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교사들 두려워 학생들 집회장 근처 배회
![]() |
▲ 서울시 교육청에서 파견된 선생님들은 가슴에 연두색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
한쪽 구석에는 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해 나온 각 학교 교사들이 연두색 스티커를 가슴에 붙인 채 학생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자기 학교 선생님을 만나 집회가 진행 중인 무대 근처로 가지 못한 채 당황해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선생님들이 오늘 집회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전교생한테 아침에 단속 나올 거라고, 참석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학교 방침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막상 집회장 입구에 서있는 교사들을 보고 얼굴을 가리고 피하기에 바빴다. 지하철 역 근처에 서서 머뭇거리고 있는 학생들은 “지하철역에서부터 선생님들이 서서 학생들 붙잡고 ‘어느 학교에서 왔냐, 빨리 집에 가라’ 그래요. 무서워서 지금 그냥 집에 가야 되나 고민하고 있어요”라며 어쩔 줄 몰라했다. 학생들은 특히 언론들의 카메라 공세에 “학교나 집에서 알면 큰일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학생들 입시안 오해한 채 동원된 느낌”
교육부 지침에 따라 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해 나온 선생님들은 한결 같이 “학생들 안전을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강남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입시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데 아직 내신등급제 관련해서 확정된 게 아니다”며 “본고사가 부활되면 다 해결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이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 골라서 갈 수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국가가 왜 나서서 통제하느냐”며 교육부 안 자체를 비판했다.
강북의 모 고등학교 교사는 “위에서 지침이 내려오기도 했지만 애들이 걱정돼서 나왔다”며 “학생들이 이 자리에서 자기 의사 얘기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나와 보니까 어른들이 짜놓은 판에 학생들이 동원되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자기반 학생들에게 같이 가자고 얘기했다는 이 선생님은 “여기저기서 나오는 리플릿 보니까 대학평준화 얘기까지 나오는데 그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들을 학생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
“우리를 실험용 쥐 취급하지 마라”
광화문에 모인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하나같이 흥분된 모습이었다. 종종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학교나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면서도 사진도 안 찍고 실명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에 우르르 몰려들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서울은 물론, 구리, 고양시 등 경기도에서 온 학생들도 많았다.
어떻게 집회에 오게 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2,3주 전부터 내신등급제를 폐지하자는 문자가 돌았다고 대답했다. 학생들은 “동원됐다는 얘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고1 학생들 모두 오늘 이 집회 같이 가자고 매일 얘기했다”고 밝혔다. “폐지되고 바뀌는 것까진 바라지 않아도 그저 우리 목소리 알아줬으면 해서 나왔다”고 울먹이는 학생도 있었다.
![]() |
▲ 학생들 사이에 퍼진 내신등급제 폐지 집회 참석 문자 |
자신을 ‘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지금 입시안에서 내신 9등급을 받으면 그 학생은 아예 희망이 없어진 것”이라며 “정말 서로 준비물도 안 가르쳐주고, 노트 필기 빌려주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생은 “지금 학교 분위기는 한 마디로 전쟁이다. 지금처럼 내신등급제로 가면 계속해서 자살하는 학생들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좋은 대학 못 가면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데 내신 시험 한 번 못 보면 그만큼 낙오자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본고사 부활에 대해서 학생들은 “도대체 우리보고 뭘 준비하라는 거냐. 이랬다 저랬다 계속 바뀌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들은 내신중심안은 3년 내내 입시전쟁을 치르라는 얘기라고 비판하는 한편, 본고사나 논술고사에 대해서는 “할 게 많아진다”고 우려했다. 입시안에 대한 정확한 생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교육부와 서울대의 잇단 입시안 발표에 대해 “우리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분노하면서 “차라리 그냥 예전 입시안대로 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히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애들 보기 가슴 아파”
추모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시는 사람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그들이다. 한 학부모는 “내신등급제 전면 폐지를 위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이 자리에 학생들이 모이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자녀도 함께 참석했다는 이 학부모는 “2008년도 입시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목별등급제”라고 지적했다. 또 “과목별등급제가 되면 모든 과목을 1등급을 따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요새 아이들은 시험 때가 아니여도 새벽 두세시에 자는 일이 태반이라 지켜보기 가슴 아프다”며 “내신, 수행평가에 논술까지 경제적, 시간적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수능이 자격고사화 된다고 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수능 1등급은 필히 따야 한다. 그러면 내신에 논술에 수능까지 전부다 목숨 걸고 따로 준비해야 되는데 이건 애들 잡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의 아픈 목소리 겸허하게 들어야”
가슴에 연두색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집회를 바라보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있었다. 한 전교조 선생님은 인터뷰 요청에 웃으면서 “학생부장이라 학교랑 이름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선생님은 “학생들이 이 자리에 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를 두고 일방적으로 폭력 시위로 번질 것을 염려, 선생님들 동원해서 감시하라는 교육청의 조치는 잘못됐다”며 “학생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고 감정적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학생들의 아픈 목소리를 현장과 교육계에 있는 어른들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인권과 두발자유 등에 대해서 학생들이 당연히 낼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교조 선생님은 2008년도 교육부 입시안에 대해서는 학생들과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세세한 부분이야 문제가 있지만 내신등급제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나도 학벌 없는 사회를 지향하지만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일정한 경쟁은 어쩔 수 없지 않냐”고 전제하면서 “고교등급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는데 이런 면에서 내신등급제가 지역 간 교육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서울대안에 대해 우려가 많다면서 “학교 간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안에서 성실히 공부해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분명 자질이 있다. 대학이 이런 학생들을 선발해서 훌륭한 인재로 키우는 임무를 져버린 채 입시로 걸러진 우수한 학생들만 뽑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
▲ 청소년들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를 썼다 |
“선생들이 앞장서서 헌법 어기라고 가르치는 꼴”
김병임 학벌없는사회학생모임 활동가는 “내신 상대평가, 고교등급제, 본고사 부활, 입시 경쟁 등 이 모든 문제가 대학서열화에서 온 것”이고 “특정 대학이 한국 사회 지배층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대학을 목숨 걸고 가야만 한다는 의식이 끊어질 수 없다”며 “대학평준화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것인데 선생님들이 이 자리에 나와 학생들을 감시하고 집회에 못 나오게 하는 것은 선생들이 스스로 헌법을 어겨도 좋다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감시하는 교사들을 비판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