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면 탑기사로 ‘이상호 X파일’ 보도

안기부, 재벌과 언론 고위층의 불법 대선자금 논의 극비 도청

21일자 조선, 1·3면 3건의 기사로 X파일 최초 보도

  21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릿기사

5일자, 조선일보는 이른바 ‘이상호 X파일’ 에 대해 1면 머릿기사와 3면 관련기사 등 총 3건의 기사를 실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에서 ‘미림’이라는 특수도청팀을 운영해 정재계와 언론계 주요 인사들의 비밀 대화를 무차별적으로 도청했고 그 가운데 유출된 것이 바로 ‘이상호 X파일’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직후 ‘미림’팀은 해체됐으나 당시 퇴직한 한 국정원 직원에 의해 유출됐다가 지난 1999년 중반 무렵 압수됐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국정원 관계자의 “MBC측 테이프는 당시 회수된 것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는 증언을 받아내 기사에 무게를 실었다.

김영삼정권 시절 안기부 비선조직의 무차별 도청 공작

조선일보는 ‘안기부, 도청 어떻게 했나’라는 관련기사에서 “미림팀의 존재를 알고 있고 보고서를 받아 본 사람들은 다섯 손가락도 안 되는 극소수”이고 “YS정권에서 안기부장과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1차장을 거쳐간 인물 총 6명중 4명에게만 보고됐다”는 관계자의 증언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외부 출신으로 “각각 안기부장과 차장을 지낸 K, P씨는 ‘미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고 나머지 K, H, O씨와 지금도 정치권에서 정보력을 인정받는 J씨만 보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정보통으로 널리 알려진 정형근 의원이 김영삼 정권 시절 안기부 1차장을 지냈던 점을 감안하면 조선일보가 지칭한 정치권의 J씨는 정형근 의원으로 짐작된다.

조선, 대상자 이름은 안 밝혔지만 상세한 내용 보도

  'x파일'의 내용을 보도한 21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그리고 조선일보는 ‘MBC가 입수한 테이프 내용은’이라는 기사에서 “MBC가 갖고 있는 테이프는 97년 9월 초쯤 S호텔의 한 식당에서 1시간 30분 가량 도청한 내용이 녹음된 것”이라 밝힌 뒤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모 중앙일간지 고위층과 모 재벌그룹 고위 인사가 나눈 대화"라 밝혔다.

또한 ”전체적으로 재벌그룹 고위인사는 ‘회장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다는 식으로 지시를 전달하는 입장이었으며, 발언은 중앙일간지 고위층이 주도했다“는 국정원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 밖에 도청 테이프에 ”모 후보 측에서 30억원을 요구해왔다“ ”한쪽만 할 경우 저쪽(다른 대선후보 진영)에서 알면 곤란하지 않겠느냐“ ”B후보보다 A후보 쪽이 문제다. B후보 쪽에도 조금은 한 걸로 알고 있다" 는 등의 발언이 담겨 있다며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다.

이 사안 추가보도 여부가 자본에 대한 언론독립성의 가늠자로 떠오를 듯

올해 초부터 ‘카더라 통신’을 통해 은밀히 전해지다 6월을 경과하며 그 실체가 확인되고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들이 언론계 안팎에서 나돌던 ‘이상호 X파일’은 결국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됐다.

‘모’ 재벌그룹, ‘모’ 중앙일간지 식으로 보도되긴 했지만 이미 아는 사람은 그 내용을 다 아는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쐐기를 박은 셈이다. 오랜 탐사취재를 통해 관련 자료를 가장 먼저 입수한 MBC가 머뭇머뭇거리고 실질적으로 보도를 ‘유보’ 해놓은 상황에서 조선일보에 선수를 뺐긴 셈이다. 또한 다른 몇몇 언론들이 이 사안에 대해 앞 다퉈 취재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후속 보도들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모’그룹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 사안이 흐지부지 종결될 가능성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른바 ‘X파일’ 관련 사안이 얼마나 충실히 보도되는 지는 그 내용과 별개로 자본에 대한 한국 언론의 독립성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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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안기부 , MBC ,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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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르네스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