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에 대해 보수언론과 처벌을 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 세력의 태도를 비판하고, 상공회의소 부회장의 기업 채용 불허 발언에 대해서도 '파쇼적 망언'이라고 짚었다.
민교협은 강정구 교수의 칼럼과 발언에 대해 "그에 대한 어떤 사법조치도 학문 사상 연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간주할 것"이며 "구속 수사 하겠다 한 경찰청장의 발언을 공권력의 월권적 사용을 옹호하는 반인권적 망언"이라며 규탄했다.
강정구교수사건에 대한 우리의 견해
한국에 다시 매카시적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이 광풍은 애초에 강정구 교수가 한 인터넷신문에 쓴 칼럼을 문제 삼은 광풍이었지만, 이번 광풍은 그가 전국민교협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학술논문을 문제 삼는 광풍이다.
이번 광풍은 애초의 것보다 더욱 야만적이고 살기등등하다. “강정구 친북발언 인내하기 힘들다”, “강정구 친북 폭언 계속 들어야 하나”, “강 교수의 잇따른 망발 계속 방치할 건가”등이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신문들의 사설제목이다. 이들은 강정구교수가 이미 이전부터 자주적 평화통일의 필요성,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의 불가피성을 인정해 왔고, 또 이런 관점에서 이번 토론회에서도 한미관계가 오늘과 같은 종속관계가 아니라 상호 평등한 우호친선협력관계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 등은 애써 외면하면서 그가 행한 역사적 추론의 몇 가지 점들을 침소봉대하고 과잉 해석해 그의 글을 북한 주장의 표절품, 반미선전선동 구호의 집대성, 공산화통일 옹호론 정도로 매도하고 있고, 학문연구의 자유 등을 존중해야 한다고 너스레떨면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수호’ 등을 위해 노골적으로 그를 감옥으로 보내라고 짖어 대고 있다.
게다가 강 교수에 대한 이들의 비난은 이념적 비난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 저급한 인신공격 수준의 비난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대학교수라는 직함을 방패막이 삼아 한국을 향해 행하고 있는 무차별 언어폭격이다’ ‘학문이라는 포장을 빌려 실체적 진실을 호도하는 발상이다’, ‘차라리 교수 직함을 벗어던지고 적화통일을 떳떳하게 외쳐라’ 등이 이들의 비난내용이다. 어떤 신문들은 그의 아들문제까지 들먹여가면서 그가 미국의 덕을 보았음에도 미국의 적이라고 떠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이러한 이념적 비난과 인신공격을 통해 다시 소생시키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것은 이미 진작 역사의 박물관으로 돌려보냈어야 할 국가보안법, 그것도 가장 먼저 폐기되어야 마땅한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이다. 이들의 주장에 발맞춰 경찰 역시 애초에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니 이젠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운을 띠우고 있다. 게다가 이젠 상공회의소 부회장이라는 사람까지 나서 ‘문제 있는 교수의 강의를 들은 응시자는 기업에 채용하지 않겠다.’는 투의 망언을 서슴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강정구교수가 한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칼럼은 그의 학문적 소신에서 나온 글이며, 그가 이번 전국민교협 토론회에서 발표한 글은 (토론회가 정세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다룬 학술토론회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학술논문이지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에 대한 어떤 사법조치도 학문 사상 연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간주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강정구교수가 도주와 증거 인멸의 위험이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구속’수사하겠다 한 경찰청장의 발언을 공권력의 월권적 사용을 옹호하는 반인권적 망언으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강 교수를 처벌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에게 자유주의자 존 스튜아트 밀의 다음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어떤 의견이 강제적으로 침묵되어질 경우, 그 의견은 진실일 수 있다. ... 이를 부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무오류성을 가정하는 것이다.” “다수자의 사상이 완전한 진리이고 소수자의 그것이 틀린 것이라 하더라도 그 다수자의 사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 주며 힘을 심어주려면 항상 그것은 소수자의 반대설에 의해서 비판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기와 사상이 다르다고 해서 누구를 처벌하라고 외치면서 입버릇처럼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내세우는 이들에게 우리는 다음의 점을 솔직하게 인정할 것을 권하고 싶다. ‘나는 자유민주주의의 적대자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와 다른 사상을 가진 자를 처벌하라고 외친다.’
‘문제 있는 교수의 강의를 들은 응시자는 기업에 채용하지 않겠다.’는 투의 상공회의소 부회장의 발언도 연좌제 옹호론 보다 더 나아간 파쇼적 망언이다. 그는 대학이 기업이념만을 가르치는 기업부설연수원 수준의 학원이 되길 바라는 모양이다. 그러나 대학은 상쟁하는 여러 이론, 사상의 자유로운 토론 연구의 장이 되어야 하며, 또 그런 공간에서 공부한 학생들만이 스스로의 판단력을 지닌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지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강정구 교수에 대한 색깔몰이를 중단하라!
- 강정구 교수에 대한 어떤 형태의 사법조치도 반대한다!
- 학문 사상 연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 파쇼적 망언을 한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대학과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라!
2005년 10월 6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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