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함부로 가져가면 검거대상?

조가영 위원장 체포영장, 공안당국의 계속되는 현대차 엄호

108일째 파업농성 중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 공안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5일 조가영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조가영 위원장은 사내하청업체인 대서공영에 들어가 업무서류 등을 훔치고 집기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서공영 소속의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입사관리대상자'라는 제목의 블랙리스트 및 노조 사찰파일을 발견한 사건으로 다시 한번 편파성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 발견돼면 복사해가라

지난달 6일 조가영 위원장 및 현대차비정규노조 조합원 20명(이중 대서공영 소속은 12명)은 대서공영 사무실에서 미지급된 설연휴 귀향비 지급을 요구하다가, 만 2년동안 작성된 1백페이지 분량의 노조사찰 파일과 블랙리스트를 발견했다.

게다가 현장에는 대서공영의 실질적 대표인 이사와 소장이 있었고, 이들은 노조와의 면담에서 "현금으로는 줄 수 없으니 물건으로 가져가라"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회사가 체불임금을 줄 수 없다며 물건으로 가져가라고 했고, 이에 노동자들이 사무실에 있는 종이들(블랙리스트와 노동조합 사찰 문건 포함)을 폐지로 팔기 위해 가져갔는데, 이것이 서류를 훔쳐간 혐의로 뒤바뀐 것.

당시 이 사건과 관련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을 포함, 사회당 등 사회단체들은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노조 사찰을 비난하는 기자회견 등을 진행한 바 있으며 언론에 보도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현대자동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블랙리스트는, 사회당 민주노동당 노동단체 관계자 등 기업차원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개인사찰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공안당국의 개입한 냄새를 짙게 풍겼다.

그런데 여론이 잠잠해지자 공안당국이, 블랙리스트와 노조사찰파일 발견에 대해 도리어 서류를 훔쳐갔다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조가영 위원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대서공영 소속의 한 노동자는 "이사나 소장은 물건으로 가져가라고 하면 우리가 그냥 갈 줄 알았는데, 어수선한 사무실에서 블랙리스트까지 섞여나오자 당황했을 것"이라며 "고소고발 내용을 보면 마치 아무도 없었는데 우리가 몰래 문 따고 서류를 훔쳐간 거처럼 나오는 게 어이가 없다"고 전했다.

지난 2월에도 경찰은, 현대자동차 경비대가 공장내에서 납치한 안기호 비정규직노조 전 위원장을 정문 앞에서 대기·인계받는 합동작전을 펴 '유착'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규직 대대 앞두고, 비정규직 불씨 자르기?

이번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서, 공안당국이 정규직노조의 대의원대회 후 본격화될 불법파견 투쟁을 사전차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현대자동차 원하청 노조 등으로 구성된 '불법파견 원하청 연대회의'는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 전환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철폐 등 '불법파견 철폐 특별교섭 방침'을 확정했으며, 정규직노조는 오는 9일 이 방침에 대한 대의원대회 추인을 앞두고 있다.

이 대회에서 정규직노조가 임금협상안과 함께 추인할 예정인 주간연속 2교대제 역시 정규직노동자의 근로형태 변경이 내용이어서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대의원대회 이후엔 비정규직노조의 파업농성 확산 및 울산을 중심으로 한 불법파견 투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있어,공안당국이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조가영 위원장에 대한 검거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안기호 위원장 구속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노조가 70명 이상의 파업농성을 유지하고 있고, 정규직노조 대의원대회 후 본격적인 투쟁국면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므로 조가영 위원장을 잡아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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