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는 지난 8월 1심 무죄판결을 깨고 '안기부X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MBC 기자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당시 보도에 참여한 대한민국 모든 언론 매체의 보도.출판 행위는 통비법을 위반한 유죄임을 선언한다"며 "이상호 기자에게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언론에 취재원 접근 및 정보 공표의 자유가 있음에도 통신비밀보호법이 도청 행위와 이에 따른 내용의 공개 및 누설을 처벌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도청의 폐해를 원천 봉쇄하고 통신비밀을 강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할 재판에서도 불법 수집된 도청 자료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규정한 것은 불법도청 산물은 당초부터 존재해선 안 된다는 입법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결 직후, 항소심 유죄판결에 대한 언론시민단체의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날 항소심 이후 법원 앞에서 갖은 기자회견에서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상호 기자는 불법 도청, 감청에 직간접적 관여한 것이 아니고 폭로 내용은 준쿠데타와 다름 없는 것"이라며 "재벌권력이 검찰과 언론을 동원해 헌법질서를 유린하려 한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한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X파일' 테이프와 녹취록을 공개할 수도 있다"며 "법을 어겨서라도 법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연대는 24일 성명에서 "민주언론의 원칙, 언론민주의 상식을 믿는 우리는 유죄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문화연대는 성명에서 "이상호 기자가 한 행위는 권력의 부패에 대해 알아야 되고, 권력의 범죄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시민의 보편적 권리·사회의 알 권리를 위한 이타적 행위였다"며 "정치인을 매수하고 사법부를 매수하고 언론인을 매수하고, 전 사회를 통제하고자 하는 한국 최대 재벌의 음흉한 음모를 담은 테이프를 공개적인 매체를 통해 보도하는 것이 어찌 "국가 안보나 사회질서 수호"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라며 꼬집었다.
문화연대는 또 "이번 재판부 결정은 단순히 이 기자에게 뿐만 아니라, 민주언론/언론민주를 상식으로 믿는 우리 시민 모두와 한국사회 전체를 모독하는 것임을 법원은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라며 "상식에 어긋난 법원칙이라면, 이제 시민의 힘으로 바꾸어야 함을 이번 판결이 또다시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문화연대 성명에서도 드러나듯이 항소심 판결에 대한 언론시민단체의 대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문화연대,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공동대응을 준비 중이며, 변호인단을 꾸려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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