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가슴에도 가을바람은 차다. 하늘은 아리다. 오늘 시린 가슴을 달래줄 사랑을 하나 만났다. 9월 8일부터 시작한 ‘노동문화예술단 일터(일터)’의 정기공연 <달밤브루스>. 공연 마지막 날인 17일은 태풍 '산산'으로 부산의 바람은 모질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하에 있는 소극장은 태풍의 매서움만큼 공연장은 휑하니 차갑다.
이 태풍을 뚫고 공연을 보러 오는 이가 있을까? 공연 시작 10분 전. 위로 홀라당 올라간 우산을 들고, 얼굴에 비바람을 고스란히 담고 사람들이 몰려온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아, 가을. 모든 이의 가슴에 사랑이 그립구나.
‘일터’의 사랑은 뭔가 다르다. 사랑의 주체가 지상파 방송이나 영화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이다. 하지만 늘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정겨운 사람들.
청소부라 불리는 미화원, 똥퍼라 불리는 정화원, 야채가게 할머니, 매 맞는 아내, 고스톱에 미친 아주머니, 그리고 포장마차 여주인. 이들이 엮어가는 사랑이야기는 민중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담아낸다.
노동자 투쟁현장에서 익숙한 ‘일터’의 이번 공연은 몇 해 전 환경미화원의 삶과 투쟁을 다루고자 기획되었다. 환경미화원과 함께 전체 ‘일터’단원들이 리어카를 밀며 쓰레기를 치우며 만들어진 작품이다. <야간인생>으로 발표되었던 작품은 환경미화원의 노동조합건설과 투쟁에 방점이 가있었다.
이를 개작하여 만든 것이 <달밤브루스>다. 노동문화 판에서 쉽게 볼 수없는 탄탄한 구성과 줄거리, 누구나 공감하게 하는 설득력과 호소력, 그리고 음악과 춤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사랑이 무엇인지를 민중의 코드, 서민의 몸짓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달밤브루스>에는 시린 가을바람을 따스하게 만든다.
부산 정기공연이 끝났다고 걱정하지 마라. 9월 26일 경기도 의정부를 시작으로 ‘찾아가는 문예 공연’으로 <달밤브루스>를 전국을 돌며 열 예정이다.
공 연 일 정
9월 26일, 경기 의정부 - 의정부시청 잔디광장
9월 27일, 강원도 강릉 - 강릉 문예회관
9월 29일, 충북 옥천 - 옥천 실내체육관
10월 12일, 경기 오산 - 오산시청 대강당
10월 13일, 경기 안양 - 안양 문예회관
10월 14일, 충남 홍성 - 장소 미정
10월 18일, 경북 대구 - 영남대학교
10월 19일, 경남 통영 - 장소 미정
10월 20일, 경남 마산 - 양덕동 삼각지공원
10월 25일, 전남 광주 - 조선대학교
10월 31일, 경기 김포 - 여성회관
*자세한 공연 일시는 ‘노동문화예술단 일터’로 연락하세요. 문의전화 051-635-5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