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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연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매주 목요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위치한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단지 앞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이날도 오후 7시 30분이 되자 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8월의 첫 번째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것이다.
해고노동자, 아파트 단지 앞에서 촛불문화제 하는 이유
이들이 매주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에서 촛불문화제를 여는 것은 중앙케이블티브이방송(중앙케이블방송) 회장이 이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 지난 3월경 중앙케이블방송은 조합원 7명 중 5명이 하청업체로 갈 것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정리 해고했다. 사측은 명목상 정리해고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실제는 회사 내 노조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해고노동자들은 주장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오다가다 물어봐요. 그들도 처음에는 왜 여기서 우리가 집회를 하는지 의아해했죠. 하지만 우리가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면 다들 수긍하는 모습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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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앞 모습 |
“초반에는 아파트 입주자들이 항의를 했어요. 소음과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죠. 그 후 부산지방노동청에서는 5월 23일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중앙케이블방송을 검찰에 기소 조치했지만, 사측은 여전히 반응이 없는 상태에요. 사측 말로 ‘너희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는 입장이죠”
조영욱 해고노동자는 지난 주 촛불문화제 벌어진 일도 얘기해 줬다. 그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를 맡고 있던 경비업체의 한 직원이 사복차림으로 차 안에서 문화제에 참석한 조합원들의 사진을 몰래 찍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안 조합원들이 차를 막아서자 경비업체 직원은 급히 차를 빼고 도망가던 중 조합원을 치는 사고를 냈다. 결국 이 사건은 경비업체 관리자가 직접 나서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이어 그는 “노조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된 것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역노동자들이 함께 한 중앙케이블 촛불문화제
촛불문화제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신기식 중앙케이블방송 해고노동자와 전종혁 삼화여객현장위원회 수석, 구덕천 부산지역일반노조 총무차장이 함께 나와 자신들의 노래모임 ‘핏대’를 소개하고 공연이 펼쳤다.
아직 따로 연습을 가진 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들이 ‘노동자의 인생’을 부르며 “그때나 지금이나 노동자의 인생에 변한게 없다”고 얘기하자 모두들 동감하는 분위기였다. 또한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노동자들 9명도 이날 참석해 발언과 함께 시낭송을 가졌다. 말 그대로 지역노동자들이 함께 한 촛불문화제였다. 신기식(37) 해고노동자가 기자에게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촛불문화제 때문에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케이블방송 회장에게 권고를 했답니다. 회사의 일을 빨리 처리하던지 아니면 이사를 가던지 말입니다. 회장은 이사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참 웃긴 일이죠”
“그런데 아파트 입주자들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어요. 그 내용을 보니 촛불문화제를 ‘문화제를 가장한 집회’라고 합니다. 물론 우리들은 문화제 때 소음을 계속 줄여나갔고 3주 전부터는 입주민들과도 마찰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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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노조 노래모임 핏대가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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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식 해고노동자가 중앙케이블방송 회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
“집회가처분신청 받아들여도 계속 문화제를 할 거에요”
신기식 해고노동자는 더 자세한 내용도 얘기해 줬다. 그에 따르면 7월경 아파트 입주민측은 법원에 중앙케이블방송 촛불문화제에 대해 집회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한다.
신기식 해고노동자에 따르면 지금 촛불문화제 집회가처분신청을 준비하는 변호사와 예전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등으로 법원에 회사 앞 집회가처분신청을 했던 변호사가 동일인물이고 그 비용 또한 중앙케이블방송 측에서 부담한다는 것이다.
“억울한 건 회장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리들을 복직시킬 수 없다는 겁니다. 명예퇴직한 분들과 형평성 원칙에 문제가 있다는 거지만, 노동청에서도 우리들이 부당해고라고 인정했어요. 단지 회장의 자존심 때문에 우리를 복직 안 시키는 거죠. 우리는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도 여기서 계속 문화제를 할 거에요”
신기식 해고노동자가 작심한 듯 얘기했다. 그는 지난 번 있었던 사측에 대한 부산지방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도 알려줬다. 특별근로감독도 신기식 해고노동자가 노동청 천막농성장에서 14일 동안 물과 소금으로 단식농성을 벌여 얻어낸 성과다.
“우리가 원하는 건 회유 아닌 원직복직 뿐”
그러나 특별근로감독 결과 노사협의회 미개최 등 노동관계법 위반을 확인했지만, 사측은 여전히 꿈쩍도 안하고 있는 상태. 중앙케이블티브이방송은 자본금 5억으로 시작해서 현재 부산에서 20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자산 1천억 원대의 우량기업에 속하지만, 노조에게는 탄압의 기억 밖에 없는 불량기업이었던 것이다.
이날 문화제는 9시경 막을 내렸다. 다들 떠나기 싫어하는 눈치다.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도 없었다. 이날 조합원들은 물론 동아대를 비롯해 학생들도 20여 명 참석, 원직복직에 대한 구호를 함께 외쳤다. 집으로 가는 길, 신기식 해고노동자가 한 가지 더 생각난 듯 얘기했다.
“회장이 자신의 집 문화제가 시끄럽다고 사장을 통해 돈을 받고 정리할 것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오직 회사로의 원직복직 뿐입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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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님은 참세상 부산경남지역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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