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특집]현장1-2.공장을 떠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

"한국을 떠나는 것이 진정한 휴가"


안산 시화공단 내 한 공장

지난 달 28일 오후 9시 안산 시화공단 내 한 공장, 늦은 시간이지만 공장 안 기계들이 연신 돌아가고, 노동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작업을 하고 있다. 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기계들이 내뿜는 열기와 유독가스로 제대로 숨을 쉬기 어려웠지만, 노동자들은 “오늘 작업량을 빨리 끝내야 한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날 찾은 공장의 노동자는 총 12명. 그중 8명이 이주노동자들이고, 4명이 한국노동자들이다. 공장을 찾았을 당시 한국노동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또 사장 혹은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 8명만이 열기로 가득한 공장을 지키고 있었다.

“내일부터 3일간 휴가예요. 사장님과 한국노동자들은 모두 휴가를 떠났어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노욘 씨의 말이다. 사장을 비롯해 다른 한국노동자들은 이날부터 휴가에 들어갔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 여름휴가란 없었다. 또 이들에게는 여름휴가는커녕 휴일조차 없었다.


하루 12시간 노동, 낯선 너무도 낯선 ‘휴가’

이 공장에서 일한지 2년, 한국에서 일한지 4년째인 노욘 씨는 “하루에 12시간씩 3개월을 꼬박 일한다. 3개월을 일해야 하루를 쉴 수 있다”며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설명했다. 믿기지 않았지만, 이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씩 쉬는 날도 없이 3개월을 일해야 하루를 쉴 수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여름휴가의 의미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노욘 씨는 여름이 되면 한국인들이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한국노동자들도 이번에 바다로 휴가를 간다고 말했다며 부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이곳의 이주노동자들에게는 휴가라는 단어 자체가 낯선 것이었다. 폐비닐을 물로 씻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던 코빌 씨는 “12시간 씩 일하고, 때로는 격월로 야간작업을 한다”며 “여름휴가를 간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일주일에 한 번 만이라도 제대로 쉬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기 싫으면 그만둬라”

이 공장에서 일하는 8명의 노동자 대부분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었다. 때문에 이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은 물론이고, 무차별적인 단속 때문에 휴일에도 공장 밖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욘 씨는 “사장은 12시간 씩 일을 하라고 시키면서, 하기 싫으면 그만두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힘들어도 참고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공장의 사장은 이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점을 이용해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며, 말 그대로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었다.


노욘 씨도 다른 이주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코리아드림’을 안고 고향을 떠나왔다. 노욘 씨는 방글라데시에서 컴퓨터디자인 일을 했다. 그곳에서 그는 나름대로 전문직 노동자였지만, 한 달에 한국 돈으로 2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과 부인, 아이들이 고향에 있다. 한국에 처음 올 때는 힘들어도 참고, 몇 년 고생해서 고국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4년째 계속된 한국에서의 고된 노동으로 그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다.

이주노동자들의 휴가,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노욘 씨에게 여름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 가고 싶은 곳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고향에 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잠시 고향 자랑을 늘어놓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노욘 씨는 “한국의 바다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방글라데시에는 정말 아름다운 해변들이 많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노욘 씨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합법적인 체류와 그리고 노동할 수 있는 자유였다. 그 역시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휴가를 갈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것보다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만이라도 벗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여름휴가란 낯설고, 먼 나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코리아드림’이 ‘꿈’이듯 그것은 한국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노욘 씨는 “이제는 더 이상 여기서 일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지금껏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는데, 이제는 정말 힘들고 몸이 너무 아프다”며 “어쩌면 나에겐 한국을 떠나는 것이 진정한 휴가일 것 같다”는 말로 현재의 고단한 삶을 전했다.

이날 찾은 공장의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만성두통을 앓고 있었다. 그도 그럴법한 것이 불과 2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공장에 머무른 기자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 하루 12시간 노동에 그곳에서 숙식까지 해결하는 그들의 몸이 멀쩡하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불현듯 작년 참세상에서 상영한 이주노동자 인터뷰 프로젝트의 제목이 떠올랐다.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이주노동자들에게 있어 휴가란 어쩌면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했을 때만 가능한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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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 안산 , 여름휴가 , 피서지 , 시화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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