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영화인들 그리고 시민들의 촛불

‘No FTA! Our Rice Yes! Screen Quota Yes!'

막바지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7일,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는 ‘쌀과 영화’의 촛불 문화제가 진행됐다. 농민들과 영화인들이 주체 단위별 공동 집회를 개최한 것은 실로 처음있는 일이었다.

입구 기둥 곳곳에 포스터가 눈에 띈다. ‘코오롱 불매 운동’ . 비정규직 법안 저지 투쟁이 하루 종일 국회 앞에서 진행됐던 이날 이상진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대표는 집회 후 서둘러 이곳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상진 대표는 “유인물과 포스터를 준비해와 왔다. 성격상 무관하다 할 수 있지만 사측을 압박하고, 상황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이날 촛불 문화제 참가자들에게 '코오롱 불매운동에 동참'을 호소하는 유인물을 나눠 주기도 했다.

  입구 기둥에 붙혀진 코오롱 불매 운동 포스터 /권회승 기자

  무대 전면의 모습. 안성기 영화인 공동대책위원장과 문경식 전농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권회승 기자

층계의 주요 자리는 곳곳은 ‘팬클럽’소속 회원들의 자리였다. 그러나 그들 나름대로의 철저한 규율이 있었다. ‘오늘 만큼은 오빠라는 소리 지르지 않기’, ‘사진찍지 않기’ 등 대형 스크린에 비춰진 모습만 봐도 자동반사로 ‘꺄악’ 소리가 튀어 나왔지만 서둘러 자제하는 노력들이 역력했다. 이준기 팬클럽에서 왔다는 한 참가자는 피켓도 만들어 왔고 애써 회원들을 자제 시키며 행사요원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거리 선전전을 하고 있는 전국의 영화학과 학생들도 촛불 문화제에 참가했다. ‘우리의 목소리를 국회로’라는 구호를 외친다. 이들 등 뒤를 보면 배우들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 쓰고 피켓을 앞뒤로 달어 마치 배우가 1인시위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선전물을 몸에 달고 있다. 기발한 문구와 함께.

공동 개회사를 한 안성기 공동대책위원장과 문경식 전농 신임 의장은 “우리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손을 잡았다. 최소한의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 농민, 노동자, 배우, 스텝 전 국민이 나선다. FTA를 반대한다”며 ‘No FTA! Our Rice Yes! Screen Quota Yes!'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영화과 학생들이 만들어 온 선전물/권회승 기자

  참가자들의 모습/권회승 기자

  무대앞 참가자들의 모습, 정지영 영화인 공동대책위원장의 모습도 보인다. /권회승 기자

이어지는 공연, 그리고 촛불들이 하나 둘 씩 늘어간다. 행사 주최측에서 준비한 기념 손수건을 나눠 든 참가자들은 손목에 차기도 하고, 목에 걸기도 하며 마스크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무대위에 오른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겨울을 보내는 마지막 추위지만 오늘 이 밤이 정말 아름답다”며 노동자와 영화인들의 조직적 싸움에 자축하는 박수를 보내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선전물을 만들어온 참가자들 / 권회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