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처럼 국내 자본이 여론의 직격타를 맞은 적이 있을까. X 파일 파동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삼성과, '형제의 난'으로 대단한 가족사를 보이고 있는 두산그룹의 경우도 분식회계 자진공개라는 국면 전환이 시작됐다. 급기야 통일의 디딤돌이라 자청했던 현대 그룹에서도 비리 사건이 터졌다.
새롭게 등장한 비리의 주인공,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현대그룹은 8일 '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 관련 일부 보도에 대한 현대그룹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아산에 대한 감사과정에서 김 부회장 개인에 대한 일부 문제의 소지가 적발됐으며 향후 추가적인 감사절차를 보강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 측에서는 조사된 비리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북 사업은 민관 공동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현대그룹이 실질적으로 추진해 왔고, 그 사업 내용 자체가 비밀리에 진행되어 왔다.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윤규 부회장과 관련한 비리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김윤규 부회장은 △금강산 옥류관 분점 건설 당시 40억 원의 공사비 중 8억 원을 하도급업체에서 리베이트로 받아 이 돈을 이용해 친지 명의로 옥류관 지분 20%를 사들임 △북한 사업소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불법으로 갖고 나오다가 북한 당국에 적발되는 등의 관련 사건들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그 동안 김윤규 부회장과 현정은 회장 체제 간의 끊임없는 갈등설에 근거해 이번 사건이 주도권 다툼으로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 측의 비리 사실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김윤규 부회장이 이번 일로 인해 축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X 파일 불똥 튈라 '나 떨고 있냐!'
계속된 재벌들의 추문에 이어 재계를 떨게하는 또 다른 시한폭탄이 있다. 과연 X파일에 담긴 내용이 무엇이며 그 내용에 자신들이 끼어있을까의 문제이다. 기업들은 이런 X파일을 둘러싸고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혹시 라도 X파일이 ‘내용 공개’쪽으로 기울어질 경우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김승규 국정원장이 밝힌 X파일 진상조사 중간발표를 보면“97년 12월 대선 전 여당 내부 동향, YS·DJ 측근 인사 및 이회창 등 주요 인사 동향이 주를 이뤘으며 홍석현과 이학수의 대선자금 전달 관련 대화와 주요 기업 빅딜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고 X 파일의 내용을 밝혔다. 기업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X 파일에 담겼다는 '대선자금 전달과 관련 한 대화와 주요 기업 빅딜 관련’이라고 언급된 부분의 내용이다.
선거 시기 기업들이 정치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리고 이미 삼성이 한바탕 홍역을 겪은 상황에 대선자금 지원 공개 문제는 액수의 차이가 폭로 될 뿐 사회적 파장이나 영향력은 예상 외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비중은 오히려 주요 기업 빅딜 관련한 내용으로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97년 년의 시대적 상황은 대선이라는 정치지형도 있었지만, IMF를 이용한 전방위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맞물려 돌아가던 시기이다. 당시 기업 빅딜 대상에 오른 업종만도 자동차, 조선, 철강, 개인휴대통신사(PCS) 등 돈이 될만한 사업은 다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당시 국내 30대 그룹 중 빅딜을 논의하지 않은 곳이 없었던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X파일의 내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없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형제의 난으로 유명해진 두산그룹의 경우도 김대중 정부 시기 흑자의 한국중공업을 헐값에 매입해 재계 순위 10위권으로 진입하는 쾌거를 이뤄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특혜 비리 사건의 의혹이 강하게 제기 되기도 했다. 기업의 빅딜과 관련한 내용에는 이런 정경유착의 특혜와 다종 다양한 비리들이 얽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재계의 긴장은 '불똥이 어디로 튈 것인가'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전 정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권상우 폰'으로 알려진 애니콜 핸드폰의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소비자들로 부터 고발을 당했고, '이건희의 그림자'로 불리는 이학수 부회장이 불법 도청과 관련한 조사를 위해 오늘(9일)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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