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기도 찜찜한 뉴브릿지의 사회공헌기금

정부 "노심초사" VS 뉴브릿지 "그래도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

국세청장이 바뀌고 투기자본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공론화 된 적 없던 투기자본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단한 일이라도 난 듯 모든 언론들이 들끓었다. 정부는 '살살 다뤄 달라'며 언론들을 얼렀고, 급기야 투기자본이 처음으로 자신의 이익금을 사회로 환원한다며 '사회공헌기금'을 자랑스럽게 전달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전달한 기증서
뉴브릿지 사회공헌기금, 생색내기용일 뿐

한미은행을 매각한 칼라일 펀드는 7천억 매각 차익에 납부한 세금은 0원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경우 1조원이 넘는 차익에도 불구하고 매각할 경우 내야할 세금 역시 0원이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둔 국제 자본들은 세금에 대한 부담 없이 막대한 이득을 취해 왔고 '투기자본에게 과세를', '수익을 사회로 환원하라'는 노동사회단체들의 요구가 줄을 이었다.

세무조사 착수 이후 가장 먼저 이미지 개선에 나선 뉴브릿지캐피탈은 지난 20일 받기도 어색한 2천만 달러, 200억 원에 이르는 사회공헌기금을 전달했다. 투기자본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생색은 났지만 비난여론을 무마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금액은 뉴브릿지캐피탈이 제일은행 매각을 통해 얻은 1조 1천 8백억원 가량의 차익에서, 정당하게 납부해야 할 36%의 양도세 4,100억원의 1/2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중에 과세하더라도 이 금액은 면세혜택까지 받게 된다. 이에 노동사회단체들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생색내기용 일 뿐'이라고 꼬집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례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데이비드 본더만과 리처드 블럼 뉴브릿지캐피탈 공동회장은 사회공헌기금 전달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관련한 여러 입장을 밝혔다.

"한국과 미국, 말레이시아 간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따라 한국에 세금을 내지 않을 뿐 세금 회피는 아니다"
"한미 과세협약에 따라 미국에서 세금을 낸다"
그리고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이며 앞으로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예상치도 못했던 뉴브릿지의 사회공헌기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중소기업연구원에 전달됐다. 자산관리공사는 이 자금으로 별도 펀드를 신용불량자의 채무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라 밝혔고, 중소기업연구원은 연구기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뉴브릿지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이에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1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탈세를 자행하는 투기펀드에게 수수료나 다름없는 기부금을 받고 말 것이 아니라, 정당한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시센터는 "투기자본과 정부당국은 국민들의 정당한 바램을 무시했고, 설상가상으로, 뉴브리지캐피탈 측은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으로 국민을 호도하려 들었다"고 지적했다.

  제일은행 노동조합 홈페이지 장면

감시센터에 따르면 △제일은행에 투자한 특수목적회사 ‘KFB 뉴브리지 홀딩스’는 조세회피지역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되어 탈세 의도가 명백하다 △개별 투자자들이 (나중에)미국당국에 세금을 낸다고 했지만, 펀드 투자자들의 구성을 전혀 알 수가 없어 실질적 과세가 어렵다 △이중과세방지협약("소득 및 자본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 및 탈세방지를 위한 협약”)에 따르면 국내에서의 ‘고정사업장’과 ‘종속대리인’을 대상으로 얼마든지 과세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불가능한 것 처럼 왜곡시켰다는 설명이다.

센터는 "뉴브리지캐피탈이 얻은 소득은 제일은행에 투자된 공적자금과 제일은행노동자들의 대량해고 등에 따른 희생의 대가"라고 강조하며 "정당한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 자본에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정부

정당한 세무조사라고 하면서도 정부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22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는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AMCHAM),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서울재팬클럽 등 외국기업인 단체도 최근 국세청의 외국자본 세무조사에 대해 정당성을 인정했다"고 밝히며 세무조사의 정당성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해를 호소했다. 또한 최근 5%룰로 촉발된 외국언론들의 비난이 외국자본에 대한 세무조사로 연결되면서 혹여 파문이 확대 될까 '국내자본 세무조사 형평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해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18일 증권시장은 외국계자본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블랙 먼데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시장의 반응에 정부의 초조한 눈치보기는 계속되고 있다. '세무조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련 단체들의 우려가 무리도 아니다. 과연 국세청이 세무조사 결과, 어떤 조치를 취하게 될 지에 세간의 이목이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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