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정통부 생체정보 DB 즉각 폐기하라"

“생체정보 수집 위험성 재론의 여지없어"

정보통신부(정통부)가 5600여 건에 달하는 개인의 생체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정통부가 구축한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DB)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다산인권센터,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16개 인권단체들은 21일 “국민의 인권을 담보로 한 채 누구의 배를 불릴지 모르는 산업 육성에만 몰두하는 정통부의 오랜 행태는 중지되어야 한다”며 △생체정보 수집 당시의 동의양식과 절차 공개 △생체정보 DB를 제공한 업체 및 연구기관 목록 공개 △현재까지 구축한 생체정보 DB 즉각 폐기 △생체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촉구했다.

“정당한 원칙․절차 없는 개인정보 수집․관리가 이미 인권 침해”

인권단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통부가 생체정보 수집의 근거로 밝힌 내용들을 열거하며, 정통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통부는 이번에 밝혀진 생체정보 수집에 대해 △충분한 보안장치 △당사자 및 보호자 동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52조에 의거한 정보 수집 등의 근거를 내세우며 생체정보 수집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정통부의 주장에 대해 “변명일 뿐”이라며 “정보인권에 대한 정통부의 무감각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우선 “정통부가 생체정보 수집 당시 당사자,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보호자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는 동의의 내용과 절차”라며 “정보주체에게 생체정보 제공의 위험성을 비롯해 제공 정보를 열람, 삭제, 폐기할 수 있는 권리와 행사 방법 등에 대해 정확히 알렸는가”라고 꼬집었다.

인권단체들은 정통부가 밝히고 있는 ‘충분한 보안장치 마련’(암호화 프로그램 설치 노트북 이용, 2중 통제구역 마련) 등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있었던 무수히 많은 정보 유출 사건들 중에서 보안장치를 갖추지 않아 생긴 사례는 거의 없다”며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한 원칙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개인정보 수집과 관리 자체가 이미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지문과 얼굴 형상이 이미 개인식별정보 아닌가”


인권단체들은 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지문과 얼굴 사진 외 성명, 주소, 연락처는 수집 하지 않았다”는 정통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문과 얼굴 형상은 그 자체로 개인식별이 가능하다”며 “설사 개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유출될 경우 정보주체에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오히려 “정통부가 아무런 개인식별정보 없이 동의를 받았다는 것은 동의의 절차가 지극히 간소했고, 사후적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동의 내용이 변동되거나 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해도 정보주체에게 이를 알릴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것을 뜻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통부, 개인정보 보호 관련 주무부처로 자격 없어”

인권단체들의 비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통부가 밝힌 법적 근거(정보통신망법 52조)에 대해서도 “법의 목적과는 정반대의 사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조항(정보통신망법 52조)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근거 규정이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반 활동을 열거하고 있다”며 “정통부의 이번 사업은 오히려 개인정보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반대의 목적을 가지고 추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민간영역의 개인정보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정통부의 위상과 관련해 “정통부는 생체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생체정보의 이용을 촉진하는데 발 벗고 나섰다”며 “이번 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통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주무부처로 적절하지 않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인권단체들은 "정보주체가 동의했고 돈을 줬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언은 이윤추구에 눈이 먼 기업가라면 몰라도 한 국가의 부처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라며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자신의 장기를 판매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체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는 설사 정보주체가 동의한다고 해도 임의로 수집되어서는 안 된다”며 재론의 여지없는 생체정보 수집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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