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국공합작’ 56년만에 재개되나

후진타오 공산당 총서기, 롄잔 대만 국민당 주석 공식 초청

자칭린 정협 주석, “후진타오를 대신해 롄잔을 초청한다”

  (우)자칭린 중국 정협주석(좌)장빙쿤 국민당 부주석
사진출처 : 중국관영 신화통신
지난 1일, 중국의 언론들은 ‘3차 국공합작’이란 별칭이 붙을 만한 사실 하나를 일제히 보도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자칭린 주석은 지난달 31일 베이징을 방문한 장빙쿤 대만 국민당 부주석에게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대신해 롄잔 대만 국민당 주석을 공식 초청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이기도 한 자칭린 정협 주석은 “롄잔 주석이 이미 대륙 방문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우리는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대륙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하며 초청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일국양제’ 원칙만 지켜진다면 민진당을 비롯해 대만의 모든 정당의 대표라도 대륙을 방문할 수 있고 과거에 어떤 언행을 보였는지는 무관하다는 중국 수뇌부의 ‘전향적’ 입장이 밝혀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후진타오-롄잔 회동, 5월 쯤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

후진타오 공산당 총서기를 대신한 자칭린 정협 주석의 공식초청 사실이 알려진 직후 대만과 홍콩의 언론들은 후진타오와 롄잔의 만남이 5월 중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제히 전망했다. 또한 쩡융취안 국민당 정책위 의장은 국민당 대표단이 4월 하순경 한차례 더 대륙을 공식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장빈쿤 부주석이 이끈 34명의 대만 국민당 대륙 방문단은 지난 달 28일부터 이 달 1일까지 4박5일에 걸쳐 광저우, 난징, 베이징등을 방문했다. 1949년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들어가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베이징에 수립된 이후, 국민당 공식 대표단이 이 정도 규모로 공식적으로 대륙을 방문한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다.

4박5일의 방중기간동안 국민당 대륙방문단은 중국공산당과 12개 항의 합의를 도출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대만 언론들을 통해 보도된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직항전세기의 명절 운항 △양안 농업 협력 강화 △대만 농산품의 중국 판매 확대 △중국 어민의 대만 수출 허용 △금융 운수 의료서비스 협력 △대만 기업의 중국 투자보호협정 △양안 농촌 지방 간 교류 촉진 △양안 언론사 상주기자 파견 △대만 유학생 학비 인하 △중국 관광객의 대만 여행 허용 △대만 관광객의 중국 여행 편의 제공 △양안 범죄 공동 대응

'3차 국공합작‘의 의미는?

  중국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장빙쿤 국민당 부주석
사진출처 : 중국관영 신화통신
중국관영 신화통신은 “해빙을 여는 ‘뿌리 찾기 여행’”이라는 기사를 통해 “반분열법이 전쟁을 가져올 것이라는 천수이벤 대만총통의 주장은 완전한 왜곡으로 판명됐다”는 장빙쿤 국민당 부주석의 발언을 여과없이 소개하며 국민당의 대규모 방문단을 “뿌리찾기”로 규정하며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대만과 홍콩의 친중국계 언론들은 일제히 이 번 방문에 대해 “3차 국공합작의 기치를 세우는 것”이라 평가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은 지난 1924년 북방군벌 타도의 기치를 내걸고 서로 손을 맞잡은 바 있으나 장개석 국민당 정부의 반공정책으로 곧 1차 국공합작은 깨지고 공산당은 고난의 대장정으로 내몰렸다. 결국 얼마전 타계한 쟝쉐량이 장개석을 강제 연금, 항일 통일전선을 수립할 것을 강요해 1937년 2차 국공합작이 수립됐다. 2차 대전 이후 2차 국공합작은 다시 깨졌고 국민당 정부는 1949년 대만으로 들어갔고 공산당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격렬히 반발하고 나선 대만 국민당

1, 2차 국공합작이 명확하게 제국주의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면 이번 ‘3차 국공합작’의 과녁은 그에 비해 불명확하다. 양안 긴장유지를 원하는 미국이나 일본이 ‘3차국공합작’의 대상물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직접적 과녁은 대만 민진당 정부라는 평가다. 특히 중국은 ‘반분열법’으로 극히 고조되어 있는 대만 국민들의 반중 감정을 국민당 대표단에 대한 극진한 대접으로 누그러 뜨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당 역시 공산당과 긴밀한 접촉을 통해 양안 긴장을 누그러 뜨려 2008년 총통 선거의 승기를 잡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대만 총통선거에서 롄잔 국민당 주석은 현 천수이벤 주석에게 불과 2만표차로 패배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의 이러한 의도를 증명이라도 하듯, 양당의 급격한 밀착 분위기에 대만 정부와 민진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우자오쉐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은 롄잔에 대한 초청 기미가 보이던 지난 달 30일 “국민당이 공산당에 놀아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츄타이싼 대륙위원회 부주임도 “대만국민의 90%가 반분열법을 반대하고 있으나 국민당은 이번 접촉과정에서 이런 민의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의원의 경우 “국민당의 방중은 중국의 반국가분열법 제정을 무마시켜 주는 것”이며 “국공합작을 통해 대만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반분열법 체제 안착화 조짐

  국민당 대표단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공산당을 상징하는 오성홍기가 눈에 띈다
사진출처 : 중국관영 신화통신
중국 입장으로서는 반분열법 반대의 한 목소리를 내던 대만이 국민당 대표단의 방중으로 인해 친중-반중으로 갈라진 것만 해도 큰 소득이라는 평가다. 또한 롄잔 국민당 주석과 후진타오 공산당 총서기의 회담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대만 사회의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대만 독립 시도를 자제해온 민진당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독립의 수순을 밟게 되고 양안 긴장이 극도로 격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제적으로는 반분열법 체제가 연착륙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반분열법 제정에 쌍지팡이를 짚고 나섰던 미국의 경우 특별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러시아, 한국 등과 연이어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역내 국가들의 동의 없이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추진하고 나서 오히려 외교적으로 고립화 되고 있는 형국이다.

반분열법 제정과 관련해 큰 관심을 보였던 EU의 대 중국 무기 금수 조치 해제 역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끄 시라끄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후진타오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대중 무기 금수조치는 벌써 시한을 다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금수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신화통신은 금수조치 해제의 의미를 중국과 EU의 전략적 관계 강화로 해석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동북아 미일 헤게모니 체제에 대한 간접적 압박임과 동시에 대만 민진당 정부에게는 사활을 건 공세로 다가온다는 해석이다. 최근 한국정부는 한미일 동맹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통한 역내 균형추 역할을 외교 목표로 삼는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대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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