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큰 딸 개인돈으로 회사 세워 현차 광고 싹쓸이?

글로비스,엠코 통해 장남 지분 높이던 현차그룹, 연이은 비상장사 설립

정몽구 회장 장녀 정성이씨 100% 지분 출자해 광고사 ‘이노션’ 세워

  현대기아차의 작년 국내 광고액은 2천억을 훌쩍 뛰어넘는다 [출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현대·기아차그룹이 종합광고회사 '이노션'을 곧 설립하기로 했다. 다음 주 중 설립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는 ‘이노션’의 자본금은 30억 원선 규모로 알려졌고 정몽구 현대차 그룹의 장녀 정성이 씨가 100% 지분을 소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 그룹 측은 지난 해 말로 금강기획(현대그룹 계열 종합광고회사)와 광고대행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도 했고 비밀 유지의 필요성이 높은 자동차 업계의 광고 전략과 독자적 홍보전략 마련을 위해 별도 광고회사를 설립 필요성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2004년 현대자동차가 1,220억, 기아자동차가 911억의 광고비를 지출한 상황을 감안할 때 ‘이노션’은 양사의 광고만 독점적으로 수주한다고 해도 2천억을 훌쩍 뛰어넘는 광고수주를 올리게 된다. 이 밖에 현대 모비스, 계열 건설회사인 앰코의 광고도 이노션으로 집중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1위인 제일기획이 2004년 대략 1조6천억 원 정도 광고 수주량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고 광고수주량 기준 통상 15% 정도가 대행 수수료 매출로 잡히는 점으로 감안할 때 "실무자 차원에서의 검토 결과 신설 광고회사의 자금회수 기간이 길고 이익규모가 적기 때문에 회사 내부의 신규사업 투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신설 광고회사에 출자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성이 씨의 개인지분 100%로 이노션의 자본금이 채워지는 이유를 설명한 현대차 관계자의 말에 힘이 실리는 지점도 있지만 광고계의 목소리는 이와 전혀 다르다.

“현대기아차 해외 광고까지 몰아주기 하면 업계에 일대 파란 일것“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 [출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제일기획의 한 중견 AE(광고기획담당자)는 “광고 수주액 2천억 원 정도라면 국내 업계 순위 10위권에 들기도 힘든게 사실이지만 글로벌 마켓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작년에 해외 광고에 얼마를 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모르긴 몰라도 만만찮을 금액 일 것”이라며 “해외 광고액을 합하면 이노션의 업계 순위는 훌쩍 뛰어올라 광고 업계에 일대 파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 전망했다.

그룹 회장 자녀가 백퍼센트 출자해서 광고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계열사에 대한 재벌그룹사의 광고 몰아주기는 한국 사회에서 낯선 관행이 아니다. 부동의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제일기획은 삼성그룹을 업고 있고 지난 2000년 계열 분리가 되긴 했지만 금강기획은 현대그룹을 엎고 급성장했다. LG애드는 LG그룹, 대홍 기획은 롯데그룹, 오리콤은 두산 그룹의 광고를 싹쓸이 하면서 성장가도를 걸었다.

구제 금융 정국 이후 외국계 광고대행사들의 진출이 급물살을 탔지만 대표적 외국계 광고회사의 하나인 TBWA코리아 또한 SK그룹의 광고를 도맡으며 급성장했다.

LG에서 분리해 나간 GS그룹 뒤에는 실버불렛이라는 생소한 광고회사가 존재

이노션의 파문에 가려져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근 LG그룹에서 분리해 나간 GS그룹과 실버불렛이라는 광고대행사의 관계에도 주목해볼만 하다는 지적이다. GS홈쇼핑, GS칼텍스, GS건설, LG25에서 이름을 바꾼 편의점 체인 GS25 등 소비재 생산 기업이 주력을 차지하는 GS그룹의 경우 실버불렛 이라는 생소한 광고대행사가 광고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최근 표절 논란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GS그룹의 로고와 CI작업 역시 실버불렛에서 진행했다.

실버불렛과 GS그룹의 관계는 현대·기아차 그룹과 이노션의 경우에 비해 좀 더 복잡하다. 실버불렛은 내셔널지오그래픽 비디오 판권을 소유하고 있고 기업 홍보 영상물을 주로 제작해 온 미디아트의 관계사인데 자본금이 20억에 불과한 미디아트의 대표직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삼촌인 허승표 회장이 맡고 있다.

참여연대, “현차에서 납득할 만한 근거 제시하지 못하면 엄중히 대응”

재벌 그룹의 계열사 광고 몰아주기 말고도 이노션의 출범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자리잡고 있다. 참여연대는 16일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회사 설립에 관한 참여연대 논평’을 제출했다. 지난 달 15일 현대·기아차 그룹의 광고 회사 신설 건에 관해 ‘회사 기회의 편취 및 회사 자산의 유용’ 문제로 질의한 바 있는 참여연대는 이노션 설립이 확실시된 16일 다시 논평을 발표해 현대·기아차 그룹을 맹성토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의 지원 하에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는 신설 광고회사의 이익을 지배주주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넘기는 것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며, 이에 대해 현대차/기아차 이사회가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엄중히 대응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선 참여연대는 지난 2001년 정몽구 회장과 그의 맏아들 정의선 사장이 100% 지분을 출자해 운송사업과 복합물류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비스를 설립했던 사실을 이노션의 설립과 비교했다.

현재 현대·기아차 기획 총괄 담당 사장인 정의선 씨와 정몽구 회장은 설립 당시 그리고 유상증자 등 두 차례에 걸쳐 총 50억을 글로비스에 투자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2003년과 2004년 주식 배당으로만 134억을 벌어들였고 2004년 11월에는 글로비스의 지분 25%를 업무제휴를 맺고 있었던 노르웨이 해운회사 빌헬름에 매각해 약 천억 원의 이익을 거뒀다.

글로비스 키워 재미보고, 글로비스 키워 팔아선 엠코 지분 높이고

대략 3천억 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정몽구, 정의선 양자의 지분을 합할 경우 정씨 부자는 50억을 투자해 4년만에 4천억으로 부풀린 셈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현대·기아차 그룹의 물류 운송은 글로비스가 싹쓸이 했다.

글로비스의 지분을 추적해가다 보면 ‘엠코’라는 신흥 건설회사를 또 만나게 된다. 현재 엠코의 지분 현황을 살펴보면 현대·기아차 그룹 정의선 사장이 25.04%, 계열사인 글로비스가 24.96%,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각 19.99%, 정몽구 회장이 1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정의선 사장은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손에 쥔 천억의 현금의 일부를 동원해 지난 해 12월 엠코 지분 25%를 매입해 최대 주주가 됐다. 또한 이 돈 가운데 432억으로는 기아차 주식을 매입해 지분률을 높였다. 또한 지난 4일 엠코는 452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정의선 사장과 글로비스가 각각 113억 원 가량,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90억 가량, 정몽구 회장이 45억을 투자했다고 공시됐다. 이로써 엠코의 자본금은 48억에서 500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2002년에 94억 매출 올린 회사가 2004년에는 4138억 매출 올려

  비상장사 엠코는 '몰아주기' 덕에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엠코는 현대·기아차 그룹 관련 건설 사업과 유지 보수및 관리를 도맡고 있는 회사로서 지난 99년 에이치랜드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엠코의 매출은 2002년에는 매출이 94억 정도에 불과했으나 현대·기아차 그룹의 몰아주기에 힘입어 2004년에는 무려 4138억의 매출을 올려 시공순위 49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4년 4월 주택건설사업자로 등록한 엠코는 지난 3월에는 인천 부평에서 엠코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분양 사업에도 뛰어들기도 했다.

특수관계사의 물량 몰아주기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엠코나 글로비스의 경우에 비교하면 이노션조차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더 문제가 되는 지점은 몰아주기를 통해 급성장 시킨 비상장사에 대한 투자로 현금을 손에 쥔 이후 그 현금으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는 재벌들의 탈법, 편법 상속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점이다.

법원이 십년간 질질 끌고 있는 에버랜드, 삼성그룹, 이건희, 이재용의 행태가 현대·기아차 그룹에서도 고스란히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탑5 목표라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이면

결국 엠코와 글로비스를 통해서는 장남 정의선에 대한 상속을, 이노션의 설립을 통해서는 장녀 정성이에 대한 한 몫 떼주기로 정리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그룹 안팎에서는 대전 선병원 이사장인 선두훈 씨와 결혼 이후 별반 주목받는 활동을 하지 않았던 정성이 씨가 이노션을 통해 활동을 시작하는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산업 글로벌 탑5 진입이라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화려한 슬로건 뒤에는 1만 비정규직의 현실 외에도 온갖 방법을 동원한 재산 세습이라는 구태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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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 현대차그룹 , 정성이 , 엠코 , 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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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허

    종이신문이나 프레시안 같은 곳 보다 더 낫군. 세밀한 조사와 분석이 굿!

  • Tony

    힘이 실리는 지점이 있기도... -> 힘이 실리기도 하지만...

    운동권들 잘 쓰는 용어들.. 지점.. 담보.. 아무 때나 그 말들을 마구잡이로 쓰니까 표현력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