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는 4차 6자회담 1라운드에서 핵심 쟁점이 됐던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와 관련된 미국과 북한의 입장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토대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중재안을 개발하는 데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 |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김경민 한양대학교 교수와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맡았고,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와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 강성윤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강정민 평화협력원 연구위원이 지정토론자로 나왔다.
“원칙적 수준의 합의안은 마련할 것” 예측 우세
토론회에서는 일단 회담 2라운드에서 원칙적인 수준의 합의안이 도출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북한과 미국 양 쪽다 회담이 파국을 맞을 때 상당한 수준의 전략적, 정치적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고 국제적으로도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현재 식량과 에너지를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경제 개혁을 추진 중이어서 많은 자본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번 2단게 회의에서 북한 때문에 또 다시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회의에서 북한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은 적극적으로 피할 것이 확실”하다고 내다보았다.
미국의 경우도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의 난항과 이란 핵 문제 등 중동의 문제가 중요한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종용한 격이고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피해 온 그간의 정책도 설득력이 없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번 회의에서 북핵문제를 일단락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국제관계연구센터장은 “4차 6자회담이 결실을 거둘 경우 이른바 바스켓에 각자의 주장과 원칙을 담아놓는 합의문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단기적으로 원칙선언문이 채택될 것이라는 6자회담 낙관론과 본격적으로 북핵 프로그램의 폐기와 경제적, 안보적 보상의 순서를 담을 ‘행동 대 행동’에 관한 논의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비관론은 결국 동전의 양면이자 같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4차 6자회담의 목표가 ‘행동 순서’를 담은 로드맵 작성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원칙을 담는 수준의 원칙선언문 합의로 결실을 맺는다고 해도 지난 1라운드에서 확인했듯, 결코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에 참석자들은 이견이 없었다. 2라운드 회담의 핵심쟁점은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적 핵 이용권’과 ‘핵 폐기의 조건’,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신포 경수로’ 건설재개문제로 정리할 수 있다.
김경민, “북한 핵능력 과대 평가 돼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민 교수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획득 양과 고폭 실험의 기술적 한계 등을 살펴보았을 때 “북한의 핵 능력은 과대 포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이번 협상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을 허용해도 국제 사회 통제 관리하에 들어간다면 크게 우려할 부분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평화적 핵 이용 논란의 배경을 짚으면서 NPT 체제의 허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평화적 프로그램과 핵무기 프로그램 간의 기술적 경계선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경계선이 모호하기 때문에 핵 문제는 기술적 능력이 아닌 정치적 의도의 문제가 되고, 따라서 비확산 의지에 대한 국제적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미 NPT를 탈퇴한 전력이 있는 북한에게 국제적 신뢰가 없는 한 평화적 핵 이용 허용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NPT체제 맹점, 미국과 국제사회 北 신뢰 어려워
![]() |
김성한 교수는 또 “NPT 체제는 사찰만 수용하면 평화적 활동을 허용하기 때문에 핵개발 의도가 있는 국가는 NPT에 가입하여 평화적 프로그램으로 핵개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모순이 있다”고 말하면서 “NPT 탈퇴의 자유가 잇는 한 평화적 이용 권리는 악용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주장했다.
강정민 평화협력원 연구위원도 “NPT 회원국은 주관적 판단 아래 NPT 탈퇴를 유엔에 통고할 수 있고, 핵 개발을 의도하는 국가가 이 사실을 악용할 수 경우 NPT 회원국이 돼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이용해 핵시설을 갖춘 뒤 NPT 탈퇴를 선언해 버리면 유엔은 속수무책이 된다”며 북한이 NPT에 일단 복귀하더라도 이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NPT의 맹점이 이러하고 북한이 이미 NPT를 탈퇴하고 IAEA 사찰을 거부한 전력이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을 허용하기는 미국의 입장이나 국제사회 시각에서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른 해법도 여러 가지로 제기됐다.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부시 행정부에 대해 설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부시 행정부에게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켜 개혁과 개방으로 인도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은 개선될 것이고 그 체제는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설득해야 한다”면서 “6자회담이 결렬될 경우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응하기 어렵다는 우리의 기본 입장도 재확인시켜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北이 다시 NPT 탈퇴할 경우 한.중 미국 제재 이의 않기로“
미국측에 당근 제시하자, 해법으로 제기
북한이 NPT를 전처럼 탈퇴할 수 없다는 믿음을 미국측에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통적으로 제안되기도 했다.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해서 NPT에 복귀한 뒤 IAEA 사찰이 재개되는 동시에 평화적 핵 이용권을 인정해 주고, 대신 핵 폐기 과정을 엄밀히 사찰하여 북한이 이를 위반할 때 중국 및 한국의 지지를 받으면서 대북제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할 것을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윤 교수도 유사한 방안을 거론했다. 북한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미국의 우려를 해소시키는 방안의 마련이 2라운드 회담의 핵심이라고 했을 때 “일차적으로 북한이 NPT에 복귀하고 IAEA의 안전협정준수는 물론 어떤 사찰에도 응할 것을 분명히 하”도록 하는 동시에 “북한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명백히 위반했을 경우 관련국(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이의 없이 미국의 제재조치에 동참함을 합의하는 것으로 미국을 설득”하자고 제안했다.
김성한 교수는 “북한이 바라는 대로 주권국가의 명목적 평화적 권리를 인정하면서 핵 공급국 그룹(NSG) 합의로 핵연료나 핵물질에 관해 도움을 주지않기로 함으로써 사실상 평화적 권리 행사를 제안하는 방안”과 “일정 조건 충족 시까지 북한의 자발적 권리 포기를 우도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조성렬, "신포 경수로 KEDO가 운영권, 북측은 전력 사용권만“
경수로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와 신포 경수로 건설문제를 분리해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성렬 국제관계연구센터장은 “북한 얘기가 미래의 경수로 요구인지, 신포 경수로 요구인지 분리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어차피 북한에게 평화적 핵 이용권을 인정하더라도 한국의 재정지원과 미국의 기술지원이 없으면 신포 경수로 건설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원칙선언문에서는 “‘모든 핵과 관련시설을 폐기한다. 북한은 주권국가로서 핵의 평화적 핵 이용권이 있다’는 선에서 절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조성렬 국제관계연구센터장은 신포 경수로 건설재개와 관련해서는 하나의 대안으로, Turn-Key 방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KEDO가 운영권을 갖고 북측이 전력 사용권만 갖는 타협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렬 연구센터장은 “한반도 전쟁 발발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북측이 KEDO 관리 하에 있는 신포 경수로를 일방적으로 몰수하여 플루토늄을 추출, 재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다만 200만kw 전력공급이라는 ‘중대 제안’이 살아있는 상태이므로 우리측이 이 방안을 먼저 제안하기 보다는 협상결렬에 대비한 막판 타협안으로 검토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홍현익, "한반도비핵화선언은 남한의 핵주권도 영원히 포기하라는 것“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는 4차 6자회담 1라운드에서 언급, 한반도비핵화의 준거로 의견이 모아진 '한반도비핵화에관한남북한공동선언’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한국에게도 재처리 및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북한은 선언 발효 직후 재처리 시설을 보유했고 이것을 가동하여 플루토늄 추출까지 한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이를 묵묵히 지켜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처리와 우라늄농축 기술은 핵 주권과 핵의 평화적 이용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지적하면서, 평화적 핵 이용에 관한 핵 주권을 되찾기 위해 이번 기회를 한반도비핵화 선언을 무효화하는 계기로 삼아야지 북핵문제에 이 선언을 적용하는 데 동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성한 교수가 “북한이 위반했다고 해서 우리도 같이 어기자는 얘기냐”며 “남북한 선언은 동시에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며 대단히 중요하고 국제사회의 신뢰가 달린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밝히자 홍현익 연구위원은 “이미 사문화된 걸 다시 집어 넣어서 우리의 핵주권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거듭 주장을 밝히고 “농축과 재처리 시설을 갖고 있으면서 국제사회의 사찰을 받는다면 평화적으로 신뢰지키면서 핵 주권을 가질 수 있다”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또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평화보장체제 논의가 시작된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하고 6자회담 그 자체를 넘어 이후 동북아 및 한반도의 질서가 어떻게 될 것인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