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고속, 후쿠오카 쾌속운항...노동자는 과거로 쾌속추락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 2006년 미래고속 노동자의 목소리

“근로기준법? 몰랐지에.”

노동법이 무엇인지, 최저임금이 무엇인지, 잔업수당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부산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나갔다.

서울에 온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세종문화회관 뒤 쪽, 천막도 없이 차에서 잠을 자며 ‘진짜노동자’로 이제 태어나는 열 명의 노동자가 있다.

  박옥수 조합원
“애사심으로 일했어에. 고객이 오면 밥 먹다가도 일했어요. 입 안에 있는 밥알 씹지도 않고 삼키며 고객을 맞았어에. 회사가 잘되면 우리한테도 잘 해주겠지, 꾹 참으며 기다리며 일만 했어에.”

부산 아가씨 박옥수. 그가 다니는 회사는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쾌속여객선을 운항하는 ‘미래고속’이다. 억세게만 느꼈던 부산 억양이 오늘따라 부드럽게 내 마음을 파고든다. 서울말과 부산말이 어우러져 있지만 억양은 고향에 있다.

쾌속여객선은 어디로 가나?

2002년에 만들어진 미래고속은 3년 만에 매출 300%의 성장을 보였다. 서울과 부산간 고속철도 시간이면 일본을 갈 수 있다. 300톤급 쾌속여객선은 성수기에는 하루 18회, 비수기에는 8회를 일본을 오간다.

선원들은 선원노조에 가입해 있다. 올해 1월에 건설된 화물연대 미래고속지부는 예약, 매표, 영업, 출입국 업무 등 육상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만들어졌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 미래고속에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노동자도 있었다.

“조합이 꾸려지니 회사에서 슬그머니 최저임금보다 부족한 돈을 부랴부랴 통장에 넣었어에. 회사는 커 가는데, 우리가 좋아지는 것은 없지에. 해주기만을 기다렸어요. 잔업을 하면 수당이 있는 것도 몰랐고, 점심시간이 따로 주어진다는 것도 몰랐고요.”

불행하게도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였다. ‘노동조합을 인정해 달라’다. 2006년 최소한의 요구로 노동자임을 깨닫고, 노동자로 태어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파업의 선택이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집회를 하고, 가두행진을 하는 걸 보면 짜증이 냈어에. 왜 하는가 보다는 길이 막히니까 신경질이 나죠. 시내에 나갈 때 누가 선전물을 주면 받지도 않았어에. 이제는 주기도 전에 제가 가서 한 장 달라캐서 받아에.”

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자신들에게 한 행동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 애사심만 가지고 지금껏 열심히 일했잖아요. 그런데 슬퍼요. 몰라서 못 챙겼던 건데.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건데.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봐요.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며 일했는데 이젠 모르겠어에.”

말이 끊기고, 박옥수 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회사에 욕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짜증이 나요. 법에 있는 것만 지켜 달라고 한 건데 너무해요. 그리고 … ”

법에 있는 건만 지켜 주세요

무화과를 따먹은 아담처럼, 조합을 만든 지 넉 달. 너무나 많은 걸 깨우치고, 세상을 보게 된 박옥수 씨의 눈물은 멈출 줄 모른다. 하루빨리 회사에서 예전처럼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싶단다. 편안하게 일하고 싶단다.

노정호 지부장. 서른둘의 부산 사나이다.

“저희는 노동운동가가 있어서 조합 만든 것 아니잖아요. 최소한의 법마저도 무시한 회사에게 이건 아니라고 말한 거잖아요. 평범한 직원을 회사가 투사로 만들고 있어요.”

  노정호 지부장
박옥수 씨가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 있던 지부장이 말을 거든다. 눈이 참 예쁘다. 지칠 때도 됐는데, 힘들만도 한데, 가슴은 무척 아플 건데. 한 번도 잃지 않는 눈웃음. 서글서글하기보다는 참 맑다.

“우리가 귀족노조가 아니잖아요. 우리가 다른 곳보다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최저임금, 근로기준법 지켜라, 조합 인정. 이걸 가지고 한달 넘게 파업을 하는 우리가 우습지 않아요?”

조합이 만들어지고, 8차례 교섭을 했으나, 늘 빈손이었다. 그 사이 지부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관리자에게 폭언을 했다는 거다.

“제가 무슨 폭언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폭언을 당했다는 사람이 대표 조카에요. 징계하려면 해도 좋아요. 제 말이 뭐가 폭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교섭은 해야지요. 언제든지 징계를 한다면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교섭하다 징계를 하면 안 되죠.”

노동부 중재위원회의 중재안을 노조는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는 중재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지부장 노조 전임문제도 그래요. 전임을 요구했으나, 중재안으로 반전임이 나와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회사가 중재안도 받아들이지 않아 이제 시간제로 조합 일을 하겠다고 했지요. 그것도 회사는 받지 않겠다는 거예요. 조합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무슨 대화가 되겠어요.”

현재 교섭의 중심 내용은 8시간 근무시간을 지키자, 지부장의 조합활동시간 보장, 조합원의 가입대상 범위다. 지난 24일부터 교섭이 두차례 있었다.

점심시간도 없이 일을 하고, 기본 근무시간과 잔업 시간이 모호하게 적용되는 급여,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연장수당, 그리고 조합활동. 지울래야 지울 수 없고,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 없는 미래고속 노동자의 목소리다.

지울 수 없는 목소리

미래고속 대표는 상선을 운항하는 대보해운으로 자리를 옮기며 새 대표를 세웠다. 조합원들이 서울로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고속의 실권을 지닌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고는 풀릴 수 없다고 판단을 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대보해운 앞을 찾은 지 일주일.

이들이 있어야 할 부산의 미래고속은 지금 관리자들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공동운항을 하기로 한 일본 운수회사 직원이 차지하고 있다. 일부 발권업무는 외주로 빠져나갔다.

“제 풀에 떨어지겠지 하며 시간끌기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달이 지났지만 저희들은 더욱 똘똘 뭉쳤어요. 더 이상 시간끌기를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관리자들도 불만이 쌓여가고 있어요. 일을 몇 배로 해야 하니. 제발 회사가 더 많이, 더 깊게 골이 패이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겁니다. 뒤늦게 깨달은 우리의 권리, 끝까지 찾을 테니까요.”

노정호 지부장은 입을 굳게 다문다. 양 입술을 오므리며 깨문다. 노동절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들에게 메이데이가 분노가 아닌 축제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힘들지만, 한 달간 함께 있으면서 동료를 알 수 있었어 너무 좋아에. 그리고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억울하고 힘없는 우리, 똘똘 뭉친 동지애를 느꼈거든요.”

아직 구호 외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박옥수 씨. 회사에서 다시 일하면 밥 한 끼 사주겠다고 한다. 부산에 오면 국제여객선터미널로 오라고 한다.

돌아서는 길, 빌딩 사이로 구름이 가득하다. 한바탕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흐르는 눈물 감출 수 있을 텐데. 뒤를 돌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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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 미래고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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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노동자

    질긴놈이 이긴다고, 끝까지 투쟁하여 반드시 승리하여 주십시요!
    여러분들의 행동이 근로기준법을 모르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희망의 햇불이 될 것 입니다.
    여러분 힘내세요. 투쟁! 투쟁! 결사투쟁!
    조직부장님! 고생이 많구요 승리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조합원들과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멀리서나마 격려의 응원을 보내겠습니다.
    투쟁!

  • 단결 투쟁...

    서울에서 부산으로 왔다는 소식들었습니다. 힘드시겠지만...끝까지 투쟁하셔서 꼭 쟁취하시길..바랍니다.여러분 투쟁에 많은 지역동지들이 관심가진다는것 잊지마세요!홧팅입니다.

  • 노정호

    단협을 체결하면서 많은 아쉬움이야 남겼습니다.
    얻은것이 적지 않은데, 그 얻은것이 당연히, 원래 지켜졌어야 하는 것들이기에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패배하지 않은 투쟁 입니다. 바로 동지들의 연대와 우리 조합원들의 강철같은 단결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43일간의 파업을 단 한명의 이탈자 없이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조합원 여러분과 연대하신 동지들 본부와 본조의 동지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오돌

    지회장님의 얼굴과 조합원들의 맑은 눈에서 이미 승리를 보았습니다.

  • 나그네

    뭐가 승리고 뭘 얻었다는건지.....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시오..동지여러분!!

  • 아시아나조합원

    전철을 타고 1시간이상씩 오고갔던것이 자랑스럽네요.
    정말로 고생많이하셨고요... 앞으로 노동조합에 건승을 기원합니다. 참고로 우리 아시아나조합원들중에는 여성조합원이 몇명없는데 미래고속지부는 여성조합원이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