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단체, 영등위 위원회 추천 및 구성 개선 촉구

“영등위 추천제, 현실적·내용적 한계 명백한 ‘그들만의 추천제’”

문화연대, 영화인회의, 미술인회의,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문화예술단체들이 27일, 7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3기 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영등위 위원회 추천 및 구성의 합리적 진행 △영등위 구성과 관련 추천과 인선 범위 확대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균형 있게 배치될 수 있는 방안 제시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전검열’과 ‘비리’로 얽룩진 영상물등급위원회

99년 출범한 영등위의 전신은 과거 마구잡이 '가위질'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징처럼 여겨졌던 공연윤리위원회. 또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영등위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6년 세워진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까지 이어진다. 영등위 출범 이전까지 공연윤리위원회는 ‘사전심의’를 통해 창작물에 대한 검열과 규제로 명성을 떨쳐왔다.

공연윤리위원회가 폐지된 이후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독립 기구로 재탄생한 영등위는 ‘영화, 음반, 비디오물, 게임물 및 공연물과 그 광고·선전물에 대한 등급분류업무와 추천업무 등을 통해, 영상물에 적절한 연령별 등급을 부여하는’ 등 영상문화 관련 콘텐츠 내용을 심의·관장하는 기관으로서 위상을 가지고 있다. 문화예술단체들은 현재의 영등위는 “다양해지는 문화적 요구 및 권리들과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기관으로서 문화예술콘텐츠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공공기관 중 하나”라고 그 의미를 설명한다.


그러나 그간 영등위는 ‘국민정서’와 ‘청소년 보호’ 등의 명분을 앞세워 다양한 창작물의 유통을 막아 스스로 그 설립취지를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00년에는 사실상 상영을 금지할 수 있게 한 영등위의 ‘상영등급분류 보류’가 ‘사전검열’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또 지난 해 말에는 영등위 위원이 게임업체로부터 등급분류와 관견 수 천 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해 영등위 위원 구성과 운영방식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영등위 위원회 추천제, ‘그들만의 추천제’

문화단체들은 영등위가 ‘영상물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확보하여 국민의 문화생활의 질적향상을 도모한다’는 설립 취지에 맞는 자기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구성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음반비디오물및게임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영등위 위원회는 15인 이내의 위원을 대한민국예술원(예술원) 회장의 추천에 의해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영등위 규정은 ‘대한민국예술원법’에 의거해 청소년보호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방송위원회, 기타 예술원회장이 인정하는 단체가 2명 이상의 대상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단체들은 “영등위 위원회를 구성하는 절차가 추천제라는 ‘절차의 형식적 합리성’은 갖추고 있으나 현실적·내용적 한계가 명백한 ‘그들만의 추천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영등위 위원회를 구성·추천하는 전권을 민간기구가 아닌 예술원이 갖는 것에 대해 “민간위원회의 근본적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영등위의 규정은 ‘대한민국예술원법’에 근거하여 추천의 전권을 예술원이 종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대한민국예술원법’ 어디에도 영등위를 비롯한 민간기구의 추천권을 예술원이 독점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예술원, 새로운 감각 필요로 하는 영등위의 정체성과 맞지 않아”

문화예술단체들은 또 영등위를 민간 위원회 형태로 두고, 민간의 추천과 참여를 보장하는 이유가 “관 중심의 획일적 행정 구조에서 담보할 수 없는 다양성과 공공성을 민간의 참여를 통해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영등위가 취하고 있는 추천의 형식과 절차는 행정 조직에 대한 민간 참여의 취지에 근본적으로 반한다는 것이 문화예술단체들의 주장이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추천권을 종합하는 예술원의 조직구성에 대해 “새로운 문화적 요구와 욕망을 담아낼 수 있는 구성이 아닌 전통적인 예술 장르 구분에 기준한 전근대적 구조”라며 “예술원이 게임물, 공연예술 등 새로운 형태의 문화 컨텐츠에 대한 전문성과 감각을 필요로하는 영등위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예술원 구성원들의 특성상 과거 검열기구에 활동했던 사람들이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민주적 절차와 과정의 공개가 담보되지 않는 한 적절한 인사를 추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영등위는 이미 몇 차례 편향적 위원회 구성과 과거지향적 심의 및 등급보류로 인해 파동을 겪어왔다. 이번 위원회 구성이 영등위에 대한 또 한 번의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영등위 위원회 구성 및 추천의 전 과정에 민주적 원칙과 합리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또한 ‘어떠한’ 절차를 통해서 ‘누가’ 추천되고 ‘어떻게’ 심사될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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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위 , 영상물등급위원회 , 대한민국예술원 , 사전검열 , 등급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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