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어도,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인터뷰] 수배중인 울산건설플랜트노조 김경태 조직부장

낯선 서울땅에서의 상경투쟁을 끝내고 귀향하던 날, 울산플랜트노조원들은 '경찰서에 있으니 삼시 세끼 밥 잘 나오고 편안하더라' '유치장도 서울은 뭔가 다르더라'고 세상을 비웃고 말았다.

파업 70일차를 맞고 있는 울산플랜트 노동자들은 평균 연령이 46세로, 언뜻 보아도 '늙은 노동자의 노래'가 어울리는 나이들고 순박한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주먹밥 두덩이로 끼니를 때워가며 잡아가면 끌려가고 풀어놓으면 다시 모였다. 지난 5월 5일 70M 상공의 단식농성자들에게 비옷을 올려보내달라고 요구하던 가족들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자, 노조원들은 쇠파이프로 무장한 채 질서정연하게 가두시위를 벌였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 김경태 조직부장
"여긴 다들 4-50대고 60대도 있어요. 2-30년 동안 현장에서 짓눌린 분노가 파업과정에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정말 눈물밥을 엄청나게 먹었죠. 내가 왜 이 일에 발을 디뎠는가"

수배상태인 울산플랜트노조 김경태 조직부장의 말이다.

"이 사람들은 노가다가 아니에요. 전문 기술자고 엔지니어 출신들이에요. 나라 경제에 한 몫 한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이 흙먼지 빗물에 밥을 말아먹어야 하는 현실. 직원 화장실 가면 왜 들어오느냐고 핀잔을 받아야 하고. 여름에도 씻지도 못하고 땀뻘뻘 흘리고, 길가에서 사람들 지나다니는데 뻘건 살 내밀고 옷 갈아 입어야 하는.. 일반 시민들은 안 믿는 겁니다. 그런데가 어딨느냐. 70년대도 아니고."

흔히 '노가다'로 불리는 울산의 건설일용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지난해 1월 9일이었다.

"지금 위원장(박해욱)이 전단지를 하나 돌리더라구요. 내가 그걸 받아보고 동참하겠다고 했어요. 나도 선배한테 '2-30년 이렇게 억압 받아오면서 작업개선 안하면 밑에 사람들이 뭘 배우겠냐'고 그랬어요. 노동조합을 만들던가 다 모여서 작업환경을 개선하자고."

그렇게 '분에 차서' 만든 노조였다. 그러나 김씨의 말대로 노동부와는 '끕이 다른' SK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4개월여가 지나자 전문건설업체들 사이에는 블랙리스트가 돌기 시작했다.

"업체에서 오라고 해서 노조원 둘이 SK에 일하러 갔는데 못들어오게 하는 거에요. '노조간부니까 안된다' 그래서 SK랑 충돌이 있었고, 그 때 우리 위원장은 구속도 됐었죠. 당시 SK는 노조 탄압 안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다시 물밑작업을 하고 있었죠. 블랙리스트 만들고 이런 사람들 오면 일 못 하게 해라."

이번 파업 과정을 통해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조합원들은 대부분 '노출'되었다. 지난해 6월 이후 계속된 노조의 교섭요청에도 전문건설업체들은 자사에 '조합원이 있는지 알아야 교섭을 할 게 아니냐'며 교섭을 회피했다.

노조는 노동부의 중재를 받고, 조합원 명단과 사측의 출근명부를 비교해 교섭을 진행하기로 한 뒤 지난 3월 23일 명단을 통보했다. 그러나 사측 교섭대표들은 출근명부를 가져오기로 약속한 3월 30일 간담회 자리에, 단 한개 업체의 명부도 가져오지 않았다.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만 파업이 정리되면, 간부라면 몰라도 평조합원들은 일할 수 있지 않겠나. 전문 건설업체와의 교섭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니까요. '교섭하는 업체는 울산에 발 못딛는다'는 원청의 눈치만 없으면."

"굶어죽어도, 맞아죽는 한이 있어도"

파업 두달. 늦은 결혼식을 하면서도, 그날 벌지 못하는 일당을 아쉬워한다는 일용노동자들의 현실에서 이는 곧 '죽기 살기'의 싸움이다.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입장인데 집에 다들 고등학생, 대학생도 있고. 전세금 빼고. 집 팔고. 이런 현실이죠."

그를 인터뷰하고 있는 시간, 울산 가족문화센터에서는 울산플랜트노사와 울산시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다자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 간담회를 하긴 하지만. 기대는 안합니다. 그냥 서로간에 입장만 얘기 안 하겠습니까. 단협 못 맺으면 굶어 죽어도 맞아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간다. 이런 거죠. 지금 못바꾸면 평생 못바꾸지 않겠습니까."

지난해 여수 광양 포항지역의 플랜트노조들 역시 조합 간부들이 전원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시청점거, 교량봉쇄 등의 비타협적인 투쟁을 통해 사측을 교섭자리로 끌어내고 단체교섭을 체결한 바 있다.

노동시장의 규모가 큰 울산은 플랜트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만 2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와 공안당국은 울산플랜트노조의 파업이 단체협약 체결로 이어질 경우 플랜트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독 정치자금과 관련된 비리가 심한 게 건설업계입니다. 여기서 안 나오면 나올 구멍이 없거든요. 그래서 탄압이 더 심한거고. 업체들은 일용노동자들 도시락 값까지 착취해 왔죠. 파업을 막으려고 하는 게 자기들이 봐 왔던 재미를 못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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