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엘리트주의 버리고 사회적 정체성 인식해야”

민교협, 교수노조 등 교수연대 기자회견


대학교수들이 서울대 입시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서울대와 교육부에 각각 따가운 일침을 놓았다. 교수들은 서울대는 서울대 이기주의, 엘리트주의를 버릴 것을, 교육부는 이율배반적이고 무책임한 행보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20일 오전 10시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전문대교수협의회,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주최로 ‘서울대 입시안과 교육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교수연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세균 서울대 교수, 김상곤 한신대 교수, 주경복 건국대 교수, 박상환 성균관대 교수, 한준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서울대와 교육부, 양쪽 모두 막중한 책임 느껴야”

  민교협 공동대표 주경복 건국대 교수

사회를 맡은 주경복 교수는 “서울대와 교육부, 누가 더 잘했고 못했다고의 문제가 아니라 양쪽 다 지금 혼란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교육 모순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는 자신의 사회적 위상을 인식하면서 이에 맞는 입시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경복 교수는 “교육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교육정책들이 결국 두더지게임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 쪽을 보완한다고 또 다른 한 쪽이 문제가 생기는 식의 교육정책은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질적인 교육모순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가 6쪽에 달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최근 서울대 입시안 논란을 둘러싸고 일부 언론에서 이를 정운찬 총장과 정부 여당과의 신경전이나 정치적 대립으로 몰아가면서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짚어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에서 긴 내용의 성명서를 작성하게됐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지금의 대학자율성 주장, 자기폐쇄회로 갇힌 엘리트주의자들의 오만함”

  민교협 공동대표 김세균 서울대 교수

성명서는 서울대를 비롯하여 각 대학이 일제히 대학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며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서울대는 물론 각 대학 교수평의회가 잇달아 대학자율성 보장을 들고 나오고 18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임시 총회를 열어 서울대 입시안에 대한 교육부의 대응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교수연대는 “‘대학자율성’은 학문 사상 교육 연구의 자유를 위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헌법적 가치”라고 얘기하고 “그러나 그 가치의 추구는 ‘교육정상화’나 ‘교육의 공공성 확보’와 같은, 우리가 존중해야 할 다른 사회적 가치의 추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학이 대학자율성을 내세워 ‘입시안 마련의 당사자는 우리이므로 외부에서는 왈가불가하지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자율성 확보를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기 보다 ‘자기폐쇄회로에 갇힌 엘리트주의자들이 지닌 오만의 발로’로서 평가되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논술 중요하다면 고교과정에 오히려 포함시켜라“

교수연대는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큰 방향에서는 지역균형선발을 1/3선까지 확대한다고 생색을 내면서도 2/3에 대해서는 부유층 자녀와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학생들에게 이전보다 훨씬 유리한 방향으로 전형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학이 출제하는 시험이 내신이나 수능보다 중요한 변수가 된다면 그 시험의 이름이 무엇이든지 간에 명백한 본고사라고 강조했다. 교수연대는 “논술이 서울대의 주장처럼 그처럼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정부에 논술교육을 학교교육에 포함시켜 논술능력 평가를 내신 성적에 반영할 것을 촉구하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사회적 정체성 인식해야


교수연대가 중요하게 제기한 문제는 서울대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이들은 현재 서울대 교수들이 생각하는 서울대 정체성과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서울대 정체성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존재하며 서울대 교수들이 이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서울대 교수들은 서울대가 ‘일류대학 중의 일류대학’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 서울대에 가장 우수한 인재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많은 국민들은 서울대를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고착시키는 학벌체제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연대는 “‘우수인재의 독점’보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학으로의 전환’이 장기적으로 서울대 자체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고 “그 첫걸음으로 잠재적으로는 우수한 능력을 지녔지만 교육여건이 열악하고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난한 학생들도 서울대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입시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엘리트주의적 교육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교수연대는 성명서에서 “정운찬 총장의 발언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지극히 엘리트주의적인 교육관의 소지자라는 점”이라며 “그가 고교평준화 제도를 비판하면서 ‘핵심인재 1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말을 인용한 데서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교수연대는 정운찬 총장이 말하는 사회는 “사회발전을 주도하는 소수엘리트들이 다수대중을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는 비민주적인 엘리트지배사회일 따름”이라고 비판하고 “서울대 총장으로서 그가 우수인재의 확보와 육성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다른 가치들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수연대는 또 교육부가 3불정책을 지키겠다고 공언하면서 한편으로 본고사 실시를 묵인해 온 이율배반적 태도를 비판했다. 특히 지금까지 교육부의 정책들이 한편으로는 ‘경쟁’, ‘구조조정’을 이야기하면서 또 한편으로 ‘교육정상화’, ‘교육공공성’을 외치는 등 모순적이었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끝으로 “새로운 비전의 변혁적 교육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는 그간 맹신해 온 시장주의 일변도의 교육정책을 버리고, 초중등 교육 전반에 교육 공공성이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는 제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교수연대 요구사항

하나, 서울대는 대다수 국민을 위한 학교교육의 정상화, 교육기회 평등의 확대, 능력 있는 학생의 공교육을 통한 계층간 이동 기회 확대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대입시안을 새롭게 마련하라. 이를 위해 서울대는 우선적으로 지역균형선발을 이면의 왜곡 없이 원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하면서 60% 이상 확대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하고, 그 세부적인 결과를 공개하라.

하나, 교육부는 논술고사의 본고사로의 변질을 막겠다는 것과 같은 본고사 성격의 논술고사를 인정하는 태도를 버리고, 내신 위주의 대학진학 제도를 본원적으로 정착시키는 정책을 일관성 있고 미래지향적으로 추진하라.

하나, 본고사 성격의 대학별 논술고사 시행을 금지하고, 논술능력 평가가 중요하다면 고등학교 교육에서 논술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그것을 내신에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라.

하나, 교육부는 입시안의 개선에서 더 나아가 대학서열체제를 타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하라. 이를 위해 교육운동 단체와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방안들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채택하라.

하나, 교육부는 시장주의적 대학개편을 즉각 중단하고, 보다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대학교육의 정상화와 교육 전반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학정책을 수립하라.

2005. 7.20.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전문대교수협의회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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