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노래가 널리 널리 퍼지길"

정태춘·박은옥, 매주 화요일 평택미군기지 이전 반대 거리콘서트 열어

평화, 그 먼 길을 가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 바람이 몹시 불었다. "이 곳에만 오면 이렇게 바람이 불어요. 첫 번째도 그랬고, 두 번째도 그랬고... 오늘도 바람이 많이 부네요. 이 바람은 아마 여기 모인 사람들이 바라는 평화를 널리 널리 보내려고 이렇게 세차게 부나봐요" 박은옥 씨의 말이다.


평화, 그 먼 길을 가기 위해서 정태춘, 박은옥 씨가 거리로 나섰다. 그들은 거리에서 많은 공연을 했었지만, 정말 거리에서, 무대도 없는 거리에서의 공연은 처음이다. "첫 날은 음향이 2번이나 꺼지고, 둘째날은 발전차에 기름이 떨어져서 조명이 나갔어요" 8월 23일 그날도 그랬다. 공연이 시작되자 조명이 나갔다. 어둠 속에서 정태춘 씨는 노래를 시작했다.

"도두리 벌 가로질러 철조망 지나가고
성조기가 펄럭이고 나팔 소리 울리면
나의 사랑, 나의 고향 상처 아니 아플꼬
빼앗기고 찢어지면 상처 어찌 아플꼬

대추리도, 황새울도 한두 푼에 내주고
무너지고 메워지고 미군의 땅이 되면
나의 사랑, 나의 고향 어디 가서 만날꼬
빼앗기고 사리자면 어디 가서 만날꼬"

나의 사랑 나의 고향 中 (미국 민요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멜로디에 개사)


지난 8월 9일부터 10월 25일까지 매주 화요일 마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는 정태춘, 박은옥 씨가 평화를 담은 노래를 부르는 거리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정태춘 씨의 고향은 평택 팽성읍이다. 고향은 요즘 미군기지 확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작년 말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과 한미연합투지관리계획 개정협정을 통과시키고 용산 및 미 2사단을 항구와 공항을 갖추고 있는 평택지역으로 옮길 계획을 낸 후 평택 팽성읍 대추리에서는 연일 평택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촛불시위는 9월 1일이면 딱 1년을 맞이한다.

쫓겨나고, 쫓겨나고, 또 쫓겨나고..

정태춘 씨는 가만 있지 못했다. 평화가 가득 넘쳐야 할 마을이 미군기지 이전으로 무기가 놓이고, 군사훈련으로 폭탄이 날아 다니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무대도, 음향도, 조명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거리에 마이크를 들고 섰다. "정태춘 씨가 어느 날 거리공연을 하겠다고 했어요. 아니 날씨도 덥고, 겨울이면 추워져서 기타도 못 칠텐데 거리공연이라니... 처음에는 반대했어요. 근데 혼자 거리에서 공연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안쓰럽고, 그래서 함께 나섰죠" 박은옥 씨의 말이다.

그래서 둘은 거리에 나섰다. 세 번째 열리는 거리콘서트에는 평택 팽성 주민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올라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맨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촛불을 켰다. "멀리서 올라오셨으니까 한마디 하셔야죠. 주민 분들 중에 한분 나오셔서 얘기 좀 해주세요" 정태춘 씨가 동을 뜨자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아저씨 한 분이 마이크를 잡았다. "미군기지 들어오고 쫓겨나서 이제 자리잡고 농사 좀 지으려고 하니까 또 땅 내놓으라고 합디다. 우리가 어렵게 만든 논, 밭에 탱크를 갔다 놓겠다고 하다니 국방부가 뭐하는 사람들인지 이해가 안되요. 말도 못하게 답답한데 노래나 한 곡 하고 들어갈랍니다" 아저씨는 트로트를 걸쭉하게 불렀다.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은 1952년 한국전쟁 중에 이승만 정부와 미국이 대북 폭격을 위한 미군기지를 신설하면서 대추리라는 이름의 동네에서 추방되었다. 쫓겨난 주민들은 마을 공유지에 대추리라고 다시 이름을 붙이고 바다를 메워 황새울 들녘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또 한번 고향을 뺏길 위기에 놓여있다. 촛불시위를 하던 대추리 대추분교는 이미 국방부 손으로 넘어갔다.

"미군덜이 더 오긴 올 모양여유
아이구, 겁나지유
싸우긴 싸워야는디, 그 뭔 고생이겄유
더러 이 참 고향 떠나구 싶은 사람덜이 웁지는 않겄지만서두
다덜 내 땅 뺏기구 내 동네 뺏기지 않겄다구 해는디
토지수용법인가 뭔가 그런 법이 있대네유
이 법이루다가 보상가 협상혀서 안되먼
그냥 강제 수용 해뻐린대는규
근디, 아무리 법이래두 지덜 맘대루
농민덜 농사 잘 짓구 있넌 땅얼,
웁시 살어두 가족덜 이웃덜 옹기 종기 잘 살구 있는 동네럴
지덜 맘대루 막 줄 짝 짝 긋구 철조망 치구
전경들 뻗쳐 놓구 막 집어생켜두 되는규?
나라가 그래두 되는 거냔 말여유

큰일 났유
인저 황새울 뺏겼구,
머쟎어 대추리두 쫓겨나게 생겼구
담인 도두리두 멕힐지 물러유
거기가 지 고향이여유
지가 인저 돌아가서 살고 싶은 고향이란 말여유, 참"

정태춘 詩 권력 32. 고향이란 참 특별하다 [지 고향이 원래] 中


그들의 노래는 바람을 타고 날아서 어느새 교보문고 앞에는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별로 행복하지도, 신나지도, 즐겁지도 않은 공연에 이렇게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우리는 평화, 그 먼 길에서 만났습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신나고, 즐거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정태춘과 박은옥은 이렇게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평화, 그 먼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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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 박은옥 , 거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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