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문적 소명은 ‘냉전성역 허물기’”

강정구 교수 8일 동국대에서 강연

동국대 직위해제 결정은 학생 수업권 침해

개학을 맞은 동국대, 지난 2월 8일 직위해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8일 동국대 동국관 1층 한 강의실에서 ‘한국사회 냉전성역 허물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개최했다. 이는 본래 동국대 내 팔정도 앞에서 천막강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나 국민행동본부 등 일부 우익단체들의 방해로 무산,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5시에 내부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것이다. 이날 강연이 진행된 동국관 1층 306호는 강정구 교수가 강의를 해오던 강의실이었다.

지난 2월 8일 동국대는 이사회를 열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강정구 사회학과 교수를 만장일치로 직위해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한 최근 동국대는 직위해제 결정에 대한 후속조치로 강정구 교수에게 배정되었던 전공과목 ‘정치사회학’ 강의를 폐강시켰다.

이동철 학생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동국대의 직위해제 결정은 한 교수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수업권을 박탈했음은 물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학생들의 수업권마저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하고 “오늘 수구보수 집단의 방해공작 또한 엄연한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냉전 성역 허물기가 나의 학문적 소명”


강정구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교수 개인의 학문적 기본은 민족-민중-비판 학문”이라며 “이러한 학문이 비판학문을 지향하고 세부적으로 냉전성역 허물기를 그 학문적 소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폭로와 선동의 글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강정구 교수는 “이러한 냉전성역 허물기 연구는 남한사회가 통상적으로 갖고 있는 일반적인 신념에 대해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는 것임에 틀림없다”며 “우리 사회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냉전성역을 건드렸기 때문에 필화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강정구 교수는 이번 필화사건의 단초가 된 ‘6.25 통일전쟁론’에 대해서 “6월 항쟁이 민주항쟁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항쟁의 주체자들이 쟁취하려는 것이 민주화였기 때문이며 전쟁의 경우도 전쟁주체의 전쟁목적에 따라 규정될 수 있는 것”이라며 “전쟁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며 다양한 학문적 결론에 대해 지적했다.

강정구 교수의 이번 강연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지난 2월 3일 재판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강정구 교수는 당시 첫머리진술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학문적 다양성을 훼손했다는 점과 국가보안법 수사에서 우연의 일치에서 비롯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인 것처럼 등치시킨 점, 이적해위라는 학문외적 잣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천막강연은 강정구 교수를 시작으로 한흥구 성공회대 교수,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임종인 국회의원 등 총 4회에 걸쳐 매주 진행된다.

한편 강연이 끝난 늦은 7시경부터는 강정구 교수의 직위해제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동국관 옆에서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국가보안법폐지와 학문의 자유 수호, 강정구 교수 탄압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금기 영역에 갇혀 있던 ‘냉전 성역’은 허물어져야 한다”며 “구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 색깔론적 이념몰이에 굴복하여 대학의 본연의 임무인 학문의 자유 수호를 져버린 동국대가 역사의 당당한 주체가 되기 위해 직위해제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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