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했다 430전야제

30일, '노동절전국노동자대회 투쟁문화제' 열려

115주년 세계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국회 앞에서는 ‘2005 세계노동절 전국노동자대회 투쟁문화제’(투쟁문화제)가 열렸다. 국회에서 비정규직법안을 놓고 노·사·정의 막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투쟁문화제는 ‘비정규개악안저지, 권리보장 입법쟁취’ 주제로 치러졌다. 오후 6시 30분 사전마당을 시작으로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투쟁문화제에는 노동자, 학생, 사회단체 회원 등 2500여 명이 참석했다.


30일 투쟁문화제는 한 마디로 ‘썰렁’했다. 29일 노사정 협상 끝에 ‘기간 문제 제외하고 합의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5월 2일 협의가 최종이 될 것이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열린 것이었음에도 30일 문화제에서는 협상 결과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암묵적 금기처럼 협상 결과에 대해 침묵한 채 ‘비정규직 철폐’라는 구호만 반복됐을 뿐이다. 또 이날 투쟁문화제는 수도권노동자영상패를 비롯해 노래·율동·영상 등 24개 문예패들이 불참해 ‘반쪽짜리 430전야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와르 이주노조 위원장, “이주노동자, 노예처럼 살고 있다”

본마당에 앞서 진행된 사전마당의 시작은 이주노동자들이 맡았다. 이주노동자 안산지역 노래패 ‘정면돌파’의 노래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사전마당에는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노래패와 안산공과대학지부 비정규노조의 노래공연, 장애인들의 수화공연 등으로 채워졌다.

이날 사전마당에서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안와르 씨는 발언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사회에서 온갖 차별을 받고, 노예처럼 살고 있다. 인간답게 살고 싶지만, 아직까지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며 “한국 동지들을 믿고 노동자권리 쟁취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안와르 위원장에 이어 무대에 오른 박경석 420장애인찹별철폐공동투쟁단 공동집행위원장은 “벌금 70만 원이 없어서 노점상을 하던 장애인이 자살을 하고, 가족들에게 두담 되기 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며 “이처럼 이 땅의 장애인, 노동자, 민중들은 죽어가고 있지만, 노무현 정권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비정규직법 등을 통해 민중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양 노총 위원장, 속 모를 발언

참석자들의 발언과 공연에 이어 연합풍물패의 풍물길놀이로 사전마당은 마무리됐고, 7시 30분부터 이날 투쟁문화제의 본마당이 진행됐다. 본마당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양대노총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노동방송국의 오문숙 씨 사회로 진행된 본마당에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정부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을 보호법의 탈을 씌워서 국회에 제출했다”며 “인권위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뒤 전세가 역전되어 우리가 반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절 투쟁의 결의를 모아 비정규양산법을 완전 폐기하자”며 “노동자는 하나다”는 구호로 발언을 마쳤다.

이어진 연대사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역사적인 첫 단식 연대투쟁을 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제는 대화와 투쟁, 두 가지 전술을 함께 펴나갈 때”라고 거듭 강조한 이용득 위원장은 “노사에서 전혀 합의 안 된 사안을 정치권에서는 마치 합의가 다 된 양 떠들어대고 있다”며 29일 노사정 협상 결과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그는 “양 노총이 반드시 하나 될 것을 약속한다”며 “우리는 싸워도 함께 싸우고, 깨뜨려도 함께 깨뜨릴 것이며, 합의해도 함께 합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득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29일 노사정 회의가 끝나고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만 남았다”고 말한 것과 사뭇 달라 2일 최종 협의에서 한국노총의 행보가 주목된다.

“비정규직 철폐 안되면, 전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의 위기 올 것”

양대노총 위원장들의 발언이 끝나고, 본마당 1부는 ‘투쟁에 나서다’라는 제목의 영상물로 시작됐다.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물에 이어 원문숙 현대자동차 아산 사내하청지회 대의원의 발언이 있었다. 원문숙 대의원은 “2003년 사내하청지회 설립 이후 사측의 폭력적, 조직적 탄압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끝까지 지지 않는 투쟁을 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이어 서울지역비정규차별대행진실천단(실천단)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실천단 단장을 맡은 고종환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서울이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많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알려내고, 투쟁을 만들기 위해 1주일 동안 서울 25개구 150km를 행진하며 50여 개의 장기투쟁사업장, 비정규직투쟁사업장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며 그 동안의 순회투쟁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행진을 하면서 비정규직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고, 얼마나 탄압받고 있는지 온 몸으로 느꼈다”며 “자본과 정권이 민주노총의 위기 운운하지만 지금 비정규직을 철폐 안하면 정말 전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현장에서 힘겨운 투쟁을 전개 중인 유기수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 김흥수 사회보험노조 위원장, 김득의 흥국생명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유기숙 사무처장은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과 투쟁 경과를 보고하고, 30일 오전 고공크레인 점거 농성에 돌입한 울산플랜트노조 조합원들의 소식을 전했다. 울산플랜트노조 소속 조합원 3명은 단체협약 체결과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요구하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SK건설현장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고공농성 중인 울산플랜트노조 권혁수 조합원은 즉석 전화통화를 통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농성을 계속할 것이다”고 밝히고 “민주노총 조합원 여러분, 끝까지 투쟁해서 비정규개악안 반드시 철회합시다”라며 “투쟁”을 외쳤다.

“비정규직 고통 물려줄 수 없다”

  이덕순 지하철청소용역 노동자
‘회유와 탄압을 뚫고’ 주제로 진행된 본마당 2부 행사에서는 울산플랜트 노동자 오금철 씨의 ‘노동글’ 낭독과 민중가수 오혜란, 김성만, 김가영 씨의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또 청소용역 노동자를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사례를 주제로 한 가극단 ‘미래’의 연극 공연은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특히 이날 투쟁문화제에 참석한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미래’의 공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로 일하는 이덕순 씨는 “우리는 대표적인 비정규직이다. 누구보다도 비정규직의 고충을 잘 안다. 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대부분 아줌마들인데, 그들은 하나같이 자식들에게만은 이 비정규직의 고통을 물려주면 안 된다고 말한다”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비정규직법안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규직 언제라도 비정규직 될 수 있고, 잘릴 수 있다"


마당극 걸판의 공연으로 3부 ‘노동자를 향한 자본의 칼날’이 이어졌다. 자본가들이 부르는 ‘이윤을 위한 행진곡’과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프로그램 ‘만사마’를 패러디한 ‘신자유주의님’이 등장한 공연으로 이날 투쟁문화제 현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어진 노동자들의 즉석 발언에서 최종호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지회장은 자신을 정규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구로공단의 많은 회사들이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하면서 정규직의 빈자리들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바로 몇 시간 전 우리 지역의 불법파견노동자들이 문자메시지로 해고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최종호 조합원은 “비정규직이 철폐되지 않는 한 정규직은 언제라도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언제라도 잘릴 수 있다”며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마이크를 이어 받은 울산 양진욱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비정규직이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이며 “노동자들의 단결로 비정규개악안 철회시키자”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 노조 최옥화 씨는 무노조 경영을 자랑하는 삼성이 저지른 온갖 행태들을 꼬집으며 “법원과 검찰이 삼성과 똘똘 뭉쳐서 노동자 탄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난히 밝은 표정의 노동자들이 다음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얼마 전 투쟁에서 승리한 한원CC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김부영 한원CC 노조 위원장은 그간의 투쟁 경과를 보고하고, 여러 동지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부영 위원장은 “우리도 끝까지 연대해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밝히고, 다른 8명의 여성 노조원들과 ‘경기보조원의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날 투쟁문화제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적힌 단두대를 망치로 부수는 장면을 형상화한 상징의식과 대동놀이로 막을 내렸다. 비정규법안 처리와 관련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이날 투쟁문화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강고한 노동자 연대의 장이 되어야 했지만, ‘반쪽 430전야제’라는 오명을 안고 마무리 됐다.

"문선패를 동원의 대상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박주동 수도권노동자영상패 영상활동가 인터뷰

수도권노동자영상패를 비롯해 24개 문예패들이 이번 430투쟁문화제 불참을 선언했다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았다. 이번 공연은 사회적 합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담겨야 한다는 율동패의 의견이 있었다. 수도권영상패는 영상의 내용과 범위는 영상패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고, 민주노총에서 만약 그것을 제한한다면 참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영상패는 영상 제작과 편집권을 영상패가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민주노총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노총에서는 율동패와 노래패의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영상패의 의견만 받아줄 수는 없다고 했다.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는가

없었다. 지금까지 메이데이와 노동자대회 등 주요 행사에는 대부분 참여했다. 다른 문예패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상 역시 자기검열이 강하다. 영상 활동이 기조를 벗어난 적도 없고, 민주노총에서 영상의 내용과 범위를 제한한 적도 없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사회적 교섭’ 문제를 문예패가 다루는 것이 노동자의 단결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선이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단결을 저해했고, 맹동주의라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문예패들이 연예인들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틀을 만들고, ‘이렇게 해달라’는 것은 문선패를 동원의 대상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선패는 주체적으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내용들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향후 활동 계획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수도권노동자영상패는 현재까지 중계위주로 일을 하다 보니, 자기 색깔을 내지 못했다. 이후에는 현재의 정세를 잘 알려낼 수 있는 활동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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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 메이데이 , 전야제 , 430투쟁문화제 , 문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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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GM

    <이어진 노동자들의 즉석 발언에서 최종호 금속연맹 서울지부 남부지회 조합원은 자신을 정규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구로공단의 많은 회사들이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하면서 정규직의 빈자리들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바로 몇 시간 전 우리 회사의 불법파견노동자들이 문자메시지로 해고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최종호 조합원은 “비정규직이 철폐되지 않는 한 정규직은 언제라도 비정규직이 될 수 있고, 언제라도 잘릴 수 있다”며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최정우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지회장 동지입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의 불법파견노동자들이.."가 아니고 "우리 지역의 불법파견노동자들이.."예용.

  • 참세상

    수정했습니다. 세밀한 지적 감사드립니다.

  • 측면지원

    정면돌파는 이주노동자 노래패가 아니라, 안산지역 동지들이 모여 만든 노래패입니다. 이주노동자 노래패는 아직 없을껄요...? (조만간 만들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 전야제 때는 정면돌파와 이주동지들이 함께 꾸린 자리였구요^^

  • 참세상

    수정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지적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

  • 확실히...

    문제가 있다... 문선패의 공연과 영상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들의 행동에 지지한다..

  • 건설노조

    유기수 동지가 맞습니다. 그리고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의 사무처장이 아니라 건설산업연맹의 사무처장입니다.

  • 궁금합니다

    지도부의 태도는 왜 문제가 있는 것이고,
    문화단체는 왜 참가를 거부한 것이고,
    왜 반쪽짜리 문화제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