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론에 대한 삼성의 답변, “상생하자”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눈가리고 아웅하기식 대책

고대사태 이후 ‘삼성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여론 급등

  명예박사학위를 받기 직전 이건희 회장은 고대에 480억을 기부했다. 개인돈이 아닌 삼성돈으로 [출처: 고려대학교 홈페이지]
이건희 삼성회장에 대한 고려대학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와 반대 학생 시위, 그리고 그 시위를 둘러싼 고려대학의 호들갑스러운 대응으로 촉발된 ‘삼성 공화국’논란에 대해 삼성측이 ‘상생’과 ‘나눔 경영’이라는 구태의연한 답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지난 달 2일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 학생들이 “이건희 회장은 철학박사가 아니라 노동탄압 박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고 그 와중에 벌어진 물리적 충돌에 대해 고려대학 측과 보수언론이 강력하게 학생들은 비난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삼성측에 우호적이고 학생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일견 형성되는 듯 했으나 ‘보직 교수 총사퇴’등 고려대학 당국이 저자세를 보인 것, 삼성 출신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무노조 경영 편들기에 나선 것, 심지어 한겨레신문에 고대측의 학생징계를 비판한 민교협을 비판하는 어이없는 기명 칼럼이 실리는 등 전사회적 삼성 떠받들기 분위기가 형성되자 다시 여론은 ‘해도 너무 한다’는 식으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판, 검사를 비롯한 퇴직 고위관료들을 삼성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사건이 다시 제기되기도 하면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조차 ‘삼성 견제론’ ‘삼성공화국 우려론’을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이건희 회장, 대책마련 지시

이 때 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삼성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건희 회장이 직접 대책마련을 지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 주요 계열사의 사장들과 구조조정본부 고위 간부들로 구성된 삼성 수요 회의는 지난 달 25일과 1일, 2회에 걸쳐 삼성공화국론에 대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25일 회의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각'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문을 제출했고 이후 사장단이 자유토론이 벌어졌고 1일 회의에서는 ‘삼성 경계론 극복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의 막강한 정보력으로 수집한 시민사회와 정관계의 구체적 여론들이 전달된 가운데 “우리가 무슨 죄냐? 일 잘해서 영향력 커진 것이 뭐가 문제냐”는 식의 볼멘 발언들과 “견제 여론이 높은 것도 사실”이라는 현실 인정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과 나눔경영으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

  이건희 회장 부부와 삼성 최고위층
2주에 걸쳐 고위급 논의를 가진 후 삼성은 “단 1%의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이들을 포용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상생’과 ‘나눔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1일 오후, ‘공식적 결론’을 발표했다.

또한 삼성 사장단이 논의 끝에 "삼성이 커지고 있는데 대한 일부 단체의 비판을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국가 대표기업으로서 경제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중소기업과 어려운 이웃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친기업 여론이 필요하다“는 압박 잊지 않은 삼성

이와 함께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청취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다양화 △어려운 이웃과 장애자들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과 협력업체·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도록 더욱 강화 를 ‘구체적 실행방침’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우리 경제가 GDP 2만불을 넘어 3만불 시대로진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기업인을 북돋아주는 친기업 여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며 우회적 압력을 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삼성이 상생과 나눔경영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거의 모든 언론들이 앵무새 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기 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삼성그룹 내의 핵심적 금융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 중견직원은 “사실 고대 사건 때도 불거졌지만 삼성의 제일 문제는 무노조 원칙과 세습”이라며 “아마 구조본에서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수요회의의 그림을 그린 게 아니겠냐”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었던 것이다.

삼성공화국 사후 추인하고 있는 정부


한편 같은 날 삼성에 관한 다른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정부가 금융산업법에 위반해 삼성전자와 에버랜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법개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가 고객들의 자산을 동원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에버랜드 지분은 삼성그룹의 순환식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이기도 하다.

이를 비판하며 참여연대가 내놓은 보도자료의 제목은 ‘삼성공화국의 현실을 사후 추인하는 금산법 개정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전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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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 , 구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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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민초

    삼성에 대한 민중운동의 지속적인 감시, 정보수집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기자님의 건투를 빕니다.

  • 평등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 라.....
    동물의 왕국이 되었다는 것인가....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