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진성도급' 묵인 논란

노조 "전환배치 일 뿐" 해명, 현장조직들 "불신임 포함 강력 대응"

지난 3일 쌍용차노사가 합의한 "라인 인원 재배치"와 관련, 노조가 불법파견을 은폐하는 ‘진성도급화’를 수용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환배치 했을 뿐" vs"사실상 진성도급화"

△조립품질 문제 개선 등을 위해 별도의 ‘공정품질담당’ 부서 신설 △해당 인원(약 104명)을 조립 1, 3, 4 팀에 각각 배치하는 것을 포함해, 생산라인에 혼재해 있던 원청과 하청 노동자를 분리해 라인별로 재배치한다는 것이 쌍용차 노사 합의서의 내용이다.

현행 파견법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된 생산라인은 불법파견, 비정규직으로만 이루어진 생산라인은 합법도급. 쌍용차 노조 조합원들과 현장조직들은 쌍용차 노조가 자동차 업체 측이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추진 중인 '진성도급' 즉 '합법도급'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인원 증감상 협의에 따른 전환배치"라는 것이 노조의 공식 입장이다. 조영진 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진성도급이라면 불법파견 판정의 여지가 없어져야 하는데, 전환배치의 내용에 따르더라도 불법파견 판정의 요건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전환배치에 따르더라도 '품질담당 부서'를 통해 시설이나 노무권은 여전히 직영이 가져가며, 의장이나 샷시 라인이 아닌 조립3, 4팀 전체로 보면 직영과 하청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합의내용을 바라보는 현장조직, 조합원들의 판단은 이와 사뭇 다르다. 한 현장조직 활동가는 "노조는 회사가 과거부터 꾸준히 진성도급을 추진하던 논리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며 "관리 감독권을 누가 가지느냐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제로 품질관리팀이 '관리'가 아닌 상호협조를 위한 부서라고 해석을 다투면 어쩌겠는가?"라고 지적한다.

그는 "중요한 것은 기존의 직영, 하청 혼성라인을 분리한 것이 진성도급화의 가장핵심적인 내용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합의안이 진성도급화가 아니라고 보는 활동가나 지회간부들은 별로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규직 보호 위해" vs "총고용보장 투쟁의 문제"

조영진 부장은 "전환배치를 진성도급이라고 추축하는 것도 문제지만, 왜 노조가 그런 전환배치에 합의했는지 듣지 않으려는 것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 부장에 따르면, 회사 측은 인원증감산 노사협의 과정에서, 노조가 유휴 인력으로 남는 정규직 211명이 휴직을 가거나, 전환 배치를 수용하는 것 중 양자택일 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조 부장은 "이미 쌍용차에서는 600여명이 8개월 간 순환휴직을 한 바가 있는데, 다시 정규직을 순환휴직하게 할 수도 비정규직을 해고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환배치 문제가 고용보장의 방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현장조직의 반응이다.

위의 활동가는 "회사 측이 생산성 향상이란 명목으로 결국 노동강도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는 협상이 아닌 노동강도 강화없는 총고용 보장과 수평적(혼성라인 분리없는) 이동 두 가지 대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인원 재배치 문제에서 대의원들은 한 라인당 30명 인원 증원을 요구했으나, 회사에서 보장한 인원은 10명에 그쳤고 이는 바로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대대 총의 무시한 직권조인"

대의원들이 분노하는 다른 지점은 위원장 이하 몇명의 집행부가 대의원대회의 결정 사항을 밀실에서 뒤엎었다는 점. 심지어 노조 간부들조차 이번 협상에서 배제됐다고 위 활동가는 전한다.

지난 달 6일 대의원대회에서 '전환배치' 문제는 대의원대회 총의로 부결됐다. 같은 달 22일 대의원대회에서도 '전환배치'안건은 상정자체가 부결됐다. 그러나 오석규 위원장 이하 3인의 간부들은 3일 밤 11시 비공개 협상에서 위 내용을 합의했다.

위 활동가는 "협상과정에서 노조 실장, 부장급 간부들이 진성도급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원래 협상팀도 아닌 3인이 들어가서 도장을 찍고 온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불파 전선 교란, 부끄럽고 참담하다"

위 활동가는 "무엇보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전국적으로 그리고 금속연맹과 총연맹 차원의 핵심 투쟁으로 가는 상황에서 노조가 불법파견을 합법화해주는 '진성도급'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번 쌍용차 노사의 합의는 단순히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후 불법파견 투쟁 전체 전선에 교란을 주고 타 회사의 '진성도급화'에 명분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쌍용차의 제 현장조직들은 공동 출두와 6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번 합의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을 한 데 이어, 9일 이와 관련 현장조직 토론회를 예정하고 있다. 위 활동가는 "현장조직들의 요구는 합의안을 폐기하고 원위치 시키라는 것이며, 이번 직권조인과 관련해 위원장 불신임을 포함한 대응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 내에서도 이미 사퇴를 했거나 사퇴를 고려 중인 간부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와 관련된 파장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동차업종 비정규노조 대표자들은 5일 "쌍용차 노조가 즉각 합의를 철회하고 불법파견 투쟁을 전개하는 모든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사과할 것"과 "상급단체인 금속산업연맹이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여서 파문은 노조 울타리 내에서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영문 노조 대협부장은 "합의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9일 담화문을 통해 합의 내용을 정확히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종 비정규노조 대표자 공동성명

불법파견 투쟁전선 흔드는 낯뜨거운 합의는 철회되어야 한다!

[쌍용자동차 라인재배치 노사합의 관련 자동차업종 비정규노조 대표자 공동성명]

쌍용차노조는 합의 즉각 철회하고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전선에 동참하라!
노동부는 당장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업종 불법파견 점검을 실시하라!

1. 지난 5월3일 쌍용자동차 노사는 “라인 인원 재배치”와 관련한 합의를 하였다. 그러나 합의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간 완성차 회사측이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집요하게 추진해왔던 이른바 ‘진성도급화’ 요구를 거의 다 수용한 내용들이다.

2. 자동차 조립라인의 핵심인 조립3팀과 조립4팀 인원재배치에서 그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이를테면 의장파트의 정규직은 모조리 의장 1라인으로, 비정규직은 모조리 의장 2라인으로 배치하고, 샤시의 정규직은 모조리 C-1라인으로, 비정규직은 모조리 C-2라인으로 배치하는 식이다. 원·하청 노동자 집단 배치전환을 통해 ‘직영라인’과 ‘하청라인’을 구분하려는 것이다.

3.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공장, GM대우차 창원공장 사내하청에 모조리 불법파견 판정이 나왔고 조만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불법파견이 예고되어 있다. 또한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100일이 넘게 해고와 구속·수배를 감내하며 피터지는 폭력탄압을 뚫고 불법파견 정규직화 전선 사수를 위해 온힘을 다바쳤다. 비정규직의 목숨건 투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런 낯뜨거운 합의가 나왔다는 사실에, 우리 자동차업종 사내하청·비정규노조 대표자들은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4. 이번 ‘라인 재배치’ 합의는 불법파견 은폐를 위해 자본이 추구해온 ‘진성도급화’를 수용했다는 점 외에도,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 전환배치를 노동조합이 가감없이 수용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상급단체가 불법파견 은폐를 위한 진성도급화에 반대할 것을 명확한 지침으로 하고 있으며, 민주노조운동은 배치전환시 본인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원칙일 뿐 아니라 인권을 수호할 수 있는 원리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쌍용자동차의 노사합의는 이 모든 원리와 원칙으로부터 이탈한 것이 분명하다.

5. 우리는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이 즉각 합의를 철회하고 불법파견 투쟁을 전개하는 모든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민주노총과 금속산업연맹의 지침에 따라 불법파견 집단진정에 돌입하고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전선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6. 쌍용자동차 회사 측에 경고한다. 정규직을 1라인으로, 비정규직을 2라인으로 모아내면 ‘불법파견’이 은폐될 것이라는 것은 당신들의 착각에 불과하다. 이번 합의서에 따르면 각 부서별 “공정 품질담당자”를 두도록 하고 있으며, 하청 잉여인원에 대해서는 “휴업조치 하되 향후 신규인원 필요시 최우선 배치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결국 이번 합의서야말로 하청노동자에 대한 업무지시와 작업배치, 해고여부를 원청인 쌍용자동차가 행하고 있다는 명명백백한 불법파견의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라인을 분리하고 집단 배치전환을 골백번 수행해봐도 결국 자동차생산의 모든 노무관리와 업무지시를 쌍용자동차가 행하고 있다는 불법파견의 증거는 절대로 은폐할 수 없다!

7. 아울러 우리 사내하청·비정규노조 대표자들은 노동부가 불법파견 은폐를 위한 자본의 행각에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자 한다. 노동부는 지난해부터 제조업 불법파견 일제점검을 실시하면서 자동차업종 점검시점을 올해 3월로 잡았으나, 아무런 이유없이 5월로 연기되었고 게다가 최근에는 다시 점검시점을 6월로 늦추고 말았다. 결국 자본의 불법파견 은폐행각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8. 우리는 이번 쌍용자동차 노사합의서의 내용이야말로 “확실한 불법파견의 증거물”이라고 판단하며, 노동부가 즉각 쌍용자동차 현장에 대한 불법파견 점검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미 불법파견 판정이 난 사업장 외에 나머지 사업장에 대한 불법파견 조사를 즉각 실시하라!

9. 우리는 상급단체인 금속산업연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및 징계절차에 나서줄 것을 요구한다. 아프고 쓰리더라도 원칙을 바로세우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만이 위기에 빠진 민주노조운동을 구원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10. 정부와 자본이 합작하여 불법파견 투쟁전선을 흔들려는 그 모든 시도는, 우리 사내하청·비정규노조의 목숨건 투쟁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이미 현대·기아차 및 GM대우차에서 원·하청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가 확대되고 있으며, 5~6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향한 거대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어떠한 협잡과 탄압이 오더라도 우리는 한치의 흔들림없이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원청사용자성 인정, 비정규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05년 5월 5일
자동차업종 사내하청·비정규직노조 대표자 일동

금속연맹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장 조가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지회장 홍영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전주공장비정규직지회 지회장 김형우
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창원공장비정규직지회 지회장 권순만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현장투쟁단 대표 김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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