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하러 가는 길

[인터뷰] 장애여성공감 연극팀 '춤추는 허리' 박주희 팀장

'춤추는 허리', 연극을 하다

[출처: 장애여성공감]
그녀들이 나섰다. 자신에게 가해졌던 수많은 폭력을 이야기 하기 위해, 스스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스스로 나섰다. 그녀들의 손에 들려진 무기는 연극이다. 그녀들에게 연극은 삶을 이야기 하기 위한 용기였다. 그리고 연극을 통해 그녀들은 이 땅을 살아가는 당당한 여성으로서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10월 1일부터 목동 방송회관 브로드홀에서는 장애여성공감 연극팀 '춤추는 허리' 정기공연 '너 지금 어디야, 무슨 춤을 추고 싶니?'가 열린다.

장애여성공감 연극팀 '춤추는 허리'는 2003년에 결성되어 두 차례의 정기공연을 진행했으며, 각종 초청공연에 섭외되는 유명한 연극팀이다. 2003년 정기공연은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을 이야기 했으며, 2004년 정기공연에서는 장애여성의 생애사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리고 2005년 정기공연은 '장애여성의 독립'을 이야기 한다. 그녀들에게 독립은 어떤 의미이며, 그녀들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기 위해 박주희 장애여성공감 연극팀 팀장을 만났다. 막바지 공연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박주희 팀장을 '연극하러 가는 길'에서 만났다. 5호선 끝인 고덕역에서 7호선 뚝섬역까지 지하철을 함께 타고 함께 걸으며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장애여성이 문화예술의 주인공으로"

고덕역, 이리저리에서 오는 연락과 막바지 공연준비로 이것 저것 준비해야 할 것들을 챙기느라 박주희 팀장은 정신이 없어 보였지만 그녀는 활짝 웃는 얼굴로 기자를 맞이해주었다. 고덕역에서 연극연습을 하는 건대입구역 동부여성발전센터까지 기자의 "30-40분이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그녀와 함께 가는 길에서 불가능함이 드러났다. 그녀는 동부여성발전센터까지 가기 위해 약속 시간에서 1시간 30분을 잡고 서둘고 있었다. 박주희 팀장은 "약속시간 지키려면 이 정도는 잡아야 해요"라며 빠르게 전동 휠체어를 움직였다.

  지난 장애여성의 날에서 퍼포먼스를 하던 박주희 팀장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인터뷰는 지하철 플렛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박주희 팀장은 99년부터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다. "99년부터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사석에서 많은 사람들이 너는 끼가 많으니 연극을 해보는 것도 참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사석에서 농담처럼 오가던 얘기들이 지금의 연극팀을 탄생시켰죠" 그녀는 끼가 넘치는 여성이었다. 기자는 지난 장애여성의 날에 열렸던 문화제 무대에서 그녀를 처음 봤다. 그녀는 그 곳에서 리모콘으로 작동되는 장애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연극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장애인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권리도 보장이 되지 않고 있는데, 직접 문화예술의 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었어요. 하지만 많은 장애인들이 예술의 주체로 나가고 싶어했고, 통로를 뚫어보자고 마음 먹었죠" 장애여성공감 연극팀 '춤추는 허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연극하러 가는 길에 필요한 3박자

그 때 방화행 5호선 열차가 도착했다. 역시나 지하철과 플렛폼 사이에 엄청난 간격은 우리에게 또 한번의 어려움이었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연극팀은 현재 동부여성센터에서 막바지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연습 공간을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 "연습 장소는 3박자가 맞아야 해요. 일단 가까운 지하철역이 있어야 하고, 지하철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어야 하고, 연습장소에도 엘리베이터가 반드시 있어야 하구요. 이렇게 3박자가 다 맞아 떨어지는 공간을 찾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어요. 연극을 하기 위해서는 쿵짝쿵짝 4박자가 아니라 3박자가 맞아야 하죠(웃음)" 그녀들이 연극을 하기 위해서는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문화시설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연극팀의 이름은 왜 '춤추는 허리'일까. "허리를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TV에 나오는 여성들의 늘씬한 허리를 상상하잖아요. 근데 세상의 허리는 다양해요. 장애 때문에 굽은 허리도 있고, 뚱뚱한 허리도 있고... 이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구요. 그래서 이런 다양한 허리들이 함께 춤추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래서 춤추는 허리에요"

"연극은 나에게 자신감과 용기"

이번 정기공연 '너 지금 어디야, 무슨 춤을 추고 싶니?'의 주제는 '장애여성의 독립'이다. 그녀들은 그동안 워크샾을 통해 '독립'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나눴으며 그것이 바탕이 되어 이번 연극의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장애여성에게 독립이란 공간 뿐 아니라 인격과 의식의 독립이 동반되는 것이예요. 물론 공간적 독립이 굉장히 중요하고 많은 장애여성들이 이를 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 그것을 바탕으로 이뤄진 독립이 진정한 독립이겠죠. 내 삶을 내가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 말이죠" 그녀는 의식의 독립을 강조했다. "엄마가 독립하려면 결혼해라고 얘기하잖아요. 답답해요. 정말 독립하고 싶은데 말이죠" 기자의 철부지 같은 맞장구에 박주희 팀장은 "맞아.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 거렸다. 여성들에게, 그리고 장애여성에게 독립은 아버지에게 있던 권력이 남편이라는 남성에게 이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절실함이다.

즐거운 대화는 이어졌다. 5호선에서 내려 7호선을 갈아 타기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 곳에서 우리는 이번 연극의 주인공인 이준애 씨를 만났다. 이준애 씨는 "연극은 나에게 자신감을 줘요"라며 웃었다. 그녀들은 이렇게 자신의 삶을 연극을 통해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박주희 팀장은 "장애여성은 여성이자 장애인이기 때문에 더욱 힘든 삶을 살아요. 그래서 용기도 많이 잃어버리고 자신감도 없죠. 자신의 존재가치를 잊어버리고 사는 거죠. 하지만 연극으로 자신을 당당히 표현하면서 진정한 자신감을 얻어요. 연극팀에 언어장애가 심한 분이 있어요. 그 분이 '나는 연극을 통해 용기와 자신감을 가졌다. 이제 장애가 두렵지 않다'라고 얘기하셨는데 그게 딱 맞는 것 같아요. 몸의 장애가 마음의 장애까지 불러오면서 참 많이 힘들었거든요"라며 연극으로 변화되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연극하러 가는 길의 연극

아! 건대입구다. 기자가 동부여성발전센터 가는 길을 찾아보니 건대입구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됐다. "내리셔야죠"라는 기자의 말에 박주희 팀장은 "건대입구역에는 리프트 밖에 없어서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요. 그 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있거든요"란다. 그녀들의 연극하는 길은 그 자체가 비장애인들은 상상하지 않는 연극이다. 그녀들은 매번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서 다시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박주희 팀장과 기자는 함께 길을 걸었다. "이건 어디도 얘기하지 않은 건데 내년 정기공연에는 완전히 춤으로만 이루어지는 공연을 해보려고 해요. 사실 팀 이름이 '춤추는 허리'다 보니까 다들 연극보다는 춤 공연을 많이 요구하거든요. 그 요구에 적극 화답해보려구요(웃음)" 이번 연극도 춤과 노래가 들어간 뮤지컬이다. 그녀는 연극같은 삶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배우이다. 기자는 '춤추는 허리'를 보기위해 공연장을 찾으려고 한다. 아니 그녀들과 함께 춤추기 위해 가려 한다. 이번 주말 그녀들과 함께 추고 싶은 춤을 함께 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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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공감 , 연극팀 , 춤추는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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