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흘러가는 X파일·도청 정국, 김대중 정권에 화살 정조준

국정원, “사실 2002년 3월까지 불법 도감청 했다”

묘하게 흘러가는 X파일·불법도청 정국

시간이 흐를수록 X파일 정국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X파일 공개 이후 김영삼 정권의 전방위적 도청 행각이 드러나며 사건의 초점은 삼성그룹과 중앙일보가 벌인 놀라운 정-재-언 유착에서 불법 도청 행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자해 소동을 벌였던 ‘미림팀’ 도청팀장은 구속됐고 X파일을 취재한 이상호 MBC기자는 5일 오후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다. 검찰 측은 이상호 기자가 현재는 단순 참고인 신분이지만 피내사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검찰, “도청 테이프 수사하는 것이 바로 불법이다”


한편 동아일보는 5일자 신문을 통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 집에서 압수한 도청 테이프 274개의 내용에 대해 검찰이 “공개는 물론이고 수사의 단서로도 삼지 않겠다”는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검찰 고위 간부가 “도청 테이프는 불법 증거이므로 이를 근거로 수사에 나서는 것도 불법”이라며 “공개와 수사 착수를 요구하는 여론이 강하다고 해도 법 집행 기관인 검찰이 법을 어기면서 여론에 따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검찰이 정치권과 여론의 공개 요구에 아랑곳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심지어 이미 내용이 대부분 공개된 X파일에 대해서도 수사 착수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삼성그룹 측이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떡값’을 증여한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는 이 사안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리 만무하다고 판단한 몇몇 시민단체는 경찰에 이 사건을 고발하기도 했다.

X파일은 물론이고 274개 도청테이프에 공개 여부를 두고 여야 각당이 공개 범위는 합의하지 못하고 있지만 특별법, 특검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도청 테이프에 대해 조사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는 가운데 검찰만 ‘나홀로 법대로’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중앙일보, 기자 일동 명의로 사과문 게재

  8월5일 2면에 실린 중앙일보 기자 일동 명의의 사과문 [출처: 중앙일보 8월 5일자]

한편 5일, 이번 사건의 주요 당사자격인 국가정보원과 중앙일보가 나란히 사과문을 제출해 눈길을 끌었다. 얼마전 평기자 총회를 열어 난상토론을 벌인 바 있는 중앙일보는 5일자 2면에 중앙일보 기자 일동 명의로 ‘중앙일보 기자들은 다짐합니다’라는 글을 실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이 글에서 중앙일보 기자들은 “최근 공개된 옛 안기부 도청 녹음테이프 내용 중 일부가 중앙일보 대주주인 홍석현 주미대사와 관련된 사안이란 걸 알고 난 뒤 저희는 참담했습니다”라며 “일부 핵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거나 그때와 지금의 중앙일보는 달라졌다는 말들도 모두 변명으로 비칠 수밖에 없음을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과의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대해서 “중앙일보는 99년 삼성과 완전 분리됐습니다”며 “물론 이번 사태가 그 이전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하지만,여전히 중앙일보가 삼성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독자와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있음을 저희는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저희 기자들은 공정보도위원회의 내부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위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할 것을 다짐합니다”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기자들의 다짐은 삼성그룹이 내놓은 사과 아닌 사과문에 비하면 한층 전향적 내용이라는 평가와 함께 그러나 중앙일보 지면 보도가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는 싸늘한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국정원 2002년까지 불법도감청 시인, 파문 일파만파 확산될 듯

국정원 역시 김승규 원장 명의로 사과문을 내놓았다.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의 이 사과문에서 김승규 원장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 3월까지 국정원이 불법 도감청을 자행했음을 시인해 파문이 어디로 확산될 지 아무도 모를 지경에 처했다.

“저는 오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거 '미림팀 사건의 전말'과 '불법감청 문제'에 관해 저희가 확인한 진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며 운을 뗀 김승규 원장은 미림팀 파문에 대해 “저희는 즉시 특별조사팀을 구성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출국 금지와 아울러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며 “정직한 고백만이 저희 국정원의 어두운 과거를 씻고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세계 일류의 전문 정보기관'으로 새로 태어나는 진정한 전환점이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김승규 원장은 아직 사실을 다 확인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전제한 이후 “다만,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불법감청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 3월 이후 완전히 근절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불법감청을 할 필요도 없고, 불법감청을 할 의도 역시 없습니다”고 밝혔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국정원이 현재 확인한 바로만 따져도 2002년 3월까지 김대중 정권에서 불법 도감청이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삼성 한 발 빗겨간 사이로 화살은 김대중 정권을 향해

  '국민의 정부' 국정원도 불법도감청을 자행했다 [출처: 국정원 홈페이지]

각 정당들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특검법이다, 특별법이다, 제3의 민간기구를 구성한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애초 삼성을 향했던 화살은 목표물을 정하지도 못한 채 전방위적으로 날아다니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X파일의 내용을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 천용택 전 국정원장등 김대중 정권의 고위간부들이 인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 내용에 대해 삼성과 중앙일보 측이 김대중 정부에 사과를 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데다 김대중 정권에서도 불법 도감청이 자행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당장 화살은 김대중 정권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X파일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이학수 삼성 구조본 본부장을 오는 9일 소환하기로 결정했지만 당분간 삼성은 X파일, 불법도청의 여파에서 한 발 벗어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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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불법도청 , 국정원 , 중앙일보 ,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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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검찰은 테이프내용을 수사하지않겠다는것은 진실을 은폐하기위한 목적이아닌가, 삼성이건희 구속수사하라.

  • 무위

    월간 말에대한 댓글 때문에 생전 안쓰던 댓글을 써보네요. 본 기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댓글에 댓글을 또 다는 것이 우습게 보이기는 하지만 너무 감정에 치우친 글처럼 보여서 말입니다.

    저는 10년 넘게 말지를 보고 있고, 현 사태에 대해서 (대부분 알지도 못하시겠지만)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릅니다. 몇달 전 아는 분을 통해서 말지 내부갈등이 폭발직전이라는 말을 들었고 그 후 한겨레에서 말지 문제를 다룬 기사를 봤습니다. 그리고나서 원래 나올 시기를 꽤 지나서 나온 말지에는 제가 가장 먼저 읽던 '편집장의 글'이 빠져 있더군요.

    까페에 가보니 윗글을 쓰신 분은 말지 기자였던 분이 아니라 창간독자께서 쓰셨더군요. 그분의 분노를 이해할 것도 같지만, 글 자체가 지나치게 감정적이이서 오히려 정당한 문제제기보다는 비방으로 읽히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한겨레 기사가 그리 길진 않았기에 정확한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균형잡힌 기사였는지도 알 수는 없고) 어느 한 쪽만 매도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이었거든요. (세상사 돌아가는 꼴로 볼 때 윗대가리쪽이 잘못한 경우가 더 많기는 하죠.)

    윗분의 글 중에는 가장 기본인 Fact도 좀 결여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진정하시고 문제제기를 하셨다면 저도 퍼나르겠는데... 하여튼 안타깝네요.

  • 지나가든 과객

    월간 말이 "진보언론"이라는 말 들으니깐 창자가 뒤집히려고 한다. "진보"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마라. 길 닦아놓으니깐 똥차가 지나간다더니만.....오늘 개 "ㅈ"같은 소리 다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