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인권'아닌 '권력'과 타협하나

인권위, 개인정보보호법 정부여당안에 힘 실어

인권단체 및 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독립적 개인정보보호기구 설립과 관련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개인정보보침해시정기구의 인권위 일원화안’을 지지하고 나서 정부여당안에 힘 실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인권위, “독립기구, 업무중복과 정부부담 초래해”

현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열린우리당 정성호, 이은영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개의 '개인정보보호기본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중 노회찬 의원과 정성호 의원이 발의한 안에는 별도의 독립적 개인정보보호기구를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확정해 이은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은 개인정보 침해시정기구를 인권위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25일 인권단체들에게 보낸 ‘개인정보침해시정기구 인권위 일원화 검토(안)’(일원화안)이라는 공문을 통해 △정부의 새로운 기구 설립에 따른 부담 △독립적 개인정보보호기구와 인권위의 업무중복 등의 이유를 들어 개인정보보호기구의 인권위 일원화를 권고하고 나섰다.

인권위가 인권단체들에게 보낸 ‘일원화안’은 인권위의 최종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일원화안’이 28일 개최된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에 제출되는 등 이번 ‘일원화’안이 인권위의 최종입장으로 귀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번 인권위의 ‘일원화안’이 알려지자 인권단체들은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즉각 반발했다. 그간 인권단체 및 학계에서는 “독립된 개인정보보호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규제위원회의 성격을 담보할 수 있어 사전·사후적으로 실효성있는 개인정보보호업무 수행 가능하다”며 독립적 개인정보보호기구 신설을 요청해왔다.

인권단체, “인권위 독립적 개인정보보호기구 설립 지지해야”

30일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지문날인반대연대 등으로 구성된 ‘프라이버시연석회의’(연석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개인정보보호기구는 공공·민간부문을 통합하며, 사전예방 및 사후구제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권위와 별도로 설치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권위가 독립적 개인정보보호기구의 설립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가 독립적 기구 설치에 따른 문제점으로 밝히고 있는 정부 부담에 대해서 연석회의는 “정부와 대통령이 수차례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공언한 바, 예산 및 인적 부담은 당연히 부담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인권위와 독립기구의 업무중복 문제에 대해서도 “역할 분담을 제대로 조정하면 될 문제이지 큰 걸림돌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위는 ‘일원화안’에서 개인정보기구의 인권위 일원화의 장점으로 △인권위 권고의 높은 수용률 △개인정보침해는 주로 조정으로 해결 △개인정보영향평가는 인권영향평가의 한 분야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연석회의는 “인권위 일원화안이 정책 및 사전 감독 기능까지 갖고 있는 독립적 개인정보보호기구보다 우월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인권위가 ‘실효성있는 개인정보보호’라는 인권적 관점을 갖고 결론을 냈다면, 자신이 수행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기구의 설립’을 지지하고, 이를 위한 충분한 재정적,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질 것을 권고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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