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고대 측,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거절한 총학생회 탄핵”
지난 2일 발생한 고려대 학생들의 ‘이건희 삼성 회장 철학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반대시위)와 관련 학내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고려대 ‘총학없는 평화고대’(평화고대)라는 학생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총학생회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평화고대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화시위 약속을 깬 총학생회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반대시위 책임자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2457명의 학우가 참여했고, 이중 2353명이 총학생회 불신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탄핵안 발의에 대해 “반대 시위의 정당성을 떠나 평화적 시위에 대한 약속을 위반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총학생회의 태도에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탄핵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총학생회에 대한 평화고대 측의 탄핵안 발의로 반대시위를 둘러싼 논란은 학교당국과 학생들에서 학-학 갈등으로 옮겨졌다. 앞서 고려대 당국은 이번 반대시위에 적극 참가한 학생 5명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
평화고대 측의 탄핵안 발의에 대해 총학생회는 “회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중앙운영위를 열고, 절차에 따라 발의된 탄핵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고려대 총학생회 회칙에 따르면 탄핵안이 발의된 5일 이내에 중앙운영위원회는 과학생회장 이상이 참석하는 ‘전체학생 대표자회의’(전학대회)를 열고, 탄핵 안건을 학생총회 또는 총회에 상정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학생총회와 총회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전학대회 재적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학생총회나 총투표에서 재학생의 과반수가 탄핵안에 찬성하면 총학생회장단은 사퇴해야 한다.
총학, “학생들 집회에 총학이 일일이 관여하란 말인가”
고려대 당국과 평화고대 측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는 ‘이건희 반대시위’의 정당성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간 평화고대 측은 총학생회에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총학생회에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안형진 고려대 부총학생회장은 “당일 집회는 총학생회가 주관한 집회가 아니라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집회였다. 또 이미 총학생회는 당일 학생들의 시위가 정당했지만,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며 평화고대 측의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안형진 부총학생회장은 이어 평화고대 측이 요구하고 있는 재발방지 약속에 대해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집회는 총학생회가 모든 책임을 지겠지만, 학생들이 자유롭게 열 수 있는 모든 집회에 대해 총학생회가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평화고대 측이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고, 총학생회 탄핵을 위한 억지요구”라고 강조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총학생회는 이건희 삼성회장에 대한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에 대해 많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2일 집회에 참가했다”며 “명예철학박사 학위가 돈에 대한 대가성으로 거래되고 대학이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어 간다면 민족고대의 100년 전통과 앞으로의 학풍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반대시위의 정당성을 거듭 밝혔다.
학생들 간 격렬한 찬반 논란 일어
한편, 평화고대 측의 총학생회장단에 대한 탄핵안 발의로 고려대 학생들은 격렬한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16일 하루 동안 100여 개가 넘는 ‘탄핵’ 관련 글이 올라왔다.
‘반성총학’이라는 한 네티즌은 “총학생회는 할 말 없다. 삼성이 아무리 싫어도 학교당국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데 총학생회가 무슨 권리로 나서는가, 또 폭력은 왜 행사 했는가”라며 “이번 사태로 총학생회는 신뢰성을 완전히 잃었다”고 현 총학생회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에 대해 고려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송호균 씨는 “총학생회 탄핵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주된 논지가 폭력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지만, 사실 당시 저지 시위가 폭력이었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번 평화고대의 탄핵 요구는 오히려 또 다른 폭력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이건희 회장이 고려대로부터 받은 철학박사 학위에 대해서도 “나 역시 철학과 학생이지만 이건희 회장에게 철학박사 학위를 준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며 “경영학 박사학위도 아니고, 이건희 회장이 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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