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폭언, 발언제한, 그리고 살벌함. 44차 전교조 대대는 그러했다.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은 “치열하게 토론하고 그래서 결정이 나면 단결된 모습을 보이자”는 말로 대대를 시작했었다. 그러나 왜일까. 대의원대회 내내 이수일 위원장은 활발한 토론을 막느라 급급해 보였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어야 할 44차 대대
지난 6.20 합의안이 발표된 후부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283차 중집에서 교육부와의 협의체에 참가하기로 결정된 후부터 전교조 내부에서는 엄청난 논란이 계속 됐다. 조합원 대중의 의사를 묻는 과정도 없이 협의체 참여가 결정 나고, 그나마 284차 중집에서 몇몇 지부장들의 요구로 합의안을 만들어도 대대를 소집해서 부의하기로 확정했음에도 24일 협의체 명의로 공동합의안이 공식 발표되자 전교조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했다.
대의원, 지회장, 지회집행부 명의의 비판 성명과 의견서가 쏟아져 나오고 조합원 게시판은 협의체 참가 찬반토론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논쟁이 붙었다고 한다. 게다가 대대를 앞두고 조합원의 80% 이상이 협의체 참여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설문조사 실시의 의도성과 설문문항의 유도성에 대한 논란도 가세했다.
전교조 조합원 모두가 입을 모아 14일 대대는 전교조 최대의 대대가 될 것이라고, 그 어느 때보다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조합원 모두가 지켜보는 대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14일 44차 전교조 대대는 그런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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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대의원이 마이크 앞에서서 질의를 하고 있다. 질문이 길어지거나 두 개가 넘어가면 어김 없이 위원장의 제지가 있었다. |
발언 시간 제한하고, 기회 얻기도 어려워
그래서 이번 대대는 위원장의 말처럼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자리”여야 했다. 밤샘 토론 이야기까지 나왔던 이 날 대대는 그러나 “9시 뉴스 전에는 반드시 끝내자” 구신서 사무처장의 말대로 예상과 달리 일찍 끝났다. 이수일 위원장이 ‘효율적’인 토론을 위해 대의원들의 발언을 막고, 토론 시간을 제한한 덕분이었다.
대대가 “할 말 다 못할” 자리가 되리라는 예상이 들기 시작한 것은 질의 응답을 시작했을 때부터다. 위원장의 요구에 의해 질의할 대의원은 라인 별로 나누어져 마이크 뒤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혹여 질문이 길어지거나 두세 가지의 질문을 하면 위원장은 즉시 삼가줄 것을 요구했다.
진행 중 의사진행발언도 보장되지 않았다. 질문이 계속 위원장에 의해 제어되자 몇몇 대의원이 의사진행발언으로 “자유로운 토론 시간, 질문 시간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자 위원장을 비롯, 플로어 여기저기서는 “이미 이렇게 결정하기로 아까 다 합의했는데 지금 와서 다른 말이냐”며 비난이 터졌고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에 “발언권도 얻지 못한 주제에 조용히 하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심지어 2층 참관인 석에서 “질문 시간 보장하라”고 소리치자 “어느 놈이냐. 대의원도 아닌 게 어디다 소리치고 난리냐. 끌어내라”는 등 고성과 막말이 쏟아지기도 했다.
논란되면 무조건 표결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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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결이 난무했던 44차 전교조 대대 |
결국 질의 응답 시간을 늘려달라는 이의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위원장은 이를 표결 처리, 2시간 만에 질의 응답이 끝났다. 찬반토론 시간에도 비슷한 상황은 계속 연출되었다. 위원장은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아예 토론 방식을 정하고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나온 안이 △대표 토론 각 10분에 찬성, 반대 양 측 세 명이 각 5분씩 발언 △대표 토론 각 10분에 양 측 20분 안에서 인원제한은 없이 발언 두 가지였다. 위원장은 “1안대로라면 50분, 2안대로라면 60분”이라며 친절히 총 토론 시간을 합해서 정리한 후 표결처리를 시작하려 했다.
이에 “도대체 토론을 왜 하는 거냐, 토론의 과정을 뭘로 생각하는 거냐”, “전교조의 사활이 걸렸다는 문제를 두고 이런 식으로 토론 시간을 제한하는 게 말이 되냐”는 의견이 나오자 이수일 위원장은 “안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모든 것을 표결처리하자는 위원장의 주문에 화가 난 한 대의원이 “이런 식으로 할 거면 표결처리할 지 말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처리하자”고 안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합의 승인건에 대한 투표가 시작되기 전 위원장이 “표결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한 대의원이 “신상발언 있습니다”고 말을 했지만 위원장은 “표결에 들어가면 표결 방식 이외에는 발언할 수 없다”며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대의원의 발언 신청이 표결에 들어가기 전이었음이 분명함에도 그 대의원에게는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발언권을 요청하는 그에게 좌중에서는 또 다시 폭언과 야유가 쏟아졌다. 끝내 그 대의원은 퇴장해버렸다.
표결방식을 정하는 순간까지도, 일관성 있게, 대의원의 발언은 무시당하고 또 제한당했다. 한 대의원이 표결방식이 무기명비밀투표로 할 것을 제안했고 이에 이수일 위원장이 재청이 있냐고 묻자 분명 “재청합니다”는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정말 위원장에게만은 들리지 않았던지 “재청이 없으므로 거수투표로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대의원이 재청이 있다고 외치자 표결방식을 두고 또다시 표결이 진행됐다. 문제는 원래 한 명이라도 무기명비밀투표를 제안하면 표결처리가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내용의 문제제기를 김진철 서울 대의원이 하자 사방에서는 또 한 번의 야유가 터져나왔다.
9시뉴스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고 싶은 생각이 컸던 것일까, 혹은 행여나 ‘삼순이’를 놓칠까 노심초사한 것일까.(실제 쉬는 시간에 "삼순이 봐야하는데 언제 끝나냐"며 투덜대는 대의원들도 있었다.) 위원장과 집행부, 그리고 많은 대의원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대의원대회를 빨리 끝낼 것을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 의사진행발언도, 신상발언도, 질문과 토론도 막아야 했던 걸까.
찬반토론 시간에 찬성 입장을 펴던 한 대의원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신나와 각목이 등장한, 폭력으로 얼룩진 민주노총 대대가 결국 무엇을 남겼냐고. 우리 전교조는 그래선 안 되며 따라서 집행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되물어보자. 치열한 토론 대신에 살벌한 야유와 폭언으로 채워진 44차 전교조 대대는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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