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비정규법안 못 막는다?

[기자의눈] 법안 상정 한나라당이 막아줘

민주노총 신임 집행부가 들어선지 두 달이 지나갔다. 집행부를 꾸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당선되자마자 비정규법안이 괴롭혔고, 투쟁사업장의 처절한 목소리는 당선의 기쁨을 느낄 틈도 주지 않았다.

2월 25일 국회 앞, 조준호 위원장의 취임은 집회장이어야 했다. “사진만 찍고 희희낙락하지 않겠다”며 조합원들 앞에 약속을 했다.

2월 22일 취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운수 4조직 공동투쟁 기자회견, 비정규개악안 날치기처리저지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집행부도 꾸려지기도 전에 밀려드는 투쟁을 양 어깨에 짊어져야 했다.

[출처: 민주노총]

철도, 화물, 장기투쟁사업장과 관련해서도 꼬박꼬박 기자회견을 챙기며, 투쟁의지를 밝혔다. 그 때마다 빠지지 않은 말은, “단호하고 결연한 투쟁”이었다.

단호하고 결연한 투쟁

민주노총 사업장인 코오롱, GM대우, 화물, 현대하이스코, 하이닉스 매그나칩, 셀 수 없이 많은 사업장들이 단호한 투쟁을 벌였다. 굴뚝에 오르고, 손목을 끊고, 곡기를 끊고, 용역에 맞아가며 단호하게 투쟁을 했다.

민주노총 총파업 경고는 그것도 강력한 총파업의 경고는 며칠이 멀다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국회에서 양치기 소년처럼 “비정규법안 상정한다”라고 외치면, 곡괭이를 들고, 호미를 들고, 망치를 들고 국회로 달려갔다.

민주노총은 양을 지키는 일은 국회에 맡겨두었다. 정확히 말하면 열린우리당이 양치기다. 양치기 소년의 목소리만 기다리고, 총파업 경고 기자회견만 하면 된다. 울타리를 치기보다는, 늑대를 없애는 일은 뒤로 한 채.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은 비정규법안만 가지고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3월 14일 ‘노조파괴전문가,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구속촉구 기자회견문’을 다시 들춰본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세종병원, 하이닉스 매그나칩, 기륭전자, 오리온전기등 10여 곳의 사업장을 호명하고, 책임자 구속을 요구했다. 물론 마지막 말은 총파업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4월 3일을 기점으로 강력한 총파업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강력한 총파업의 진실

민주노총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자, 3월 27일 최일배 코오롱노조 위원장은 이웅렬 회장 집에서 유서를 들고 동맥을 끊었다. 물론 이때도 민주노총은 순발력 있게 이웅렬 회장 구속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출처: 민주노총]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3월 14일 호명한 기업 중 해결된 사업장은 단 한 곳 뿐이다. 물론 책임자는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다. 4월 3일 총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듯.

민주노총 총파업은 열린우리당 양치기소년의 보고에 따라 4월 6일로 연기되었고, 다시 4월 6일은 덤프연대만 홀로 여의도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했다. 4월 5일 상경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는 광화문에서 노숙을 하고, 6일 노동부 항의방문, 경총 방문 투쟁을 하였다. 민주노총 주최였는데, 불행히도 위원장은 물론이고, 선출직 간부는 한 명도 없었다. 집행국 간부들이 나와 고군분투 했다.

3월 14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장기투쟁사업장 문제와 구속처벌 요구, 강력한 총파업에 대해서 민주노총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말없는 민주노총

4월 21일 또다시 비정규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지침4호를 통하여, “4월 21일 총파업투쟁으로 비정규개악안 강행처리를 저지하였으므로”로 시작한다. 또한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큰 화면으로 “국회 비정규법안 처리 공세적 총파업으로 막아내”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하지만 이날 법안 통과저지는 아이러니컬하게 민주노총이 아닌 한나라당이라는 것을 안다. 물론 기아, 현대차 노동자를 비롯한 파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승리적인 평가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판단이 필요할 때이다.

승리적 평가가 아닌 정확한 판단을

4월 21일 국회 취재를 하던 진보적인 언론의 기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취재하기 정말 싫다. 아예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하며 주위를 살핀다. 주변 기자들의 말은, “나도 그래”였다.

[출처: 민주노총]

그만큼 국회일정에 끌려 다니는 민주노총의 모습에 답답함과 지루함을 가지는 거다. 법안 상정이 되냐, 되지 않냐의 문제가 아니다. 상정이 된다는 말에 달려오는 모습이 절박보다는 형식적이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서기 때문이다.

이미 조준호 위원장이 말했듯이 비정규노동자가 천만에 육박하고 있으며, 법안이 통과되면 무수한 노동자가 이제 성은 ‘비’요 이름은 ‘정규’가 되어 치외법권(?)의 삶을 살아야한다.

상정이 된 뒤 막는 게 최선인가. 통과된 뒤 총파업하는 게 올바른 선택인가. 이미 노동자의 손을 떠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손에서 놀아나는 법안을 찾아와야한다. 노동자의 손으로 찢어야하는 위기의 순간이 아닐까.

최근 노동절 집회와 관련하여, “비정규법안이 국회통과 시” 국회 앞으로 장소 변경이라는 어이없는 말이 나왔다. 어찌 ‘통과’라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이런 생각을 잠시라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 '통과'라는 말을 입에 담는가

취재를 다니며 만난 비정규노동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민주노총 빼고 우리끼리 해야 되는 것 아냐.” 민주노총이 모여라 하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노동자들이다.

임기 1년의 민주노총의 현 집행부의 고민, 애정을 가지고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비정규법안의 문제는 역사적으로 수치로 남을 만한 일이 아닌가. 부디 조준호 집행부가 이 십자가를 짊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직 비정규노동자인지도 모른 체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많다. 중요하게는 이들만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숙명적으로 비정규를 받아들이며 살아야하는 세상이 오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만이 짊어질 일은 아니다. 비정규직노동자에 앞서 정규직 노동자가 나서야 한다. 사회단체도 연구자와 학생도 힘을 합쳐야 할 문제다. 그 앞에 무거운 총대를 맨, 한국의 최대 노동조직인 민주노총이 뜨거운 가슴으로 앞장서고, 결단을 해야 한다. 작은 사업장의 당연한 요구도 목숨을 걸고 구속을 각오하고 싸우지 않는가.

총파업을 당장 하자는 말도, 총파업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한다면 한다는 든든한 믿음을 주고, 숱하게 외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 정말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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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시원하다. 동네 기자들 지칠만도 하다. 우리도 그런데 오죽하겠나. 참 어려운 요즘이다. 욕을 하기에도 지치니..

  • 금속

    어쩔거요. 총파업 말은 많아도 현장에서 총대매고 나서는놈은 없는 것을 ..파업인원 금속노동자 빼면 3만이나 될까?

  • 화물

    저도 시원합니다.민주노총 조합원 모두가 이기사를보고 자신의 정체성에대해 반성좀했으면...행동하는 노동자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