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독립적 형태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성별, 장애, 인종 등 여러 유형의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권리구제를 명시한 차별금지법 시안을 공개해 주목된다.
인권위는 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총 4개장 44개조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시안을 공개하고, 입법 추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차별적인 관행이나 제도 등에 대한 개선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보호 및 인권의 전반적인 향상을 도모하겠다”며 차별금지법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차별금지법 시안은 성별을 비롯해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인종 등 총 20개 사유를 차별금지 대상으로 명문화했고,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 공권력의 행사 및 행정작용 등의 영역별로 차별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차별행위책임자에 시정명령과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
특히 인권위는 이번 시안에 제한적이지만 시정명령제도,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책임전환 등의 내용을 포함시켜 차별로 침해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간 인권위는 시정권고 등 권리구제 수단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상 강제력이 없어 인권위 권리구제 조치의 실효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시안에 따르면 인권위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시정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이와 함께 시안은 중대한 차별행위로 인정되고, 차별행위자가 결정에 불응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요청이 있으면 인권위가 법적 소송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 시안은 인권위를 통한 권리 구제뿐만 아니라 법원에 의한 구제 조치도 명시하고 있다. 시안에 따르면 악의적 차별행위자는 피해자의 통상적인 재산상 손해액 이외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일종의 손해배상 특례제도로서 미국, 영국 등에서 차별억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원리를 일정부분 도입했다.
또 인권위는 시안에 ‘피해자가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하면, 상대방은 그러한 행위가 없었다거나 그렇게 조치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조항을 적시했다. 즉 차별행위에 대한 입증을 피해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차별행위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인권위의 시안은 사회적 차별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어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권위는 일단 인권단체, 장애인단체들과 9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 뒤 12월 중으로 전원위원회에 상정해 법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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