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리얼리티’가 주는 껄끄러움에 대하여

장애인미디어교육 수료작 ‘장애인에게는 잃어버린 얼굴입니다’

여러 장르가 있지만 유독 ‘다큐멘터리’ 장르를 접할 때 두 가지 이유에서 낯설고 불편하다. 첫째는 관객의 코드를 철저히 외면하는 영상 기획 자체의 이기심 때문. 그중에서도 독립‘다큐’는 오늘도 8000원씩 주고 ‘킹콩’류, ‘아마겟돈’류 또는 ‘인디펜던스’류의 영화를 선택하는 ‘블록버스터형 관객’들과 전혀 타협하지 않는다.

소유와 집착으로 점철된 소위 ‘사랑’이야기나 신적 존재에 의한 민족의 자유를 꿈꾸는 21세기 소비대중의 코드를 철저히 비켜가는 셈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대중 소비 욕구와 적절히 맞물려 주가 상승 중인 장르가 바로 ‘리얼리티’ 장르다.

주류미디어 다큐에서 보여지는 ‘리얼리티’라는 것은 현실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소소한 시민의 모습, 훈훈하고 정감 가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 등 ‘그래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 아닌가!’ 일면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주류 다큐 영역에서 블록버스터 영화의 냄새가 나는 것은 왜일까? '냄새가 나, 냄새가..'

이러한 주류미디어에서 ‘다큐’라는 장르가 대중을 흡입할 수 있는 까닭은 ‘리얼리티’가 대중에게 갖는 의미, 즉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라는 점에서다. 그로 하여금 인디다큐에서의 ‘리얼리티’는 대중적인 시선이 고려되지 않은 듯, 껄끄럽고 세련되지 않는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바로 이것이 두 번째 이유다.

그러한 점에서 김기정 씨의 ‘장애인에게는 잃어버린 얼굴입니다’는 '블럭버스터형 관객'의 코드를 철저히 외면하는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는 한 여성장애인의 시선 이외의 어떤 시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관전 포인트 하나. 장애인 화장실에는 왜 남녀 구별이 없는가?

‘장애인 화장실’,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 화장실’이란 지하철의 노약자석에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해 적절한 자기합리화와 철판에 가까운 안면 소유자라면 오히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적 공간이다.

김기정 씨의 작품 ‘장애인에게는 잃어버린 얼굴입니다’는 ‘장애인에게도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를’이라는 구호를 버렸다. 장애인 이동권이나 교육권이라는 일차원적 요구를 넘어섰다. 결혼 8주년을 맞아 남편과 외출을 하는 그녀에게서 듣는 ‘외출하기가 무섭다’라는 말은 장애인의 요구를 미처 쫓아가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회의 단면이다. 거기다 더 보태 그녀는 장애인 화장실도 남녀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의 성은 존재하지 않는가!, 장애인 화장실도 남녀 따로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벌써 8년째다”

8년째, 장애인 이동권이나 교육권에도 침묵하는 이 미개한 사회에서 그녀들의 요구가 8년째 허공을 헤매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관전 포인트 둘, 창고 같은 장애인 화장실, 그곳엔 장애인의 인권도, 일용직 노동자의 인권도 없다

장애인 화장실을 창고가 되기 마련이다. 장애인 화장실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는 필연적인 귀결, 이것저것 잡다한 물건들이 넓은 공간을 의미를 퇴색시키기 일쑤다. 장애인 화장실에 여백이 존재하는 까닭은 여백의 미를 위함이 아니라 그 여백이 충분히 이용되는 공간임에도 비장애인의 시선에는 못내 그 공간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창고 같은 장애인 화장실, 그곳엔 장애인의 인권도, 일용직 노동자의 인권도 없다”

그녀에게 말걸기


정립회관 민주화를 요구하는 새해 첫 집회가 5일 정립회관에서 있었다.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2시 집회에 맞춰와 달라는 거꾸로 요청을 해왔다. 일종의 초대를 받아 얼떨결에 집회에 참석하게 된 것. 그러나 막상 취재도 안하고 멀뚱멀뚱 집회에 있으려니 춥기도 하고, 서먹하기도 하고, 생뚱하다는 생각이 들며 채 30분도 되지 않아 멋쩍어지기 시작했다. 구호를 외치는 얼굴들 속에서 이날 만나기로 한 김기정 제작자를 찾았다. '안 나오셨나?' 영상 속에서 보았던 기정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회 막바지, 분홍색 점퍼에 눈에 확들어오는 그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너무 반가웠던 모양이다. 대뜸 "기정씨 맞지요?, 저 오늘 만나기로 한 조수빈이라고 합니다"라고 말을 건냈더니만, 달랑 돌아오는 말이라는 것이 "네.."다.

다시 서먹, 생뚱, 서운, 멋쩍..그렇게 집회는 마지막 순서로 접어들고 있었다. 마지막 순서는 각자 자신의 소망을 적어 풍선에 날려보내는 일종의 상징의식이었다. 다들 적고, 접고, 붙이느라 분주한데 기정씨는 꼭 도망치듯 건물 안으로 사라지는 것.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꼭 물어봐야지. 기정씨 새해 소망이 뭔가요?"

"정립회관...너무...시끄러워요... 빨..리 조용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작년만큼만...같았으면...좋겠어요"

"작년만요???"

"네. 더 아프지 말고...딱...작년정도만..건강했으면..좋겠어요"(웃음)

색색깔 풍선이 하늘을 난다. 소망을 안고. 때때로 어떤 풍선은 전기줄에도 걸리기도 하고, 건물에 걸리기도 한다. 그래도 하나도 남김 없이 시야에서 멀어진다.

다음은 김기정 제작자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현재 참세상에는 장애인미디어교육 수료작들이 상영되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봤지만, 특별히 김기정 씨의 영상 홍보를 부탁한다.

비장애인들은 화장실 이용하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더더군다나 요즘 화장실도 옛날과 다르게 많이 깨끗해지고, 시설도 더 좋아지고 있어서 이용하는데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화장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아예 없는 곳이 훨씬 많지만, 있는 곳 또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여성인 나는 남녀가 같이 있는 장애인 화장실은 더욱 이용하기 불편하다. 남성장애인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 여성장애인은 옷을 모두 벗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공간도 넓어야 한다.

이렇듯 외부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 불편을 느끼는 것들, 눈에 띄는 문제였기 때문에 이야기 하고 싶었다. 기획하고 촬영하는 것은 비장애인 한명과 나, 그리고 나의 남편까지 셋이 함께 했다. 그러나 편집은 따로 했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나의 작품 ‘장애인에게는 잃어버린 얼굴입니다’이고, 비장애인분이 편집한 ‘여기서 부터가 인권의 시작입니다’이다. 두 편을 비교해서 보아도 재미있을 것이다.

>진부한 질문이지만 미디어교육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사진을 찍고 싶었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것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사진을 통해 사물을 보고 싶었다. 장애인들이 보는 또 다른 시선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그러나 장애가 있다 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손이 떨리고 그러다보니 기계를 작동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가 장애인미디어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여했다. 남편의 권유도 참여에 한 몫 했다.

편집과정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저번에 노숙인미디어교육을 청강한 경험이 있는데, 모두들 편집이 가장 어렵다고 하더라. 편집 어렵지 않았나?

편집은 정말 어렵다. 주변의 자문도 구하고 도움도 구해서 작업했다. 아무래도 초보이기 때문에 수월하지 않았다. 영상 흐름을 잡지 못해서 어려웠다. 생전 처음해보는 작업이라서 잘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도 있었고, 뭔가 세상에 알리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내가 정말 잘 담고 있는지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어려움에도 장애인 영상미디어교육은 나에게 아주 뜻 깊은 일이 되었다. 오래 고민해왔던 장애인 화장실에 관한 문제를 부족하게나마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짓굿은 질문이지만 아쉬운 것이 있을 텐데, 아쉬운 점은 어떤 것이냐?

좀 더 장애인 화장실의 현황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장애인들 속에서는 화장실 문화라는 말이 있고, 어린 아이 기저귀까지도 남아, 여아가 구분되어 있는 세상에 장애인의 화장실에서만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권리마저 무시당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담아내기가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또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인이 없었다는 것과 카메라를 직접 다룰 수 있게 하는 보조장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카메라 삼각대만으로는 한계성이 있으니까요. 처음으로 카메라를 만져보는 것은 공포였다. 카메라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어 아쉽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화장실에 관한 문제를 세상에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또 기회가 된다면 참여할 생각 있는가?

(웃음)근데 또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만약 또 영상을 찍게 된다면,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을..

장애인들의 주거 실태를 담아보고 싶다. 나는 임대아파트에 사는데 여러 가지 사정에 맞춰서 설치를 해놓았다 하다라도 불편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 집을 나한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집에 맞춰서 산다는 말이 맞다. 나뿐만 아니라 기회가 된다면 장애인 주거문화 실태를 자세히 다뤄보고 싶다.

>배경음악 좋던데요. 무슨 노래?

(웃음)남편이 소개해 주었다.

장애인미디어교육 어떤 점이 더욱 보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더 많은 장애인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를 기회로 사회에 나와 자신의 직업으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 눈높이의 맞춤교육이 필요하겠다. 또한 중증장애인을 위해 활동보조인,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통역사,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교재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애인 미디어교육이 일회성이 아닌 무엇인가 찾지 못하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같이 교육받은 친구의 작품 중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나?

지난해 10월 시사회를 했었다. 그날 저도 처음 제 작품을 봤는데 쑥스럽더라. 그날 본 작품 중 ‘얼굴’이라는 작품은 정말 좋았다. 저와 같은 얼굴근육장애를 가진 친구의 작품이었다. 감동받았고, 저런 용기가 나오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기하기 꺼려지는 부분인데 말이다.

[인터뷰] 미소 '장애인문화공간' 활동가

장애인미디어교육 시작하게 된 배경은?

2003년에 처음 시작했다. ‘장애인문화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첫 사업을 무엇으로 할까 많은 고민이 있다가 영상미디어교육을 해보자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증장애인 등 10명 정도 참여했는데, 참여하는 장애인들이 새로워하고 영상을 소통의 매개로 이용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2004년은 예산이 배치되지 못해 미디어교육을 하지 못했고, 2005년 다시 시작한 것이다.

미디어교육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떠했나?

장애인 미디어교육의 요는 주류미디어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져보자는 것, 주류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장애인, 또는 주류미디어에서 배제되는 장애인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과정이나 교육에서의 경험이 중점이 되었지, 기술적인 문제가 이번 미디어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만 받는 교육이 아니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에 참여함으로써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동시에 깨닫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일종의 통합교육.

어려움이 있었다면 지원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2004년에 미디어교육을 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자체 예산이 어려웠던 것이다. 또한 장비와 시설이 구비되어 있는 공간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2005년도 교육을 진행했던 아리랑 미디어센터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교육시간 외 시간에는 작업이 곤란햇다. 결국 시간이 부족하여 2005년 1기는 수료작이 없었고, 2기는 다행히 수료작이 나와 시사회를 한 것이다.

또한 편집에 어려움이 많았다. 편집하기 수월하고, 쉬운 프로그램을 구하다보니 단점이 불안정하고 세세한 작업이 어려웠다. 오류도 많이 발생해서 어떤 교육생분은 심지어 유료 PC실을 이용하면서 컴퓨터 5대나 망가뜨렸다는 얘기도 들었다. (웃음)

몇 작품 보았다. 이런 작품일수록 많이 보고, 알려져야 하는데 엑세스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아직 참세상과 프로메테우스에만 엑세스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작업을 해서 몇 작품은 KBS열린채널에 엑세스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미디어교육 지켜보면서 소감은?

장애인 이슈는 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동권이니, 교육권이니..그러나 영상에 담겨진 그들의 모습은 너무 다 다르고, 획기적이다. ‘얼굴’이라는 작품을 찍은 윤성근씨는 나하고도 3년이상 알고 지낸 사이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 뇌성마비와 안면근육장애 등 중복장애를 지닌 그의 얘기를 영상을 통해 보면서 많이 놀랐다. 처음 듣는 얘기였기 때문. 장애인인권활동을 한다는 나조차도 비장애인인 까닭에 알 수 없었던 문제의식을 장애인의 시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미디어교육에 참여하는 장애인 분들의 반응은?

우선 주류미디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같다. ‘다시 알았다’라는 반응 등 주류미디어에 익숙했던 분들이 자기 목소리를 듣고 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또한 시간을 더 늘리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등 교육 욕구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더 많은 장애인들이 미디어교육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단체 활동하시는 분들이 아니면 이런 기회도 접하기 어려운데 어떤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가?

미디어교육은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계기이다. 이미 활동하시는 분들이 주축을 이뤄 미디어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2006년에는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을 계획 중이다. 활동가 중심으로 가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회원을 중심으로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2006년 미디어교육의 새로워지나?

기자학교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워밍업을 가졌는데, 반응이 좋았다. 단체 활동가 대상으로 시작했다. 2006년에는 좀더 포괄적인 기자학교가 계획될 예정이다. 또한 예산이 불안정해서 불확실하지만 ‘장애여성미디어교육’을 진행해볼 생각이다. 장애인이면서 여성이라는 이중적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소극적인 장애여성에게 좀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함이다. 그 밖의 진행되는 것은 2005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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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효용

    장애로 인하여 겪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생활속에서 극복해야하는 고달픔을 가장 잘 현실감있게 표현해 주셨네요. 공감이 가며 이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하철,공공시설,각종건물들의 화장실과 엘리베이터의 설치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 아닌지~~~
    선진국으로 가기위한 길은 너무나 멀고도 험난합니다....

  • 하이

    멋지군요 ..

  • 늦었지만...

    추운 겨울임에도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기사군요.
    새해에도 민중언론 참세상에 영광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