이 미봉책이었던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이런 식의 정부 대책들은 신용불량자 양산의 구조적인 시스템과 사회제도적인 개선 없이, 변제 기간의 연장과 이자 면제 그리고 개인은 계속 채무의 빚을 떠 안아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조삼모사식의 대책들 때문이다.

1999년 강봉균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 등에 의해 주도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은 △1999년 2월 현금서비스 업무 비중을 50%로 제한했던 규정의 폐지 △1999년 5월 당시 70만원이었던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등이 골자였다. 이는 카드사들이 지급결제 수단인 신용카드의 기능을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현금 대출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것을 촉진했고, 이는 금융시장의 과열 현상에 불을 붙였고 변제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남발된 카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만든 근본적인 책임으로 작용했다.

이런 악순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또 다시 채권기관의 책임은 방치하고, 채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책을 다시 내놓았다. 눈을 가리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일만도 한 상황이다.

또한 주목해 봐야 할 지점은 신용불량자 대책 중 하나였던 개인회생제도가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예상보다 이용률이 저조하게 나타난 결과다. 대법원에도 조차 "개인회생 제도의 신청방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는 점이 이용률 저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접근도 낮은 제도의 실효성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고용구조 개선·사회보장 제도도 보강 되야

관련 해 민주노동당은 "현재도 과중 채무자가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할 경우 면책률(빚 탕감률)이 99%에 달한다는 점(서울)을 감안하면 기초생활수급권자의 과중 채무는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전액 탕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 생활도 어려운 이들에게는 원금이 탕감 되지 않고서는 신용불량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의 반영이다.

그리고 신용불량자의 문제에는 무리한 내수정책 육성, 카드남발, 과중 채무, 신용불량자, 저임금 비정규직, 실업률 등 사회 전반의 문제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원금탕감 방법이 결국 개인에게 지워진 상황에서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차상위계층으로 살아가고 있는 조건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또한 일각에서는 지난 2일 통과된 통합파산법에 근거 해 '개인 파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400만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들의 존재는 우리 사회의 뇌관일 수 밖에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내수 경기의 발목을 잡는 것도, 사회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도 빚에 허덕여야 하는 다수의 개인의 삶이 있는 이상 불가능하다.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도 빚에 허덕이며 이자 갚기에도 급급한 400만의 신용불량자들과 그 가족이 있는 이상 '선진 한국'은 공허한 메아리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벗고 금융당국과 채권자들에 대한 공동책임을 기반으로 신용불량자에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는 정당, 사회단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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