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도봉산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유원지 혹은 휴가지에서 친숙하게 볼 수 있는 노점상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형 실내포장마차부터 시작해 조그만 손수레에 컵라면과 커피를 팔고 있는 노점상들까지 다양했다. 사람들은 삼복더위를 피해 산과 계곡을 찾았고, 노점상들은 그 사람들을 찾아 삼복더위에 장사를 하고 있었다. 휴가철에 피서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는 노점상들에게 여름휴가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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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수 씨, 그는 전노련 북서부지역 도봉산지부 조직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
“서민들의 피서지, 도봉산”
도봉산 입구에서 20년 째 노점상을 하고 있는 김성수 씨는 “노점상들에게 여름은 휴가철이 아니라,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계절”이라며 “비 오는 날을 제외하면, 노점상들에게는 여름휴가가 없다”고 말했다. 도봉산을 방문한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그는 여름이 그다지 장사가 잘되는 계절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김성수 씨는 “요즘 같은 휴가철에 도봉산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들”이라며 “있는 사람들은 서울근교를 벗어나 바다나 휴양지로 떠났고, 주로 없는 사람들이 찾기 쉬운 이곳을 피서지로 선택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씨의 장사 밑천은 옥수수와 코코넛. 이것을 팔아 한 달에 1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린다. 그는 “노점상이 서민들을 상대로 한 장사이니 만큼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그나마 경기가 좋았을 때는 괜찮았는데, 나빠진 경기 탓인지 좀처럼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또 그는 “최근에는 관리공단에서 1천 6백 원인 입장료를 2천 원으로 올린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걱정이 더욱 크다”며 입장료 인상으로 도봉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줄어들까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치는 비오는 날 이외에는 자리를 지켜야”
그에게 휴가계획을 묻자 “비오는 날 아니면 가기 힘들 것 같다”며 “도봉산 안에 계곡으로 하루 쯤 다녀올 생각”이라며 빙그레 웃음을 지어보였다. 도봉산에서 20년째 장사를 한 덕에 산 구석구석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명소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노점상의 장점을 십분 살린 휴가 계획이었다. 그는 “남들처럼 멀리 좋은 데로 다녀올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하루쯤 가족들과 지역회원들과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소주 한잔 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하려 한다”며 소박한 그만의 여름휴가보내기 비법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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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휴가가자고 조르는 것을 달래기가 제일 힘들다"는 김서진 씨. |
도봉산 근처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노점상들의 여름나기는 대부분 김성수 씨와 비슷했다. 나빠진 경기 탓에 털털해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 그 탓에 올 여름 장사 걱정을 하며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도봉산 초입에서 등산복 등을 팔고 있는 김서진 씨는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휴가를 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며 “노점상에게 휴가라는 말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푸념했다. 그 역시 “재작년만하더라도 3만 원짜리 등산복도 골랐던 손님들이 지금은 만 원짜리도 선뜻 구입하지 않는다”며 “공치는 비오는 날 말고는 어찌되었건 자리를 지키고 한 푼이라도 벌어야한다”고 말했다.
"공기 좋은 도봉산에서 장사를 하니 이게 휴가죠"
한편, 한국사회에서 노점상이 거리로 내몰린 빈민들이 선택하는 생존수단인 만큼 도봉산 주변 노점상들 중에는 70세가 넘은 고령의 노인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올해 90세인 최창섭 씨는 20년째 도봉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떡 장사를 하고 있다. 인절미, 개피떡 등 여러 개의 떡을 포장해 개당 파는 가격이 1천원. 산을 찾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가 될까’, 또 ‘90의 나이에 장사를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최창섭 씨는 “한 달에 한 40만원 벌이는 된다”며 “부족하지만, 이거라도 하니까 할멈과 둘이 먹고 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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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섭 할아버지는 9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해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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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이름을 밝혀주시지 않은 한 노점상 할머니. 몇가지 질문을 건네자 다짜고짜 "장사가 안돼. 컵라면 두 개밖에 못 팔았어"라며 "다 바닷가로 가버렸어. 여기는 차도 없고, 그런 사람들만 왔어. 그렇게 알고 더 묻지마"라고 버럭 성을 내셨다. 잔득 '쫄'은 채로 그래도 계속 기웃거리자, "장사안되니께 그렇게 알고, 더우니께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라며 냉커피 한잔을 건네 주셨다. |
그에게 여름휴가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휴가는 무슨 휴가”. 어리석은 질문이었을까? 최창섭 씨는 “공기 좋은 도봉산에서 장사를 하니 이게 휴가죠”라며 어리석은 질문에 답을 이어 주었다.
공기 좋은 곳에서 장사를 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하는 사람들. 손수레에 물건을 싣고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름휴가란 그런 것이었다. 생존을 위한 노동현장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 분리되어있지 않은 삶. 모두가 꿈꾸는 삶이 아니던가? 그러나 최창섭 씨의 현답에 담겨있는 역설의 의미와 그의 말끝에 묻어있는 쓴 웃음. 그 쓴 웃음의 의미를 곱씹으며, 그곳을 떠나는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았다.
이날 취재를 끝낸 후 도봉산에서는 낯익은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전국노점상연합 공동의장으로 있는 이필두 의장. 도봉산에서 노점장사를 해온 이필두 의장은 “주 5일제가 되면서 휴가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노점상들에게는 주 5일제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며 “다른 이들이 주말에 휴가를 떠나는 것을 보며, 회원들이 박탈감 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된다”며 또 다른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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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두 전노련 공동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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