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원 건립사업은 2002년 4월 수유리 부지가 확정되어 2005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한 국책사업으로 추진위는 "개별적인 장소 이전 의견이 제출되고 있는 상황이나 민주공원사업은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모든 민주진영의 중요한 사업"이라며 "민주공원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공론화되고 제 민주단체의 의견이 정리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민교협의 참여를 요청했다.
추진위는 준비위원회 형태의 출범식을 지난 14일 국회 헌정기념관 2층에서 가진바 있다. 이에 민교협은 서한을 통해 "열사의 뜻을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할 우리들에겐 당연히 요구되는 시대적인 과업"이라고 포문을 열고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국가주의에의 욕망'이 지닌 문제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교협은 마석에 위치한 모란공원을 예로 들며 "국가의 힘을 빌려 권위와 권력에로 시선을 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의 뜻들을 모아 이름 없는 민초들에게로 시선이 가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교협은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인 정부의 지원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작은 규모로 열사들의 본래의 뜻을 살리는 묘역, 예컨대 수목장이나 단출한 납골당 형식으로 누구나 쉽게 접하고 자발적으로 묘역 앞에 꽃을 놓고 싶은 아담한 공원을 건립하는 것"을 제안했다.
존경하는 민족민주열사공원건립추진위(준) 준비위원님들께
민족민주열사공원을 건립하여,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빼앗긴 민초의 천부적인 권리를 되찾기 위해 분골쇄신한 열사들의 뜻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계신 선생님들께 한없는 존경을 보냅니다. 이 사업은 열사의 뜻을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할 우리들에겐 당연히 요구되는 시대적인 과업입니다. 시간과 더불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열사들의 웅혼한 기상과 열렬한 투쟁의지를 되살려낸다는 것 또한 매우 값진 일이라 하겠습니다.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저희 민교협은 한 가지 점을 특히 유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국가주의에의 욕망’이 지닌 문제점입니다.
수많은 민중의 염원을 무너뜨리고 짓밟으면서 군부정권은 부당한 권력을 향유하였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최초이자 최후의 명분은 언제나 국가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그들은 언제나 인민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과 염원을 군홧발로 깔아뭉갰던 것입니다.‘민족민주열사공원건립추진위원회’ (이하: 추진위) 역시 혹시나 ‘국가적’ 수준의 사업 추진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는지 매우 조심스럽게 묻고 싶습니다.
국가폭력으로 인하여 희생된 민주영령들을 국가의 힘을 빌려 대규모 민족민주열사공원을 설립해 후세에 그 영혼과 정신을 길이 남기려는 의지 또한 또 다른 국가주의가 아닌지 곰곰 생각해봅니다.
재향군인회가 전국적으로 추진하는 호국영령묘역과 ‘추진위’의 민족민주공원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전자가 국가의 힘을 빌려 권위와 권력에로 시선을 가도록 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아래의 뜻들을 모아 이름 없는 민초들에게로 시선이 가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하겠지요. 그러므로 화려하고 장중하면서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원보다는 소박하지만 단아하고 친근한 공원이 적절하리라 생각합니다.
권위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광주의 518기념공원과 같은 공원이 아니라, 탈권위적이고 서민적인 마석 모란공원과 같은 공원이 우리가 건립해야 할 공원이 아닐까요? ‘추진위’가 구상하는 지나간 시간대의 강렬한 회억과 다가올 시간대의 강고한 전망과 맞물린 역사의식을 저희가 모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방법론과 규모의 적정성, 그리고 지향일 것입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인 정부의 지원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작은 규모로 열사들의 본래의 뜻을 살리는 묘역, 예컨대 대규모 장묘가 아니라, 수목장이든 단출한 납골당 형식이든 누구나 쉽게 접하고 자발적으로 묘역 앞에 꽃을 놓고 싶은 아담한 공원을 건립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 바탕 위에서 다가올 날들에는 과거의 독재자들과 그 하수인들의 후예가 발붙일 겨를을 주지 않는 단단한 미래를 담아내는 조형물이 세워진다면 참으로 멋진 공원이 되지 않을까요?
모든 일에는 여러 가지 상이한 견해가 있기 마련입니다. 좋은 뜻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 만큼 저희가 제안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숙고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 드립니다. 결국 가장 종요로운 지점은 과거의 교훈을 오늘에 잇고 건강한 내일을 건설하는 것일 터이니까요.
높은 문제의식을 지니고 활동하고 계시는 ‘추진위’의 앞날에 영광과 성취가 함께 하기를 기원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1월 17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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