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시행 1년. 시행 이전부터 ‘3년 단기순환을 전제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리와 통제에 초점을 둔 사업장 이동 제한 및 1년 단위 재계약’ 등 독소조항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실질적 노동권 보장은 완전히 배제된 제도라는 각계의 비판을 받아온 고용허가제는 예상대로 1년 동안 실망스런 결과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년간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 제한과 1년 단기계약에 묶어 사업주의 부당한 인권침해와 저임금,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또 계속되는 단속추방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나날이 더해가는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에 노출된 채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전체 35만 이주노동자 중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55%를 상회하는 20만에 육박한다는 수치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에 얼마나 무능한 제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주노동자 당사자들과 이주노동자 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제 노동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이제라도 고용허가제의 정책적 한계를 인정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면 합법화와 노동허가제 시행에 나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절되지 않는 송출비리와 입국 브로커
정부는 부당한 수수료 부과 등 이른바 ‘송출비리’ 근절을 고용허가제의 주된 명분의 하나로 내세웠다. 그러나 부당한 송출수수료 문제 등 송출비리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말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입국을 위한 비용은 900달러를 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인권연대가 127명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를 보면 필리핀 90%이상, 인도네시아 80%, 베트남 75%이상, 태국 80%이상, 스리랑카 80%의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중에는 정상비용의 6배~7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한 이주노동자도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되는 노동조건 악화
이주인권연대가 발표한 ‘고용허가제 시행 1년 실태보고서’는 또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에도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및 인권침해 등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전 이주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995,816원(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시행 후 평균임금은 987,043원(2005년 국회노동기본권연구모임)인 것으로 조사됐다. 명목 임금에 있어서는 큰 변동이 없으나, 물가인상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으며, 내국인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이주노동자 평균 임금 수준도 2002년 48.9%에서 2005년 41% 수준으로 하락했다.
근로계약 위반 및 노동관계법 위반 등 부당노동행위 역시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신규입국 한 이주노동자 중 대다수는 계약과 다르게 초과노동을 시키거나(53.5%), 계약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45.1%)하는 등 계약 체결 당시의 노동조건과 실제 사업장에서의 노동조건이 일치하지 않는 일을 겪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50%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체폭력, 언어폭력, 사업주에 의한 감금, 신분증 압류와 같은 인권침해 사례 역시 일부 감소추세이긴 하지만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사업장 이동제한'의 문제
고용허가제의 입법초기부터 가장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됐던 ‘사업장 이동 제한’ 규정. 고용주는 경영상의 어려움 또는 이주노동자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언제든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는 임금체불, 폭행 등의 직접적인 권익침해와 명백한 법위반의 경우에만 사업장 이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차별과 폭언, 인격모독 등 일상적인 인권침해를 감내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참고 지내거나 이탈을 감행하여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신분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선택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2003년 말 부분합법화 조치로 13만 명까지 감소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5년 6월 현재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또 부분합법화 조치로 합법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이주노동자들의 비자가 만료되는 올 8월 이후 그 수는 30만명을 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정부가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강력히 추진해온 강제단속, 강제추방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는 고용허가제가 미등록 체류 문제 해결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노동사회단체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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