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연장에 더해 레바논 PKO 파견설..

청와대, 전면 부인. 민노-‘철군 발표’하면 될 일에 웬 ‘진실게임’?

정부의 이라크 파병연장설에 더해, 레바논 평화유지군(PKO) 파견설 까지 흘러나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하고 나서 이에 대한 진위여부를 둘러싸고 혼란스러운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조선닷컴>은 28일 새벽, <힐 차관보 "노대통령, 이라크 파병연장 약속"-한국, 레바논 평화유지군에도 참여…곧 조사팀 파견> 제하의 기사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7일(미국시각) 조선일보와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이 이라크에 계속 주둔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고 말했음을 보도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이 발언을 하면서 "한국으로서는 결정하기 어려웠지만" 이라고 덧붙였다는 힐 차관보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힐 차관보가 "15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레바논 팀의 일원으로 참여하겠다는 희망에 대한 좋은 논의가 있었다"며, 따라서 "한국이 조만간 레바논에 조사팀을 파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전했다.

때문에 이 같은 힐 차관보의 발언을 두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정부가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연장은 물론이거니와, 한국군의 레바논 평화유지군(PKO) 참여까지 약속한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보도를 접하자, 즉각 사실을 부인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이나 뒤 이은 오찬에서 이라크 파병연장 요청이나 레바논 평화유지군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온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태형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에 대해 고맙다는 한 마디 정도가 있었고, 레바논에 대한 얘기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이나, 레바논에 평화유지군 파견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청와대의 해명처럼 대통령이 실제 이 같은 발언을 했는가하는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이라크 파병연장 및 레바논 PKO 파견을 뒷받침하는 정황적 근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파병기한이 올 연말까지로, 만료시한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정부는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연장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합참본부가 나서 자이툰 교대 병력 200여 명을 모집하는 등, 정부가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레바논 PKO 파견을 두고도 정부 내에서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이라크전이 미국의 침략전쟁이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 버렸고, 이라크에 파병했던 많은 외국군들이 더 이상 주둔할 명분을 찾을 수 없어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한국에서만 파병연장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어 비판여론이 드높다. 또한 레바논 파견도 미국이 주도한 유엔 결의안에 따라 PKO에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만일 미국과 이란간의 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파견 시 의도처럼 '평화유지군'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군이 이에 말려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사항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든 안 했든 정부가 파병연장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공지의 사실이라 여겨진다"고 논평했다. 얼마 전 국회의원들이 이라크 현지에 가서 직접 조사하고 왔으나, 철군의 움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용진 민노당 대변인은 "힐 차관보가 틀린 거짓말을 했다면 청와대가 펄쩍 뛰며 부인할 필요 없이 자이툰 부대 철군 계획을 밝히면 될 일"인데, "왜 상황을 진실게임으로 몰고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청와대가 대통령 발언의 진위여부 해명에 애쓰기 보다, 이라크 파병 태도를 해명하는 것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힐 차관보의 발언 공개와 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발언의 진위여부를 떠나, 정부의 실질적인 행동이 있지 않는 한 이를 둘러싼 논란은 향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파병연장동의안이 마지막"이라고 말한 전력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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